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별

내게는 할머니가 한 분 계셔요.
할머니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내 곁을 떠나신 적이 없지요.

손녀 딸이 태어나던 순간부터 단 한 번도 곁을 떠나지 않고 애지중지 돌보시던 할머니, 그런 할머니가 어느해 겨울 갑자기 쓰러지셨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올 겨울을 넘기시기 힘들 것 같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합니다. 가까스로 기력을 되찾고 다시 집으로 모셔온 할머니의 힘없는 눈빛은 왠지 당신이 떠날 날을 이미 알고 있는 것만 같아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나이 어린 손녀의 마음까지 먹먹하게 만들고 맙니다.

‘올 겨울을 넘기시기 힘들겠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가족은 매달립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찾아 오지만 가족들은 할머니 방에 들어갈 때면 꼭 겨울옷을 싸매입고 들어갑니다.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온지도 한참 지나고 벌써 초여름을 맞았지만 손녀 딸은 찬 바람에 온몸이 꽁꽁 얼고 손이 시려운듯 오들오들 떨며 할머니 품에 와락 안깁니다. 그럴때면 할머니는 손녀 딸의 손을 가느다란 당신의 손으로 꼬옥 감싸쥐고는 ‘호오~’하고 따스한 입김을 불어 주십니다.

우리는 기나긴 겨울을
할머니와 함께 보낼 수 있어서
무척 행복했어요.

이제 다시는 할머니의 환한 웃음을 볼 수는 없지만
마음속으로 언제나 기억할 거예요.

할머니, 편히 쉬세요.

세상은 봄을 지나 여름을 맞이 하고 있었지만 아들 며느리 내외와 손녀 딸아이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할머니는 기나긴 겨울을 보내셨죠. 그리고 화창한 6월의 어느 날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을 떠나십니다. 세상에서 가장 길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신 뒤에 말입니다.

손녀 딸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언제나 함께 해 준 할머니, 그리고 그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 보는 손녀 딸… 늘 손녀 딸 곁에서 삶의 의미를 하나씩 하나씩 일깨워주시던 할머니는 아주 긴 여행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손녀 딸에게 또 한조각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 주십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고리는 손녀의 아이에게로, 또 손녀의 손녀에게로 새로이 시작되고 되풀이되겠죠.

글, 그림 모두 편안하고 따스한 그림책 “아름다운 이별“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이별
책표지 : Daum 책
아름다운 이별

이철환 | 그림 흩날린 | 주니어RHK

아름다운 이별“은 이철환 작가의 ‘연탄길 시리즈’에 수록된 글들 중에서 골라서 그림책으로 만든 ‘마음을 나누는 연탄길’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참고로 ‘연탄길 시리즈’는 2000년 초판이 출간된 이후 문화관광부 추천 도서, 3년 연속 서울시 교육청 추천 도서 등으로 선정되는 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중 11편은 KBS ‘TV 동화 행복한 세상‘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고 해요. 특히 오늘 소개한 “아름다운 이별“은 초등학교 5학년 읽기 교과서에도 수록되었다고 합니다.

그림은 ‘흩날린‘이란 독특한 예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렸습니다. “덕혜옹주“의 표지 그림과 비슷한 느낌이어서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같은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이 맞았습니다.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의 표지도 그렸더라구요. 아름다운 색채와 섬세한 그림 속에 가녀린 수줍음과 따스하고 여린 마음을 담아내는 그림 작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 마음을 나누는 연탄길 시리즈


비슷한 느낌의 그림책 : 마레에게 일어난 일


Mr. 고릴라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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