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아저씨

살포시 포갠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수줍게 웃으며 ‘오, 괜찮은데?’라고 말하는 아저씨 표정만 봐도 하루가 환해지는 기분입니다. 미소만큼이나 곱고 환한 화관은 아저씨와 또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요. 저만치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해님같이 동그란 아저씨 머리에는 머리카락이 딱 열 개! 든 자리보다 난 자리가 훨씬 많이 보이지만 햇살처럼 환한 아저씨 얼굴에서 심각함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어요. 아침이면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으로 이런저런 새로운 머리 모양을 만들면서 아저씨는 늘 이렇게 말했어요.

“오, 괜찮은데?”

마침내 열 가닥의 머리카락이 모두 빠져버리자 아저씨는 반짝반짝 빛나는 머리 위에 어여쁜 화관을 만들어 쓰고는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오, 괜찮은데?”

꽃도 웃고 아저씨도 웃고 동물 친구들도 웃고 보는 우리도 웃고 우리를 따라 세상도 커다랗게 웃습니다. 히히히 하하하 호호호… 괜찮아 아저씨가 전해주는 초긍정 에너지에 온 세상이 연초록빛 웃음 천국으로 변했습니다. 괜찮아 아저씨, 괜찮아 아줌마, 괜찮아 아빠, 괜찮아 엄마, 괜찮아 할머니, 괜찮아 할아버지, 괜찮아 언니, 괜찮아 삼촌, 괜찮아 오빠, 괜찮아 고모, 괜찮아 이모부…… 괜찮다고 하하호호 웃는 괜찮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그런 둥글둥글 여유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괜찮아 아저씨
책표지 : Daum 책
괜찮아 아저씨

글/그림 김경희 | 비룡소
(발행 : 2017/01/13)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열 가닥 머리카락이 매일매일 한 올 한 올 빠져 아홉 가닥이 되고 여덟 가닥이 되고 마침내 한 가닥도 남지 않게 되었지만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언제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면서 ‘괜찮다’고 말하는 괜찮아 아저씨, 동글동글 단순하게 그려진 캐릭터들이 괜찮아 아저씨의 긍정 이미지를 잘 살리고 있습니다. 파스텔톤의 밝고 화사한 색감은 이야기를 더욱 경쾌하게 보여주고 있죠. 괜찮아 아저씨의 머리카락이 한 가닥씩 빠질 때마다 자연스럽게 남은 아저씨의 머리카락으로 수세기 놀이를 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다양한 방법으로 아저씨의 남은 머리카락을 정리하면서 새롭게 변신하는 아저씨의 헤어 스타일을 보는 재미도 아주 쏠쏠합니다.

해피 바이러스가 꽃처럼 햇살처럼 한가득, 아저씨의 웃는 눈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책 “괜찮아, 아저씨”, 그림책을 읽고 나면 절로 한 마디 하게 됩니다. ‘오, 이 그림책 괜찮은데…?’라고요. ^^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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