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심기

제법 따가운 초여름 햇볕 아래 할머니는 콩을 심고 손녀는 따라다니며 손을 거듭니다. 할머니의 구수한 사투리 따라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 주고 비료 주고, 서툰 손 끝에 궁금한 게 생기면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면서 조손이 가꾸는 콩밭은 조금씩 조금씩 익어갑니다.

콩 심기

콩은 서너 개씩 넣어.
콩알이 요만하면 흙을 요 세 배를 덮어.
뭐에게나 깨 세 개면 깨 쪼오께 덮어.
말하자면 무슨 곡식이든지
그 곡식을 불리기 위해서 세 배를 덮으면 돼.

할머니가 한평생 흙에서 손끝으로 일군 경험은 손녀의 삶을 성실하게 합니다. 무슨 곡식이든 그 곡식을 불리기 위해서는 심은 곡식의 세 배만큼 흙을 덮으라는 할머니 말씀. 살아보니 농사일뿐만 아니라 우리 사는 게 다 거기에 들어맞습니다.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이 있나요? 원하는 바가 있으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말라는 말씀이시겠죠.

싹이 자라길 기다리기

어느 해에는 콩이 많이 여도,
집만 지고 이파리만 새파랗게 있어.
이파리가 누우래 떨어져가고 있어야 헌디
이파리가 시퍼레가꼬 콩은 없어.
그것 보고 우덜 말로 콩이 청초났다 혀.
우리가 어떻게 헐 수 없어.
해 잘 들고 비 많이 와도
해운이 없음 암 것도 안 돼.
그냥 농사 잘 되길 기다려야제.

흙을 드문드문 파서 골라 놓고, 물을 축축하게 찌끄리고, 흙과 비료를 섞어 준 뒤 잡초들 뽑아 내고 땅이 잘 마르지 않도록 비닐을 잘 덮어준 다음 구멍을 뚫고 콩을 심었습니다. 콩이 새파래 올라오면 새들이 따 먹어 버리지 못하도록 그물도 쳐 주고 난 다음 할 일은 뭘까요?

할머니는 기다리라고 하십니다. 제 할 일 다 했다면 해 잘 들고 비 넉넉히 오길 기다리면 된다고. 굳이 또 한 가지 할 일이 남았다면 그냥 농사 잘 되길 마음으로 바라는 것?

‘그냥 농사 잘 되길 기다려야제.’라는 조금은 허탈한 것 같기도 한 할머니 말씀에는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겠다는 뜻 뿐만 아니라 올해 농사 망치더라도 나는 내년에 또 콩을 심겠노라는 굳은 의지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림책 속 할머니가 밭에서 깨작거리는 손녀 딸에게 궁시렁궁시렁 사투리로 잔소리하는 모습 보고 나니 마음 속에 이런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 해라,
최선을 다 했다면 결과를 기다려라,
결과가 네 맘에 차지 않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 힘 써라!


콩 심기

콩 심기

글/그림 신보름 | 킨더랜드
(발행 : 2018/08/15)

“콩 심기”는 손녀가 기록한 할머니의 농사일기입니다. 할머니의 지혜를 배우며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은 손녀의 마음을 판화 그림에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콩 심기

병풍 형식으로 제본된 책은 앞면을 펼치면 하루하루 기록된 콩 농사 과정이 한 눈에 보이고, 뒷면은 콩을 다 심은 후 싹이 나고 자라서 수확하기까지 콩밭과 주변 풍경의 변화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무엇보다도 할머니의 구수한 사투리를 잘 살려내 책 읽는 맛을 한껏 살려낸 점이 마음에 듭니다.

78세 옥님 할머니가 들려주는 콩 심는 방법, 궁금하지 않나요? 할머니의 삶의 지혜와 격려가 담긴 그림책 “콩 심기”, 올 한 해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온 이들에게, 이제 곧 그 결과를 눈 앞에 두고 가슴 졸이는 이들에게 권합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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