Best 101 선정을 그만둔 이유

가온빛은 그동안 매년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을 선정해오다 2021년부터 가온빛 추천 그림책 정리 작업만 유지 하고 101권을 따로 선정하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작년 이맘때 2021년 가온빛 추천 그림책 공개하면서 그 내용을 함께 공지한 이후 그 이유에 대해 묻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당시에 이유도 함께 말씀 드렸고 그 이외에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왜들 뭔가 더 있을 거라 생각하시는 건지… 사실 두 가지 특별한(?) 이유가 있긴 합니다. 가온빛지기들끼리 사이 좋게 지내고 싶었고, 가온빛지기들이 좀 더 게으름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어서…? 매년 1월 중순부터 2월 초까지 가온빛지기 세 사람이 101 목록에 합의하는 과정이 지난하거든요. 😫

101권 골라내는 일을 멈춘 가장 큰 이유는 한 해 동안 출간되는 신간 그림책의 양이 너무 많아져서 그 중에 101권 뽑기가 매우 힘들어져서입니다.

2016년에는 후보작이 우리 그림책과 해외 그림책 통틀어서 141권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101권을 선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위 그래프를 보면 아시겠지만 2020년에는 483권으로 네 배가 넘게 늘어났습니다. 아직 마감하지 않은 2021년에는 540권, 101권 목록 만들자고 400여 권의 그림책들을 베스트에 들지 못한 책으로 굳이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은 마음입니다.

일단 Best 101을 선정해서 발표하고 나면 그 이후로 후보작 목록은 조회 수가 거의 정지 상태로 변합니다. 독자들은 오로지 Best 101만 읽습니다. 우리 의도는 그게 아닌데 마치 우리가 ‘여기 있는 백한 권만 읽어도 충분해!’라고 말하는 것처럼 되어버린다는… 101 목록만 읽지 마시고 매년 정리한 가온빛 추천 그림책 후보작 목록들도 많이 많이 읽어주시길 이 자리를 빌어 당부드립니다.

재미있는 건 가온빛지기들의 연도별 그림책 리뷰 수가 연도별 신간 그림책 증가 추이와 완전히 반비례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많이 줄어들었을 거라 짐작은 했지만 막상 숫자를 확인하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2014년에 어떻게 366건이나 썼을까요. 하루에 한 건씩 리뷰를 올렸다는 얘긴데… 물론 가온빛 첫 해라 다들 의욕이 넘쳤었겠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저희가 저 일을 해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네요. 😱

초심으로 돌아가라, 초심을 잊지 말아라… 왜들 자꾸 그러는 건지 이제야 좀 알겠다는…

그런데 가온빛지기들은 초심으로 돌아가지는 않으려구요. 말이 좀 이상하긴 한데 지금이 딱 좋습니다. 사실 글 수가 줄어든 건 그림책 소개하는 일 이외에도 가온빛지기들이 할 일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전보다 더 가온빛 레터에 신경을 쓰고, 가온빛 레터 플러스를 발행하고, 외부 강의도 늘어났고, 가온빛 자체 온라인 수업도 시작했고, 올해는 또 어떤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게 될지 늘 궁금해 하고 기대하며 사는 게 더 행복하니까요.

자꾸 물어보거나 요청하셔도 Best 101 선정은 더 이상 하지 않습니다. 지난 한 해 2021년 가온빛 추천 그림책 목록을 아껴주신 것처럼 올해도 2022년 가온빛 추천 그림책 목록 2월 말 또는 3월 초에 오픈할 예정이니 그림책 고르실 때 많이 활용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