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

넘어

글/그림 김지연 | 북멘토
(발행 : 2021/03/10)


친절한 말, 따뜻한 손, 누군가 건넨 한 마디 말과 작은 행동에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였던 그런 경험해 본 적 있나요? 김지연 작가의 신작 “넘어”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멋지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세상에 나 혼자뿐인 것 같고 나만 어둠에 둘러싸인 것 같은 기분, 짓눌린 듯 온몸이 무겁고 마음이 암담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 나는 그저 두려울 뿐입니다.

넘어

일어날까?
말까?

현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까지 수많은 걱정들이 앞서 찾아오는 무거운 아침입니다. 아침 햇살 가득한 등굣길, 아이들은 너나 할 거 없이 함께 어우러져 햇살처럼 환하고 싱그러운데 오직 나 혼자만 먹구름을 한가득 머리에 이고 학교에 갑니다.

학교에서도 나는 혼자 있어요. 참새 같고 아침 햇살 같은 아이들 틈에 혼자 섬처럼 동떨어져 있는 나,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아요. 늘 인사할까 말까 어울릴까 말까… 할까 말까 갈등하고 있지만 차마 용기 내어 나서지 못하고 있을 뿐이죠.

나는 한 걸음 떼는 일이 너무나 힘들어요. 어려워요.

넘어

체육 시간이에요. 뛸까 말까 망설이다 뛰었어요. 일어날까 말까 망설이다 일어났던 것처럼, 나갈까 말까 망설이다 나갔던 것처럼. 뛸까 말까 갈까 말까 울까 말까 가슴이 콩닥거리고 두렵고 무서워 울음이 터질락 말락. ‘어떡해, 어떡해!’를 연발하며 억지로 달려갑니다.

이 넓고 큰 세상에 오직 나 혼자뿐인 것 같습니다. 어디서 무엇이 폭발할지도 모르겠고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저 암담할 뿐입니다.

그때였어요.

넘어

넘어!

넘어!

파이팅! 잘 한다! 우아! 얍! 으라차차! 할 수 있어! 힘내! 잘하고 있어 ! 최고야! 힘내! 해 보는 거야! 모두가 함께 외치는 소리,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소리, 햇살처럼 환하고 강력한 소리, 힘이 되는 소리, 소리가 빛이 되고 에너지가 되어 나를 힘껏 응원합니다.

넘어

깃털보다 가볍게 하늘 위로 날아갔어요. 오색구름 너머 무지개 나라 지나 우주까지 훨훨~ 그렇게 신나게 날아가고 날아가다 다시 세상 속으로 털썩! 높디높은 장대, 정말 내가 넘은 걸까요? 친구들의 강력한 에너지가 나를 그렇게 만든 걸까요? 모두들 한마음으로 기뻐해 주는 친구들,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여전히 수줍어 웃을까 말까 생각 중이지만 나는 조금 달라졌어요. 발걸음이 동동,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거든요.

달이 뜰까?
내일은 뭐 할까?
보미랑 놀까?
소풍날 비가 올까?
엄마는 왔을까?
어른이 될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빛으로 가득한 세상이 좀 더 가까워 보입니다. 세상 이런저런 일들이 궁금해집니다. 내일이 궁금해집니다. 친구가 생각납니다. 입가에 사르르 미소가 번져갑니다.

‘넘어’하고 외치는 간결한 한 마디 말이 참 좋아요. 수많은 의미를 담아낸 그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으니까요.

오늘 수도 없이 할까 말까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고 갈등하면서 피곤하고 눅눅하고 질척한 하루를 보낸 이들에게 건네는 용기의 한 마디 “넘어”, 오늘을 넘느라 수고했어요. 잘 했어요. 너머에 언제나 우리가 있어요. 따뜻한 마음으로 한결같이 당신을 응원하는 우리가. 혼자 가는 길은 외롭지만 함께 가면 좀 더 수월해요.

우리… 같이 갈래요? ^^


※ 함께 읽어 보세요 : 고무줄이 툭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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