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자전거
책표지 : 이봄출판사
나의 자전거

마스다 미리 | 그림 히라사와 잇페이 | 옮김 이소담 | 이봄
(발행 : 2018/03/29)


하늘색 작은 자전거를 타고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한 아이에게서 소박한 꿈 하나가 시작됩니다. 작고 예쁜 꿈은 아이 마음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또 자라납니다. 아이를 따라가면서 함께 꿈을 그리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도 포슬포슬 몽글몽글 기분이 좋아집니다. 햇살이 춤추는 이 봄, 무언가 시작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꿈꾸는 모든 게 다 이루어질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요.

나의자전거

짜잔, 이것 좀 봐. 내 자전거야.
하늘색 자전거.
나는 내 자전거를 타고
모험을 떠날 거야. 나 혼자서.

작은 자전거 곁에서 세상 다 가진 표정으로 자신만만하게 서있는 꼬마 아가씨, 의기양양하게 말합니다. 내 자전거를 타고 모험을 떠날 거라고, 그것도 혼자서…

아이가 꿈꾸는 모험의 출발선에는 아이와 자전거 단둘만 존재합니다. 어디를 가려는 거지, 왜 가려는 건지 아이는 말하지 않아요. 그래야 진정한 모험이니까요. ^^ 그런데 이 모험에는 특별한 준비가 조금 필요합니다.

나의자전거

아이는 작은 자전거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자전거에 푹신푹신한 침대를 달 거라고. 그 침대를 달고 떠나다 밤이 찾아오면 조용한 호숫가에서 물고기들과 함께 즐거운 꿈을 꿀 거라고. 조용한 호숫가에 세워둔 작은 자전거, 풀잎 소리, 바람소리, 물고기들 곁에서 꾸는 즐거운 꿈, 너무나 낭만적이네요. 음, 그러려면 침대는 꼭 있어야겠어요. 자전거에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졸면 왠지 그런 즐거운 꿈이 찾아올 것 같지 않잖아요.

나의자전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아이의 작은 자전거는 조금씩 변해갑니다. 침대가 달렸던 자전거에 천장이 유리로 되어있어 별똥별을 볼 수 있는 욕조가 달린 욕실이 생기고 숲속 동물 친구들에게도 빌려줄 화장실이 생겨납니다. 소박한 부엌, 수영장, 작은 새가 쉬어갈 나무와 그네, 아이스크림을 만들 우유를 얻기 위해 소도 키울 거고요. 도서관, 트램펄린, 그림 그리는 방까지 하나하나 생겨납니다.

자전거와 아이 단둘뿐이었던 지면은 솜사탕처럼 달콤한 아이의 상상으로 점점 더 빼곡하게 채워집니다. 그러는 사이 아이에게 고양이가 찾아오고 작은 새들이 놀러와 자전거 주변에서 즐겁게 지저귀고 있어요.

나의자전거

상상으로 심었던 나무가 자라 사과가 열리고 초록색 풋사과가 빨갛게 익어갑니다. 고양이는 이방 저방 기웃거리며 소녀가 만들어 놓은 예쁜 공간을 자유롭게 노닐고 있어요.

내 자전거에 커다란 의자를 달아야지.
커다란 의자에 앉아서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볼 거야.
똑같은 저녁노을은 두 번 다시 못 보니까.

별이 작아서 의자를 조금만 움직이면 하루 종일 노을을 볼 수 있다고 말했던 어린 왕자가 생각나네요. 지구는 어린 왕자의 소행성 B612처럼 작지 않아 한 번 놓친 노을은 다시 볼 수 없죠. 어제의 저녁노을은 오늘의 저녁노을이 아니고, 오늘의 저녁노을은 내일의 저녁노을이 될 수 없으니까요.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빨래가 잘 마를 수 있도록 꼭대기에 설치한 건조대며 뱅글뱅글 재미난 미끄럼틀까지 갖춘 그야말로 자신만의 멋진 자전거를 완성한 아이가 드디어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을 했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이토록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아이가 아무래도 여행은 그만두어야겠다며 울상을 지었거든요.

나의 자전거

그때 아이의 친구들이 다가왔어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수많은 친구들을 본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환하게 번져갑니다.

왜냐하면 이 자전거에는
모두가 함께 있어야 더 즐거울 테니까!

친구들이 찾아와 정말 완벽해진 자전거를 친구와 번갈아가며 몰면서 모험을 떠납니다. 이 모험은 절대 쓸쓸할 일도 혼자 허둥지둥 바쁠 일도 없을 거예요. 넘치는 즐거움은 함께 나누고 부족한 부분은 함께 채워나가면 될 테니까요.

즐거운 일, 행복한 일은 함께일 때 더욱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소박하고 행복한 상상으로 보여주는 그림책 “나의 자전거”, 길을 떠나는 자전거는 친구들의 상상으로 더 멋지게 변신하고 있어요. 어마어마하게 커다랗게 변신한 자전거를 몰고 가고 있는데도 아이는 가뿐해 보입니다. 함께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겠죠.^^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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