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낚시

곰치가 바위 틈에 끼어서 옴짝달싹 못하는 모습을 보고 용감한 멸치 몇 마리가 나섰습니다. 그런데 큰 바위를 치우기 위해 멸치들이 애를 쓰는 모습을 보고 다른 물고기들이 비웃습니다. 그때 고래만 한 물고기가 등장하자 구경만 하고 있던 물고기들이 환호성을 외칩니다. 멸치는 얼른 비키라며 곰치를 위해 제일 먼저 나섰던 멸치들을 비웃는 물고기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래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물고기들은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건 고래가 아니고 고래만큼 커다란 멸치 떼였으니까요. 무리 속의 작은 멸치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외칩니다. 우리는 작지만 고래보다 강해, 우리는 멸치라네, 힘을 모으면 누구보다 힘센 멸치라고, 도움이 필요하면 누구든 우리를 불러~

우리는 작지만 강해 고래보다 더 크지
우리는 멸치라네 하하하하
영차차 힘을 모으면 누구보다 힘센 멸치
힘내자

우리는 멸치 모두 힘을 모으자
우리는 멸치 영차
우리는 멸치다 하하하
도움이 필요한 누구든 우리를 불러
힘내

멸치 한 마리 한 마리의 목소리들이 모여 세상 그 어떤 군가보다도 힘차고 당당한 응원가가 되었습니다. 누구를 위한 노래냐고요? 글쎄요~ 응원과 격려가 필요한 이 세상 모두를 위한 것 아닐까요? 어리석은 지도자로 인해 사는 게 힘들어진 시민들에게 힘내라고, 당신들도 힘을 모으면 이 정도쯤은 거뜬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해 주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바다 낚시

바다 낚시

글/그림 조슬기 | 향출판사
(2023/08/10)

『바다 낚시』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신나는 바다 낚시 이야기입니다. 이상한 건 물고기를 낚는 아이뿐만 아니라 낚이는 물고기들도 모두 신나는 이야기라는 점. 낚싯줄에 매달린 물고기들까지 신나는 이유는 여러분이 그림책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두 번째 이야기는 바로 물고기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입니다. 물고기 말고도 갈매기, 포세이돈, 엄청나게 무섭게 생긴 바다 용의 이야기도 양념으로 등장하니 놓치지 마세요.

물고기들이 들려주는 두 번째 이야기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돋보기가 필요합니다. 돋보기 어디다 뒀더라…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조슬기 작가가 여러분을 위해 책 속에 돋보기 선물을 담아두었으니까요. 위에 멸치 떼들이 낚싯줄을 물고 바다 위로 솟구치는 장면처럼 『바다 낚시』의 모든 장면에는 낚싯줄이 나옵니다. 그리고 낚싯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냥 선이 아니라 깨알 같은 글씨들이 여러분이 읽어주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고기 주변이나 바닷물 속에도 돋보기 없이는 보기 힘든 아주 작은 글자들이 있으니 어느 것 하나 놓치지 말고 꼼꼼하게 잘 읽어보세요.

깨알처럼 작은 글씨로 쓰인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개복치 이야기와 책 읽는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 맛보기로 살짝 들려 드립니다.

지느러미를 지나, 배를 지나, 등을 지나, 꼬리를 보려고 하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요. 왜냐하면 개복치는 꼬리가 없어요. 쉿! 개복치가 가장 상처받는 말이니 속으로만 놀래야 해요.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세요.

개복치는 유리 멘탈로 유명하죠. 개성 넘치는 개복치의 생김새와 멘탈이 약하다는 특성을 재미있게 담아냈습니다. 바다 생물들의 생태에 대한 이야기는 덤입니다. 저 역시 이 책 덕분에 대왕조개를 ‘거거’라고 부른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답니다.

어떤 책은 우리를 우주 한가운데로 데려다주고, 어떤 책은 깊은 바닷속으로 데려다주어요. 또 아주 작은 새 한 마리를 따라 온 세상을 누빌 수도 있어요. 하늘을 나는 비행기나, 하늘을 넘어 우주로 날아가는 로켓 이야기, 집보다 더 큰 배가 바다 위를 깃털처럼 나는 비밀도 알 수 있어요. 운이 기막히게 좋으면 바닷물로 만든 컵으로 바닷물을 마실 수 있는 방법이 나오는 책도 만날 수 있지요. 책은 보물 상자예요. 비밀의 방이에요. 마음을 채우는 우물이에요. 걱정을 덜어 주는 인형이에요. 어디든 데려다주는 여행 가방이에요. 책을 펼쳐요.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줄지 기대하면서요.

이 세상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죠. 세상 곳곳을 일일이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지만 책을 펼치기만 하면 우리를 이야기가 있는 이 세상 어디로든 데려가 준대요. 그게 바로 책을 읽는 즐거움이죠.

보는 재미 읽는 재미 가득한 조슬기 작가의 『바다 낚시』 놓치지 마세요!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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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책
2023/09/09 12:15

<어린이라는 세계>를 쓴 김소영 작가가 “책을 사치하세요”라고 말한 것이 생각납니다.
놓치지 않아야 할 그림책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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