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달과 아기 공룡

100개의 달과 아기 공룡

글/그림 이덕화 | 스콜라
(발행 : 2017/09/05)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밤하늘에 달은 언제나 딱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100개의 달이라니, 100개의 달이 떠있는 밤하늘은 어떤 모습일까요?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이 아닌 ‘저 달은 나의 달, 이 달은 나의 달~’ 요런 노랫말이 나왔으려나요? “100개의 달과 아기 공룡”이라는 제목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옛날 옛날, 하늘에 달이
100개나 있을 때의 이야기란다.

100개의 달과 아기 공룡

하늘에 달이 100개나 있던 시절, 먹을 것을 아주 좋아하는 아기 공룡이 살았대요. 밤하늘에 뜬 수많은 노란 달을 보고 아기 공룡이 입맛을 다시자 엄마가 말해주었어요. 달은 먹는 게 아니라 밤하늘을 밝게 비춰 주는 거라고요.

푸른 밤하늘에 동동 뜬 수많은 달, 레몬맛 츄파춥스 같기도 하고 노란 망고 같기도 하네요. 작은 산에 올라 밤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100개의 달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엄마 공룡과 호기심에 가득 찬 아기 공룡, 같은 달을 바라보면서 각기 다른 생각에 빠진 달빛 총총한 아름다운 밤입니다.

100개의 달과 아기 공룡

‘달…… 딱 하나만 먹어 보고 싶다!’

달을 먹고 싶다는 욕망을 이기지 못한 아기 공룡은 엄마 몰래 달을 하나 따먹었어요.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사각! 하는 소리와 함께 꿀처럼 달고 수박처럼 시원한 달의 맛! 그 맛을 잊지 못해 아기 공룡은 매일 밤마다 달을 먹고 또 먹었어요.

휘어지는 나무의 탄성을 이용해 슈~웅 날아가서 따먹고, 줄로 잡아 끌어내려 따먹고, 막대기로 통통 쳐서 따먹고, 이렇게 날마다 밤하늘 달들이 아기 공룡의 뱃속으로 하나 둘 사라졌어요. 그렇게 달을 먹고 또 먹는 사이 아기 공룡은 토실토실, 달처럼 동그랗고 또 동그랗게 변해갔죠. 결국 밤하늘에는 달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답니다.

100개의 달과 아기 공룡

달이 사라지자 세상은 온통 깜깜해졌어요. 덜컥 겁이 난 아기 공룡은 배까지 살살 아파왔어요. 아기 공룡 뱃속에서 100개의 달이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달이 몽땅 사라진 어느 날, 떼굴떼굴 구르며 배가 아파 어쩔 줄 몰라하는 아기 공룡을 바라보는 엄마는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깜깜해진 세상만큼이나 아기 공룡의 마음도 엄마 공룡의 마음도 막막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100개의 달과 아기 공룡

엄마에게 자신이 달을 모두 먹어치웠다고 솔직하게 말한 아기 공룡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어요. 깜깜한 밤 노랗게 쏟아지는 아기 공룡의 고백, 호기심과 달콤함을 참지 못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참회의 눈물이 봇물처럼 터져 나옵니다. 엄마는 아기 공룡을 정성껏 간호해 주었어요.

아기 공룡은 아파 누워 있으면서도
어쩐지 마음은 홀가분했어.

아기 공룡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엄마 손은 약손’을 받으며 누워있습니다. 100개의 달이 들어있는 아기 공룡의 배는 여전히 동그랗게 잔뜩 부풀어 있고 엄마 공룡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하지만 아기 공룡의 표정은 더없이 편안해 보입니다.

100개의 달과 아기 공룡

며칠이 지나자 아기 공룡은 아주 커다란 달 똥을 쌌어요. 뿌우웅~ 엄청난 소리와 함께… 노란 달 똥에서 향긋하고 달콤한 향기가 날 것 같은데요. ^^ 시원한 소리와 함께 바깥으로 쏟아져 나온 100개의 달은 그렇게 하나가 되었어요. 다시 건강해진 아기 공룡을 엄마는 꼭 안아 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엄마들이 들려주는 세상에서 가장 마음 따뜻해지는 말,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그저 이 말 한 마디면 충분합니다. ^^

엄마에게 안긴 아기 공룡이 말했어요. 다시는 달을 먹지 않겠다고, 거짓말도 하지 않겠다고 말이죠. 하나로 합쳐진 달이 하늘로 두둥실 떠올랐어요. 달은 아기 공룡이 따먹을 수 없을 만큼 아주아주 높은 곳으로 올라갔어요.

커다랗게 변신한 달이 하늘 위에  떠오르자 다시 푸른 밤이 찾아왔습니다. 이제 아기 공룡은 엄마처럼 감탄의 눈빛으로 노란 달을 바라보고 있어요. 잠시의 달콤함을 못 이겨 엄마를 속였던 지난날 자신의 모습을 밤하늘에 뜬 달을 볼 때마다 떠올리지 않을까요? 밤하늘 하나로 합쳐진 달에 아기 공룡의 마음이 동그랗게 투영되어있습니다. 짙푸른 밤하늘이 아기 공룡과 엄마의 마음처럼 시원해 보입니다.

아이들의 모습을 재미있고 예쁘게 담아낸 그림책 “100개의 달과 아기 공룡”, 늘 곁에서 가르쳐 주고 지켜주고 보듬어주고 어루만져 주는 어른들 덕분에 아이들은 수많은 경험을 하고 그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배우면서 자라납니다. 몰라서, 어려서, 처음이라서 저지르게 되는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건강하고 단단하게 자랄 수 있게 지켜주는 것은 바로 우리 어른들의 몫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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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
마키
2019/03/01 02:34

애 배가 저리 커질 때까지 엄마가 모를 수가 있냐,
혹은 모른체 할 수 있냐는 모 교수님이 늘 생각나는 책이에요.
젊은(?) 엄마들과의 생각 차이에 그림책이 이런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게 해준다며 즐거워 하시던 모습도 생각나고요.

그 후로..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할까..
나는 과연 내가 그은 그 선을 지킬 수 있을까..
내가 내 부모님께 바랬던 선을
나는 우리 아이에게 긋고 지켜볼 수 있을까..
아니 우리 부모님이 그은 선만큼도 나는 못지키진 않을까..

머리가 복잡한 엄마와 다르게
애들은 달똥과 달먹기 재시도 때문에 엄청 재밌어합니다.
그리고 엄마손은 약손, 배에 핫팩해주세요~ 가 수시로 들려 귀찮기도.. ㅋㅋㅋㅋ

마키
마키
2019/05/15 11:26
답글 to  이 선주

지나치게 다가갔다 버럭하며 빠져서…
큰일입니다.

대학생이 되어도… ㅎㅎㅎ
허긴… 옷입는 걸로 엄마 잔소리 듣는
사십대도 여기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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