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도심 빽빽한 건물 숲을 헤치고 자동차 한 대가 길을 나섭니다. 무언가 즐거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예감…… 오랜 시간을 달려 자동차가 멈춘 곳은 아담하고 단아한 집 한 채가 있는 한적한 시골 할머니 댁, 오랜만에 만난 손주를 바라보는 할머니 할아버지 눈빛에서 꿀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고만고만한 건물들만 보였던 도시의 창밖 풍경과 달리 생기 가득한 할머니 댁 창 너머 풍경들. 창밖으로 보이는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걷습니다. 강아지도 그 길을 함께합니다. 깊어지고 울창해지던 숲의 끝자락에서 만난 것은 잔잔하고 고요한 호수였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 같은 맑고 평화로운 호수……

긴 여름 하루를 보낸 후 나무 테라스에 앉아 무심코 밤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짙푸른 빛으로 가득한 여름 밤하늘을 총총 수놓은 수많은 별들…… 별들이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와 하나하나 콩콩 박히는 아련한 여름 밤입니다.

지난 여름은 어느새 시간 속으로 사라지고 없지만 계절이 주고 간 향기, 감촉, 느낌은 마음속 깊이 남아있습니다. 촉촉한 여름 숲 내음,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비쳐 드는 눈부신 햇살, 발끝을 간질이는 호수의 잔잔한 물결, 살갗을 스치는 기분 좋은 바람, 밤하늘의 별들, 그리고 가족들의 정겨운 웃음소리들…… 좋은 기억들을 떠올릴 때면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지난 여름
책표지 : Daum 책
지난 여름

글/그림 김지현 | 웅진주니어
(발행 : 2017/09/19)

캄캄한 밤입니다. 아니 짙푸른 밤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네요. 짙푸른 밤, 울창한 나무들이 둘러싼 동그란 밤하늘에 별들이 가득합니다. 세로로 길게 쓴 “지난 여름”이라는 글자도 여름 밤하늘에 박힌 별 같아요. 제목 아래 더 작게 쓴 작가 이름은 아득하게 여운을 남기는 쉼표 같고요. 소년이 본 밤하늘이 바로 이 하늘입니다. 소년이 본 별, 우리가 본 별…… 고개를 뒤로 젖히고 올려다본 밤하늘이 나를 내려다보면서 다정하게 웃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얇은 붓을 사용해 잉크를 여러 번 덧칠해 표현한 그림으로 지나간 시간과 추억들을 감성적으로 보여줍니다. 여름 어느 날 단잠에 빠져 꾸었던 꿈같은 순간들이 그림책 속에 펼쳐집니다. 한 장 한 장 주인공 소년을 따라 다시 돌아보는 지난 여름의 추억들이 마음에 햇살 한 조각을 남겨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