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잡는 책

모기 잡는 책

글/그림 진경 | 고래뱃속
(발행 : 2019/08/12)


한가위 지나면서 이젠 제법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한여름에도 안보이던 모기 녀석들이 며칠 전부터 잠들려고 하면 얼굴 언저리에서 앵앵 거리네요. 에어컨 돌리느라 꼭꼭 닫아두었던 창문들을 활짝 열었더니 녀석들 드나들 틈이 생겼나 봅니다. 딸아이 물릴까봐 잠결에 눈 비벼가며 뒤적뒤적 전자모기향 찾아서 피워놓고 다시 누웠는데… 말똥말똥 잠이 안옵니다.

그래서 꺼내든 그림책 “모기 잡는 책”, 동물들의 행복한 삶을 바라는 그림책 “우리, 집”으로 강한 인상을 주었던 진경 작가의 최신작입니다.

모기 잡는 책

매년 이맘때 즈음이면
돌아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방심하곤 합니다.

앞쪽 면지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위협적인 날갯짓과 함께 창문 너머 사냥감을 주시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모기 한 마리. 다음 장에선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져 있을 것만 같아 손가락이 섣불리 움직여지질 않습니다.

모기 잡는 책

무더운 여름 창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깊이 잠에 든 가족. 엄마 아빠와 아기. 경험상 이런 경우 늘 아기가 1차 공격 대상입니다. 아기가 여의치 않다면 다음 공격 대상은 엄마죠. 우리 딸아이 조만할 땐 술 담배 한창 하던 때라 니코틴과 콜레스테롤 가득한 제 피는 모기들 조차 거들떠 보지도 않더라구요.

모기 잡는 책

역시나 아기가 물렸습니다. 피를 잔뜩 빨린 눈두덩이와 엄지발가락이 잔뜩 부풀어 올랐습니다. 허벅지와 종아리 여기저기도 뜯겼습니다. 발가락 끝은 모기에게 물리면 특히나 간질간질함을 견디기 힘든 곳인데…

간지럽고 아파서 울음이 터진 아기를 배경으로 비장한 나레이션이 흐릅니다.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모기 잡는 책

아빠의 묵직한 한 방(?). 집안 구석구석 모기를 쫒아 엉성한 주먹을 휘둘러보지만 결과는 실패.

모기 잡는 책

이번엔 앙칼진(?) 엄마의 필살기. 빠르게 점프하면서 강력한 스매싱 한 방… 엄마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날아올랐지만 공중은 모기의 공간일뿐입니다. 싯벌건 피로 팽팽해진 모기 녀석을 보니 얄밉기 그지 없습니다. 우리 아기 피를 저렇게까지 빨아 먹다니…

모기 잡는 책

한밤중 소동에 아랫층 할아버지가 올라오셨습니다. 조심스레 들어서던 할아버지는 퉁퉁 부어오른 아기의 얼굴을 보자마자 올라온 이유는 새까맣게 잊은 채 모기 사냥에 동참합니다. 엄마 아빠, 그리고 아랫층 할아버지의 군무가 시작됩니다.

모기 잡는 책

시간이 지날수록 모기 사냥에 뛰어드는 이웃들이 하나둘 늘어나지만 모기는 좀처럼 잡히지 않습니다.

모기 잡는 책

밤은 깊어만 가는데 모기는 잡히지를 않고… 모기 사냥에 나섰던 사람들 사이에 분열이 시작되고 서로를 탓하기 시작합니다. 모기약 하나 사다 두지 않았냐며 서로의 게으름을 탓하는 엄마와 아빠. 이웃들끼리도 서로 자기 방식이 맞다며 우기는 통에 아랫층 할아버지와 우리 아기만 잔뜩 풀죽어 있네요. 오늘 밤 이 모기 사냥이 과연 끝날 수 있을까… 싶은 바로 그 순간…

모기 잡는 책

모기도 지쳤는지 잠시 벽에 기대어 쉬고 있는 찰나에 누군가의 잽싼 한 방, 탁! 여러분이 지금 보고 있는 그림책 “모기 잡는 책” 한 방에 한밤중 모기 소동은 끝! 모기 입장에서는 무시무시한 그림책을 든 오늘밤 최고의 모기 사냥꾼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모기 잡는 책

모기를 잡은 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이웃들을 배웅하는 사이 또 다른 모기 한 마리가 집으로 침투하는 뒤쪽 면지도 재미있습니다. 곧 모기 사냥 시즌2가 시작되겠죠? ^^

한밤중의 모기 사냥 대소동 재미 있으셨나요? 제 생각엔 글 없는 그림책으로 만들었어도 참 좋았을 것 같습니다. 과학자 이웃과 101호 태권도 관장님의 다툼은 왠지 군더더기 같은 느낌? 엄마 아빠의 개인기가 아랫층 할아버지가 합류하면서 군무로 확장되고 하나둘 늘어난 이웃들이 동작을 착착 맞춰가며 모기를 사냥하는 장면들을 그림만으로 표현했어도 멋진 그림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복잡한 세상살이 덕분에 모기 잡는 사소한 일 하나에도 생각이 복잡해지는 어른들과 달리 두툼한 책 한 방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에게서 삶의 본질을 놓치지 않고 상황을 단순하게 바라볼 줄 아는 지혜를 배운다는 식의 거추장스러운 해석은 오늘은 생략하겠습니다. 그게 이 그림책을 만든 작가의 의도에 더 부합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

여름의 끝자락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앵앵거리는 모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을지도 모를 누군가에게 모든 걸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이 그림책 “모기 잡는 책”을 권합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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