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강이

글/그림 이수지 | 비룡소
(발행 : 2018/12/21)

★ 2018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버려지고 학대받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연일 쏟아집니다. 조용히 생각에 잠겨있는 강아지가 그 모든 아픔과 슬픔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깊은 눈동자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습니다.

2018년 말 “강이”를 출간한 이수지 작가는 그림책을 통해 이야기합니다.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인지를……

강이

배고파요.
목말라요.

자신의 몸집만 한 좁은 철창에 갇힌 채 쓸쓸하게 살아가던 검은 개는 아랫집 언니에게 구조된 후 마당이 있는 집으로 다시 옮겨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검은 개는 두 아이를 만났어요.

“나는 ‘산’이야.”
“나는 ‘바다’야.”
“우리 윗집 개들은 ‘번개’와 ‘천둥’이야.”
“우리 할아버지 집 고양이는 ‘구름’이야.”

강이

“그러니까 너는 ‘강’이야.”

산과 바다 남매가 지어준 이름은 ‘강’. 검은 개의 이름은 그렇게 ‘강’이 되었어요. 산과 바다 두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쏙 빼닮은 이 이름을 붙여주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검은 개를 반가이 맞이합니다. 이제 검은 개는 산과 바다에게 다른 개와는 완전히 다른 특별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강’이가 바라본 ‘산’과 ‘바다’, 그리고 ‘산’과 ‘바다’가 바라본 ‘강’이가 차례로 그려집니다. 강이를 바라보는 산이와 바다는 저만치서 장난스럽게 웃고 있어요. 산이와 바다가 바라본 강이는 뭔가 수줍어 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강이

조금씩 서서히 서로에게 다가갑니다. 그렇게 산과 바다, 강이의 관계가 깊어갑니다. 덩그러니 놓인 철망 속에 갇혀 늘 배고프고 목말랐던 강이, 이제 더 이상 배고프지 않아요. 목마르지도 않아요. 강이 곁에는 늘 산이와 바다가 함께 하고 있으니까요.

강이

작가는 강이가 산과 바다와 함께 세상에 점점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글 없이 그림만으로 담아냈어요. 굵기와 농담을 달리한 다양한 선으로 때론 부드럽게 때론 힘차게 그린 그림들이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서로에게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표현했습니다.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면서 결국에는 아이들과 떨어질 수 없을 만큼 깊이 정든 강이의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아낌없이 모든 것을 다 내어 주고 싶은 마음, 잠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은 마음, 그것이 사랑 아닐까요?

강이

산과 바다가 잠시 떠난 후 홀로 남겨진 강이에게 세상은 온통 먹빛입니다. 잠시 다녀온다고,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 약속했지만 강이는 그 시간이 너무나 길고 어두울 뿐이에요.

강이

강이에게 보고픔을 안겨준 산과 바다, 강이는 언제까지고 산이와 바다를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찾아왔어요. 갑자기 찾아온 눈처럼 그렇게…

강이

눈처럼 소복소복 쌓인 사랑 그리고 그리움, 먹먹함으로 이어지던 흑백 그림에 산과 바다와 함께 파란 색깔이 찾아옵니다. 검은 개 강이 마음 속 가득 물들인 산과 바다의 푸른 빛깔입니다.

이 그림책은 이수지 작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이야기라고 합니다. 산이와 바다는 이수지 작가의 아들과 딸의 이름이고 함께 살던 반려견의 이름이 바로 ‘강’이예요. 이수지 작가의 작품들 속에 산이와 바다가 종종 등장했던 것 처럼 강이도 그림책 속에 간간히 등장하곤 했죠. 작가의 후기를 보니 강이에 대한 그리움이 물씬 느껴집니다.

바로 담아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강이 이야기가 그랬지요.
작업 책상 위에 빠르게 쌓여가는 그림을 보며
두 아이 산과 바다가 많이 울었습니다.
책이 다 끝나니 “이젠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합니다.
마음 한 켠에 단단히, 강이의 자리가 만들어졌겠지요.

– 이수지, 작가의 말 중에서

“강이”를 처음 보았을 때 바로 떠오른 그림책은 가브리엘 뱅상“어느 개 이야기”였어요. 하얀 여백 위에 그려낸 먹먹한 단색의 선, 등장하는 검은 강아지의 이미지가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어느 개 이야기”가 버려진 떠돌이 개가 새 가족을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면 “강이”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 진정한 사랑을 가슴에 품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두 권의 그림책, 꼭 함께 읽어 보세요.

한 번도 사랑 받아보지 못했던 강이가 한 가족을 만나 사랑을 알게 되고 그리움을 배워가는 과정이 보는 이의 마음마저 울컥하게 만드는 그림책 “강이”, 고독 속에 물밀듯 밀려드는 슬픔과 두려움,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가슴속에 아련히 남아있는 깊은 여운들, 그림책 한 권 속에 참 많은 것이 담겨있습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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