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민들레는 봄이 되고 싶었어요. 개구리는 봄이 되고 싶었어요. 반달곰도 네발나비도 진달래도 봄이 되고 싶었어요. 오늘일까 내일일까 깨금발 동동 구르며 봄을 기다리던 연이는 스스로 봄이 되고 싶었어요.

이제나저제나 봄이 올까 고대하고 기다리던 생명들이 하나둘 깨어났어요. 잠에서 막 깨어난 개구리는 차가운 물에 텀벙 뛰어들었고 아직 바람이 차지만 양지바른 곳에서는 민들레가 꽃을 피웠어요. 봄 냄새를 맡으며 기지개를 켜고 반달곰이 깨어났고 발그레 연분홍 빛깔로 꽃망울 부풀리며 진달래도 깨어났지요. 눈부신 하늘로 날아오르며 네발나비도 깨어났어요. 산뜻한 봄옷으로 갈아입은 연이도 작은 발걸음 내디디며 봄마중 나왔습니다.

그런데 어, 이상해!
씽씽 쌩쌩, 바람이 너무 차가워.
햇볕은 너무 약하고.
“어우, 추워!”
“봄인 줄 알았는데, 아직 아닌가 봐.”
“봄이 되려면 더 기다려야 하나 봐.”
다들 몸을 움츠렸어.

쌩쌩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봄마중 나온 연이도 네발나비도 진달래도 반달곰도 민들레도 개구리도 모두 모두 몸을 움츠리고 말았어요. 나뭇가지가 휘청일 만큼 불어오는 바람, 진달래꽃봉오리 무색하리만치 매섭게 몰아치는 꽃샘추위에 움츠린 생명들, 다들 너무 서둘러 나온 것일까요?

그런데 움츠렸던 연이가 고개를 들고 이렇게 말했어요.

“아니야!
개구리가 나오고
곰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꽃이 피고
나비가 날면 봄이잖아.”

그제야 모두가 깨달았어요. 바로 자신이 봄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가 봄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봄은 봄을 불러 모았어요. 잠든 듯 고요했던 세상이 봄이 부르는 소리에 마법처럼 깨어났어요. 새싹들이 여린 손을 내밀고 꽃들은 펑펑 꽃망울을 터뜨리고 나무는 물을 쭉쭉 빨아들이고 새들은 노래하고 동물들은 소리 지르고 아이들이 팔 벌려 뛰는 아름다운 봄, 완전한 봄!

그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봄.
봄이야.

봄이 오기 전 옷깃을 여밀 만큼 매섭게 찬바람 부는 날도 있고, 펑펑 눈 내리는 날도 있기 마련이지요. 그렇다고 어디 계절이 거꾸로 되돌아가던가요. 도로 겨울로 거슬러 가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우리가 봄을 여기까지 불러내온 것을요. 우리 마음이 이미 봄인 것을요. 우리가 봄인걸요!


봄이다
책표지 : Daum 책
봄이다

정하섭 | 그림 윤봉선 | 우주나무
(발행 : 2017/03/03)

한겨울 땅 속 깊은 곳에서 꾸는 꿈, 메마른 가지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봄을 기다리는 그 마음이야말로 진짜 봄의 본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계절이 계절을 불러오는 마법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닌 우리들의 간절한 바람 덕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봄을 기다리며 겨우내 꿈꾸는 생명 자체가 봄이라는 멋진 이야기가 담긴 “봄이다”는 봄의 본질을 아이들의 언어로 그려낸 그림책이에요.

책장이 한 장 두 장 넘어갈 때마다 서서히 그림책 속에 번져 가던 봄 풍경이 마지막에 이르러 생명력 가득한 봄빛으로 변신하는 모습이 마음 가득 기쁨과 설렘을 안기는 그림책 “봄이다”, 세밀화로 그려낸 그림에 봄의 마음을 담아낸 글이 포근하고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 계절을 느껴요 1 : 봄 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