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공주와 봉투왕자
책표지 : Daum 책
봉지공주와 봉투왕자

글/그림 이영경 | 사계절
(발행 : 2018/01/23)


“봉지공주와 봉투왕자”는 역경 속에서도 사랑을 지켜나가는 공주와 왕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도 닮았고 견우와 직녀의 사랑 이야기도 닮았어요. 한때는 서로 어울려 오순도순 서로 도와가며 잘 지냈던 비닐봉지와 종이봉투는 터무니없는 오해와 억측으로 싸우게 됩니다. 신뢰가 무너지자 아주 작은 것 하나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서로 보기 싫어졌고 결국 비닐봉지와 종이봉투는 작은 나라를 두 나라로 쪼개기로 했어요.

봉지공주와 봉투왕자

아, 그런데 어쩌죠?
비닐봉지 공주와 종이봉투 왕자는 사랑하는 사이였거든요!

이리하여 이 이야기와 제목은
‘봉지공주와 봉투왕자’가 되겠습니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슬픈 이별에 눈물짓는 봉지공주와 봉투왕자, 오래전 “여명의 눈동자”에서 보았던 대치와 여옥의 철조망 이별 장면이 떠오르는군요. 여기까지가 그림책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면지에서부터 속표지까지의 이야기입니다. 한때는 평화로웠던 작은 나라가 두 나라로 분리되고 그래서 봉지공주와 봉투왕자가 헤어지게 된 이야기를 아주 오랜 옛일을 회상하듯 흑백으로 그렸어요.

봉지공주와 봉투왕자

그리움에 사무쳐 한숨짓던 봉지공주 앞으로 웬 검은 비닐 봉지 하나가 뎅그르르 굴러옵니다. 그 속에서 봉지들이 연이어 나오더니 마침내 숨어있던 봉투나라 비밀특파원이 튀어나와 봉지공주에게 편지를 건네고 재빨리 사라졌어요. 비밀특파원 다운 재빠른 몸놀림 좀 보세요. 검은 비닐봉지 여러 겹 속에 숨은 놀라운 위장술, 돌돌 말았던 몸을 잽싸게 펴서 편지를 꺼내주고는 한달음에 창문 밖으로 슝~ 사라지는 민첩함! ^^

비밀특파원이 전해준 것은 ‘달이 크고 둥근 밤에 은하수 강가에서 만나자’는 봉투 왕자의 비밀 편지였어요.

약속한 날이 되자 봉지공주는 치마에 바람을 잔뜩 넣고 가볍게 날아올라 은하수 강가로 향했고 봉투왕자는 배를 저어 은하수 강가로 갔습니다. 견우와 직녀만큼이나 비밀스러운 두 사람의 만남, 무사히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봉지공주와 봉투왕자

이들의 사랑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봉지나라 분리수거대마왕은 봉지공주가 봉투왕자를  만나러 나갔다는 사실을 알고 노발대발 화가 나 딱풀부대를 불러 봉투나라를 공격하라고 지시합니다.

뚜껑을 벗고 닥치는 대로 풀칠을 해대는 봉지나라 딱풀부대의 공격에 봉투나라는 속수무책 당하고 말았어요. 이 소식을 들은 봉투왕자는 봉지공주가 기다리는 은하수 바로 앞에서 뱃머리를 돌려 온통 풀 바다가 된 봉투나라로 돌아가 딱풀부대에 맞서 용감하게 싸웠어요. 하지만 그 역시 결국 딱풀부대의 공격에 밀려 풀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강물에 던져지고 맙니다.

봉지공주와 봉투왕자

하염없이 봉투왕자를 기다리던 봉지공주 온몸이 젖은 채 떠내려오는 봉투왕자를 발견하고 강물에 뛰어들어 왕자를 구해옵니다. 물에 푹 젖어 찢어지기 직전의 봉투왕자를 살려내기 위해 봉지공주는 안간힘을 다했어요. 부채도사님을 불러 그가 일으킨 바람으로 젖은 왕자의 몸을 말리게 하고 다리미선녀님을 불러 다림질로 왕자가 반듯한 모습으로 되살아나게 했죠. 봉지공주의 정성 어린 기도와 헌신 덕분에 엉망이 되었던 봉투왕자가 되살아났어요.

봉지공주와 봉투왕자

하지만 기쁨도 잠시, 왕자를 구하려다 찢어진 치맛자락을 보면서 공주가 울먹입니다. 빵꾸 난 봉지는 더이상 쓸모가 없다며 울먹이는 공주 앞에서 봉투왕자는 자신의 몸을 꾸깃꾸깃 구겨 보이며 이렇게 노래했어요.

“어때요?
구김새도 있어 줘야
멋진 이의 완성!”

그 모습이 우스워서
봉지공주가 바스락 웃었어요.
“이제 나도 쓸모 대신 미모 봉지공주!”

구겨지고 빵꾸 나고 엉망이 되었지만 둘은 마주 보고 환하게 웃습니다. 사랑이란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멋지고 예쁜 것은 진실한 내면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봉지공주와 봉투왕자

조금만 무거운 걸 담아도 터지는 종이봉투 대신 질기고 튼튼한 것이 장점이라던 봉지나라 사람들, 봉지들의 바스락 소리가 신경이 거슬릴 정도로 시끄럽다던 봉투나라 사람들이 이 둘의 모습을 보고 몰려왔어요. 그리고는 함께 춤추며 그동안의 오해를 깨끗이 씻어냈습니다.

“빵, 빵, 빵꾸 나면 어때요.
구, 구, 구겨져도 어때요.
바스락 뿅뿅 찌그락 슝슝
노-래합시다, 헤이헤이!”

단점만 바라보면 단점은 더욱 크게 보일 뿐이죠. 마음 열고보면 단점도 장점이 될 수 있고 장점은 더 커다란 강점이 될 수 있구요. 부디 지금의 마음 잊지 않고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품어가면서 봉지공주와 봉투왕자가 오래도록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봉지나라와 봉투나라가 서로 돕고 살면서 오래도록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익숙하지만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작은 사물들에 생명을 불어넣고 그들의 특징에 잘 맞는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 낸 이영경 작가의 그림책 “봉지공주와 봉투왕자”, 공주와 왕자의 활약도 신나고 재미있지만 그림책 속에서 주인공을 도와 이야기를 꾸려가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사랑도 미움도 아주 작은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죠. 사랑과 미움은 한끝 차이입니다.

‘빵, 빵, 빵꾸 나면 어때요. 구, 구, 구겨져도 어때요~’ 뭔가 착착 감기는 듯한 이 노래를 이영경 작가는 ‘빵꾸송’이란 제목을 붙였네요. 정감 가득한 ‘빵꾸송’은 아래에서 들어보세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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