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 간 아빠

수영장에 간 아빠
책표지 : Daum 책
수영장에 간 아빠

글/그림 유진 | 한림출판사
(발행 : 2018/06/15)


첫째, 물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 운동 잊지 말고,
둘째, 물에 빠지면 당황하지 말고 바닥에 닿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수영장 입구에서 딸을 향한 아빠의 잔소리가 이어집니다. 딸은 그런 아빠의 잔소리가 몹시 성가신 듯 보이지만 아빠는 아랑곳하지 않고 온갖 주의사항을 늘어놓고 있어요. 그게 끝이 아닙니다. 아빠는 잔소리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딸을 따라 수영장에 다니기로 했대요. 아, 아빠가 수영을 굉장히 잘 하는구나~ 그래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아빠가 딸 옆에서 지켜주려고 하는구나 생각했는데……

수영장에 간 아빠

이런 이런, 아빠는 수영을 할 줄 모른다는군요. 딸을 지켜주기 위해 들어온 수영장인데 오히려 아빠가 더 위험해 보여요. 그런 아빠의 모습을 딸이 몹시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아빠는 알고 있을까요?

집에서도 세숫대야에 얼굴을 담그면서 열심히 연습했지만 아빠의 수영실력은 좀처럼 늘지 않았어요. 그런 아빠를 몰래 지켜보는 딸아이의 마음은 여간 안타까운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물을 무서워하면서도 딸을 지켜주겠다며 늘 수영장에 같이 가는 아빠, 아빠 눈에 딸아이는 너무나 작고 연약해 보이나 봐요. 거인처럼 커다란 아빠 곁에 딸아이는 엄지공주처럼 조그맣게 그려져 있어요.

하지만 요 작은 꼬맹이가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태평양보다 넓고 깊습니다. 수영 강습을 마치고 풀 죽은 얼굴로 돌아가는 아빠에게 강습이 없는 날 아무도 없는 유아풀에서 수영 연습을 하자며 제안을 했거든요.

수영장에 간 아빠

“아빠, 괜찮다니까.
어서 들어와.”

딸을 혼자 보내기 영 못 미더워 다니게 된 수영장인데 도리어 딸이 아빠의 가장 든든한 보호자가 되었습니다.

강습이 없는 날이면 아빠와 딸은 종종 유아풀에 가서 연습도 하고 함께 신나게 놀기도 했어요. 둘이 함께 수영장에 있는 모습은 너무나 행복해 보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행복은 우리 가까이 있다는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행복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에 깃들어 있다는, 그리고 그곳이 바로 천국이라는 사실을 아빠와 딸이 보여주고 있어요.

수영장에 간 아빠

그러는 사이 킥판 없이 수영을 해야 하는 날이 찾아오고야 말았어요. 아빠와 같이 놀던 때의 정겹고 포근한 물이 아닌 심연처럼 깊은 수영장 물 앞에 홀로 서자 아이는 더럭 겁이 났어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계단을 밀어내자 몸이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당황하지는 않았어.
어떻게 올라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거든.
나는 힘을 빼고 바닥에 발이 닿을 때까지 기다렸어.

‘물에 빠지면 당황하지 말고 바닥에 닿을 때까지 기다리라’던 아빠의 말, 아이는 그 말을 차분히 떠올려봅니다. 오히려 애가 탄 것은 아빠였어요. 시선은 온통 아이에게 향한 채 아빠가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면서 수영장을 가로질러 딸에게 다가가는 동안…

수영장에 간 아빠

힘차게 솟구치며 푸아! 하고 숨을 내뱉는 아이, 얼마나 믿음직스러워 보이는지 이제까지 아빠 손바닥 위에 있던 작고 여린 아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아빠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허둥지둥 딸을 향해 날듯이 헤엄치던 아빠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다음 장을 넘겨보고는 그만 깔깔 웃고 말았어요.

수영장에 간 아빠

“보라야, 괜찮아?”
허둥지둥 헤엄쳐 온 아빠가 물었어.
“응. 근데 나 물속에서 올라오는 거 봤어?”
“봤지. 아주 멋지던걸.”

레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아빠와 딸, 아빠를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딸을 바라보고 있는 아빠의 마음은 지금 어떨까요? 내가 알던 아이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다고 느꼈을까요? 아니면 딸이 너무 빨리 자란 것이 못내 아쉽고 서운할까요?

일상 속 소소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소재로 그림책을 읽는 내내 웃음 짓게 만드는 그림책 “수영장에 간 아빠”, 딸바보 아빠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을 그림책일 듯싶습니다. 딸바보 남편을 둔 엄마에게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훌쩍 자란 딸들이 보면 아빠 생각에 뭉클해져 그만 눈물 찔끔 흘릴 그림책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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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One Reply to “수영장에 간 아빠”

  1. 요즘 수영장을 자주 찾게 되는데 공감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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