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 BY-ND, Darien Library

우리 아이는 한가지 책만 계속해서 읽으려고 한다, 우리 아이는 한번 본 책은 절대로 다시 보지 않는다, 우리 아이는 차분히 앉아서 책을 읽지 못한다, 우리 아이는 책은 많이 읽는데 나중에 물어 보면 하나도 기억을 못한다….

우리 아이들 책읽기를 두고 엄마 아빠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어떻게 하면 많은 책을 읽게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책읽기에 집중하게 할 수 있을지… 부모 마음이야 다 똑같은거죠. 우리 아이가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바램, 그리고 책읽기를 좋아하면 공부도 잘하게 될거라는 바램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책을 읽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걸까요? 우리 아이들의 책읽기 어떻게 지도해 주면 좋을까요? 송나라 주희는 책을 읽는 방법으로 독서삼도(讀書三到)를 제시했습니다. 입으로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눈으로 딴 것을 보지 않고, 마음을 하나로 가다듬어 반복 숙독하면 그 내용을 잘 알 수 있다 는겁니다. 좋은 말이긴 합니다만 어른들도 오랜만에 독서 좀 해 보겠다며 책을 펼쳐들면 이내 드라마 본방사수해야 할 시간이고, 전화에 카톡에… 하물며 호기심 많은 우리 아이들에게 독서삼도를 가르친다는건…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진화하는 독서 스타일

공부에 왕도가 없듯이, 우리 아이들의 책읽기에도 정도가 따로 있지는 않다고 봅니다. 아이들 하나 하나가 제 각각의 개성을 갖고 있고, 각자에게 딱 맞는 자기만의 독서 스타일을 체득하게 되는 것이 정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만,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듯이 아이들의 독서 스타일도 책을 꾸준히 읽으면서 계속 성장합니다. 우리 엄마 아빠들이 해줘야 하는 것은 아이들의 책읽기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잘 다독여 주고 길잡이가 되어 주는것이죠.

아이들이 자라나듯 책읽기도 성장한다고 했는데 아이들의 책읽기는 어떻게 성장을 할까요? 국어사전을 뒤져가면서 정독, 속독 등과 같이 “讀(읽을 독)“자로 끝나는 단어들을 한번 찾아 봤습니다. 앉아서 책만 열심히 읽으면 과거에 급제하고 벼슬길에도 오르던 시절에 선비님들이 글자 하나로 책읽기, 독서스타일에 대해서 참 다양하게 풀어놨더군요. 옛 선현들이 정의한 독서 스타일로 우리 아이들의 책읽기 성장 과정을 한번 풀어봤습니다.

CC BY-NC-ND, Megan Hemphill (Prairie & Co)

아직은 글을 못 읽는 우리 아이들은 그림책을 볼때 귀로는 엄마가 낭독(朗讀)해 주는 소리를 듣고, 눈으로는 그림들을 보면서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우게 됩니다. ㄱ ㄴ ㄷ, a b c… 글자를 배우면서 눈에 익은 글자가 나오면 아이가 소리내어 읽기 시작합니다. 아이의 첫 음독(音讀) 소리를 듣고는 세상을 얻은 양 기쁨과 놀라움에 흥분하고 뿌듯해 한 경험 엄마 아빠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봤을겁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호기심도 점점 커집니다. 눈길 가는대로 손길 가는대로 정신없이 읽어대는 다독(多讀)과 좋아하는 책 한권을 수도 없이 읽고 또 읽는 다독(多讀)의 시기가 온겁니다. 한번 읽은 책은 다시는 안읽으려고 한다고 해서 걱정할 것도 없고, 한권만 무한 반복해서 읽으려 한다고 해서 조바심 낼 필요도 없습니다. 여러가지 책들을 다양하게 읽는 다독이건, 같은 책만 계속해서 여러번 읽는 다독이건 이 시기를 잘 다독여줘야만 책읽기의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으니까요.

좋아하는 책을 반복해서 읽는 다독으로 아이는 어느 순간 송독(誦讀)을 터득하기에 이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책들의 내용을 마치 노래부르듯 암송을 하는 경지에 오르게 되는거죠. 수많은 책들을 거침 없이 다독하면서 아이는 속독(速讀)의 싹을 자기도 모르게 틔우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학교에 가게 되고 단순한 호기심에 머물렀던 지식에 대한 욕구가 아이를 자극하기 시작하면 정독(精讀)이 시작됩니다. 자연스레 묵독(默讀)의 경건함과 숙독(熟讀)의 숙연함을 몸에 익히게 됩니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좋아하는 작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탐독(耽讀)이 시작되고, 속독(速讀)과 적독(摘讀)을 통해 지식의 폭을 넓히고, 좋아하는 책들은 글자 하나 하나를 음미하는 미독(味讀)을 즐기며 통독(通讀)함으로써 생각의 깊이를 더욱 깊게 합니다.

각각의 단계들을 거치는 시기와 순서는 아이들마다 모두 각기 다를겁니다. 중요한 것은 책을 좋아하고 늘 책과 함께 해야 한다는겁니다. 우리 어려서 속독법과 속독학원이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빨리 읽으면 많이 읽을 수 있고, 많이 읽으면 똑똑해진다는 어거지 같은 부모님들의 과욕때문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 옛날 우리 부모님들이 그랬던것처럼 혹시나 속독법만 가르치면 책은 많이 읽을 수 있는거 아닌가, 또는 집중력을 키워서 정독 능력만 키워 준다면 책도 잘 읽고 공부도 잘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시는 엄마 아빠들이 계실수도 있을겁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책읽기는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겁니다. 순서와 시기는 아이들마다 다르지만 아이들이 책과 함께 자라면서 자연스레 몸과 마음으로 터득함으로써 우리 아이만의 독서 스타일이 만들어질때 그 진가가 발휘됩니다.

CC BY Dana C. Voss

어쨌거나 엄마 아빠가 아이의 책읽기에 좋은 길잡이가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엄마 아빠부터 책을 읽는겁니다. 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우리 엄마 아빠들이 책을 좋아하면 됩니다. 부모님이 먼저 책을 읽기 시작하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엄마 아빠 곁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엄마에게 읽어 달라고 할겁니다. 저녁 식사 후 온가족이 거실에 둘러 앉아 책 읽는 모습,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 드라마의 한 장면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 가족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책 읽는 가족, 꿈 꾸는 아이 


※ 참고(출처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 낭독(朗讀) : 글을 소리 내어 읽음
  • 숙독(熟讀) : 글의 뜻을 잘 생각하면서 차분하게 하나하나 읽음. ‘자세히 읽음’으로 순화
  • 미독(味讀) : 내용을 충분히 음미하면서 읽음
  • 탐독(耽讀) : 어떤 글이나 책 따위를 열중하여 읽음. 어떤 글이나 책 따위를 유달리 즐겨 읽음
  • 정독(精讀) : 뜻을 새겨 가며 자세히 읽음
  • 속독(速讀) : 책 따위를 빠른 속도로 읽음
  • 다독(多讀) : 많이 읽음
  • 통독(通讀) :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 읽음
  • 적독(摘讀) : 가려서 읽음
  • 묵독(默讀) : 소리를 내지 않고 속으로 글을 읽음
  • 음독(音讀) : 소리 내어 읽음
  • 송독(誦讀) : 외워서 글을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