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을 산 총각

그늘을 산 총각

글/그림 이수지 | 비룡소
(발행 : 2021/05/14)


“그늘을 산 총각”은 ‘나무 그늘을 산 총각’, ‘나무 그늘을 판 욕심쟁이’ 등의 제목으로 잘 알려진 옛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그림책입니다. 가진 돈을 몽땅 털어 마을의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을 자신의 것이라 우기는 부자 영감에게서 그늘을 산 총각. 그늘을 돈을 주고 산다? 처음엔 좀 어리석어 보이는 총각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함께 지켜볼까요?

 옛날 옛적, 어느 동네에
아주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었어.
이 나무는 어찌나 큰지 그늘 또한 길고 넉넉했지.

결말까지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옛날 옛적’이란 말이 나오면 자동으로 귀가 솔깃해지는 마법! ‘옛날 옛적’이라는 첫 소절만 듣고도 바로 눈이 똥그래지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표정부터 떠오릅니다.

그늘을 산 총각

“이보게, 돈 내고 이 그늘 자네가 산 걸세.
나중에 딴소리하면 아니 되네.”

“영감님, 돈 받고 이 그늘 제게 파신 겁니다.
나중에 딴소리하시면 아니 되옵니다.”

서로에게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를 단단히 다짐 받고 나무 그늘을 팔고 산 영감과 총각. 마을 사람들은 총각이 산 나무 그늘 아래에서 땀을 식혔습니다.

그늘을 산 총각

가진 것을 몽땅 털어가는 욕심쟁이 이야기가 앞면에서 전개된다면 뒷면에서는 가진 것을 몽땅 잃고 마는 욕심쟁이의 최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자 자연스럽게 나무 그늘도 길어졌어요. 마을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자 혼자 남은 총각은 길어진 그림자를 따라 앉았다 누웠다… 그림자는 이제 총각 것이니까 총각은 그림자를 따라 무엇이든 할 수 있었어요.

이 이야기는 멀리서 한 풍경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리고 있는데 그 때문에 인물들의 표정보다는 동작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나 길어지는 나무 그림자를 따라 앉았다 누웠다 뛰었다가 굴렀다 춤추다 자빠졌다 하며 욕심쟁이 영감의 집으로 다가가는 총각의 동작은 무척이나 시원하고 경쾌하게 느껴집니다. 길어지는 그림자는 이웃을 배려하는 총각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스스로 총각 앞에 레드 카펫을 촤르르 펼쳐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병풍 형식으로 만든 그림책은 연속되는 장면을 아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날마다 그림자를 따라 들어와 부자 영감 집 안방을 들락거리며 뛰었다 굴렀다 춤추다 자빠졌다 아무 데나 드러눕는 총각을 보다 못해 영감은 그 집을 버리고 떠났어요. 부자 영감만의 것이었던 나무 그늘은 이제 누구에게나 열린 넉넉한 공간이 됩니다. 한 사람의 용기 있는 행동이 마을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수지 작가의 감각적인 그림 옷을 입고 새롭게 탄생한 옛이야기 “그늘을 산 총각”, 겨울은 옛날이야기의 계절입니다. 포근한 이불을 함께 나누어 덮고 아늑한 불빛 아래서 즐기는 옛이야기는 지친 영혼을 채워주기 딱 알맞지요. 입말을 살린 글을 그대로 읽어도 좋고 병풍처럼 눈앞에서 촤악 펼쳐지는 멋진 그림을 보면서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지어내며 읽어보아도 좋아요. 옛이야기 속에 담긴 삶의 기쁨과 슬픔, 지혜와 용기, 따뜻한 사랑을 생생하게 느껴보세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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