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렁주렁 열려라

주렁주렁 열려라

황선미| 그림 이희은 | 웅진주니어
(발행 : 2019/05/24)


“주렁주렁 열려라”, 그림책 제목이 마법 주문 같아요. 주렁주렁 열려라~하고 온 마음 다해 간절하게 외치면 꽃도 과일도 친구도… 무엇이든 좋으니 풍성하게 주렁주렁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이 그림책은 “마당을 나온 암탉”, “들키고 싶은 비밀”,“나쁜 어린이표”, “처음 가진 열쇠” 등 베스트셀러 동화와 “빈집에 온 손님”, “칠성이” 등의 그림책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황선미 작가와 “콩콩콩”, “생선의 발견”의 그림책을 출간했던 이희은 작가가 함께 만든 그림책입니다.

밭일하러 가는 엄마를 따라나선 은송이의 바쁜 하루가 그림책 속에 경쾌하게 담겨있어요.

주렁주렁 열려라

오늘 은송이는 바빠요. 콩 심으러 가는 엄마를 따라 밭에 가야 하거든요.

엄마가 바구니를 챙겼어요.
호미, 수건, 물통, 도시락 그리고 콩…….
은송이도 바구니를 챙겼어요.
꽃삽, 토끼 인형.

펼침 화면 가득 색감 곱게 그려진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엄마 바구니에 담길 물건과 은송이 바구니에 담길 물건을 눈으로 나누어 보았어요. 영문을 모르는 토끼 인형이 눈 동그랗게 뜨고 묻는 것 같아요. ‘난 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은 느낌, 그렇지 않나요?

집을 나설 때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오늘은 밭에 콩을 심을 거라고요. 그러면 주렁주렁 열린대요. 콩나무 하나에 열 개도 넘게! 은송이 또래 아이들에게 가장 큰 수 열 개, 엄마의 열 개도 넘는다는 말에 우아 하고 놀라는 은송이의 얼굴이 상상이 갑니다.

주렁주렁 열려라

밭에는 앞서 심은 옥수수에서 싹이 나왔어요. 제일 먼저 심은 감자는 잎사귀가 여러 장이 되었고요. 옥수수 잎도 감자 싹도 은송이는 신기하기만 해요. 부드러운 옥수수 이파리가 마치 웃는 것 같아요. 밭일하느라 바쁜 엄마 곁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은송이, 호기심 가득한 은송이에게는 세상 모든 곳이 즐거운 놀이터입니다.

주렁주렁 열려라

엄마가 밭일 하는 동안 은송이는 꽃삽으로 땅을 팠어요. 그곳에 토끼 인형을 심고는 흙으로 덮은 뒤에 토닥토닥 두드렸어요.

“토끼야, 주렁주렁 열려라!”

꽃망울 닮은 작고 어여쁜 분홍색 토끼들, 은송이는 지금 얼마나 즐거울까요. 상상의 세계에서 주렁주렁 열린 토끼 인형, 은송이는 주렁주렁 열린 토끼 인형을 따서 친구들한테도 나눠주고 집에 데려가서 두 팔로 꼭 안고 재워줄 거예요.

주렁주렁 열려라

하지만 은송이는 난관에 부딪힙니다. 토끼 인형 잘 자라라고 풀을 뽑다 지렁이를 만났거든요. 꼬물 거리는 지렁이가 혹시나 겁 많은 토끼 인형에게 다가갈까 봐 걱정이에요. 밥알을 끌고 가는 개미를 보고 혹시나 걱정되어 개미구멍을 막다 손가락을 깨물렸어요. 무시무시한 땅강아지 때문에 눈물 쏙 빼기도 했고요. 은송이는 혹시나 다른 벌레가 있는지 걱정이 됩니다. 땅에 심어놓은 토끼 인형이 무서워할까봐 마음에 걸렸어요.

은송이 보다 커다랗게 그려진 벌레들이 토끼 인형이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론 벌레가 두려운 은송이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렁주렁 열려라

비가 쏟아지자 엄마가 바구니를 정리했어요. 집에 가자는 엄마의 말을 들었지만 은송이는 어쩐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요. 이제 금방 깜깜해질 텐데 개미랑 땅강아지가 있는 이곳에 토끼 인형 혼자 두고 갈 생각을 하니 꼼짝할 수 없었어요.

방울토마토처럼 콩처럼 열 개도 넘게 어여쁜 토끼 인형 주렁주렁 열리게 하려고 심었던 토끼 인형 앞에서 은송이의 고민이 깊어갑니다. 뾰족 나온 토끼 인형이 나 좀 구해달라 소리 없이 외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때 엄마가 말했어요. 애들은 비 맞으면 감기 든다며 어서 가자고. 그 말에 은송이는 토끼 인형을 쏙 뽑아냈어요. 그리고는 엄마처럼 이렇게 말했죠.

“이제 괜찮아.
집에 가서 엄마랑 목욕하자, 아가.”

엄마의 말 한마디에 모든 사건이 종결되었습니다. 엄마 따라쟁이 은송이, 엄마가 은송이를 사랑해 주는 것처럼 은송이도 토끼 인형을 아가처럼 사랑해줍니다. 열 개가 주렁주렁 열리지 않아도 돼요. 내 품 안에 포근한 토끼 인형 하나면 충분하니까요.

은송이와 엄마가 심은 옥수수, 지난여름 주렁주렁 열렸겠지요. 콩도 가지도 주렁주렁, 아마 열 개도 넘게 열렸겠지요. 비록 토끼 인형이 열리지는 못했지만 은송이 마음엔 사랑이 더 크게 주렁주렁 열렸을 거예요. 엄마 사랑 듬뿍 받은 은송이, 은송이 사랑 듬뿍 받은 토끼 인형. 사랑은 흐르고 흘러 더 커다래집니다.

엄마와 은송이의 일상을 따라 행복을 주렁주렁 예쁘게 그려낸 그림책 “주렁주렁 열려라”, 작은 꽃바구니에 꽃삽을 넣어 엄마 따라 룰루랄라 밭에 가고 싶어집니다. 지난여름 흘린 땀방울과 함께 사랑 먹고 자란 예쁜 열매들 보면 그것이 무엇이든 열 배 넘게 행복해질 것 같아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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