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긴 사람이 있었습니다

팔이 긴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모기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팔이 긴 사람의 오른쪽 뺨에 살포시 내려앉았어요. 아, 생각만 해도 근질근질 따꼼따꼼…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내 소중한 피 한 방울 빼앗기기 전에, 눈치 빠른 모기가 달아나기 전에 빨리 서둘러야 하는데… 잠시 보는 것만으로도 조바심이 일어납니다. 어서 어서 어서!  내 마음을 알아차렸을까요? 팔이 긴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오른쪽 볼에 내려앉은 파리를 잡기 위해 왼쪽 팔을 쭈욱 뻗었죠.

긴 팔이 ———쭈욱— 쭉 뻗어나갑니다. 쭉쭉 늘어나는 고무줄 같기도 하고 그 옛날 가제트 형사 팔 같기도 해요. 이제쯤이면 찰싹 소리가 날까 기대했는데, 그 긴 팔은 길어도 너~~~~무 길어요. 아파트 창문 넘어 쭉쭉, 육교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쭉쭉, 슈웅 목욕탕을 재빨리 지나 잠든 어미 개를 조심스럽게 피해 쭉쭉, 긴 팔을 따라 동네 한 바퀴. 동네 구경을 시작합니다.

팔이 긴 사람이 있는 동네에는 갓 태어난 귀여운 강아지들도 있고, 킥보드를 타며 즐겁게 노는 아이들도 있어요. 긴 팔을 쭉쭉 펼치는 와중에도 요리조리 조심해야 할 곳은 세심하게 피하고, 개구쟁이 아이들과 한바탕 놀기도 하고, 꼬부랑 할머니 머리 위의 무거운 짐을 들어주기도 해요. 그렇게 세심하고 상냥하고 예의 바른 긴 팔을 따라 재미있게 동네 구경하다 보니 까맣게 잊었어요. 긴 팔이 왜 여기에 있지? 여기서 뭐 하는 거였더라…^^ 하지만 긴 팔은 잊지 않고 목적지를 정확하게 찾아갔어요.

한 바퀴 멀리 돌아 오른쪽 창문으로 들어온 팔. 드디어 모기 앞에 도착했습니다. 단호하고 엄숙한 자세로. 그 긴 여행을 하는 중에도 모기는 여전히 팔이 긴 사람 뺨에 붙어있었군요. 이제 남은 일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길게요.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이야기, 마지막 반전을 확인해 보세요. 더 큰 웃음이 남아있답니다.


팔이 긴 사람이 있었습니다

팔이 긴 사람이 있었습니다

글/그림 현민경 |
(발행 : 2020/06/22)

팔이 긴 사람 뺨에 붙은 모기 한 마리에서 시작된 유쾌한 상상. 보는 이의 마음은 조급하기만 한데 팔이 긴 사람의 호흡은 기나길어요. 긴 팔이 쭉쭉 펼쳐지며 온 동네를 돌고 도는 동안 조급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면서 느긋해지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긴 팔이 다음 장엔 누구를 만날까? 그다음엔 어떻게 되지? 하면서 다음을 기대하고 그다음 풍경을 기대하게 되죠. 팔이 펼쳐지는 동안 벌어지는 따뜻한 풍경은 어느새 바라보는 이의 마음까지 넉넉하게 품어줍니다.

‘팔이 긴 사람이 있었습니다’로 읽고 ‘팔도 길고 마음도 깊은 사람이 있었습니다’로 해석하게 되는 그림책, 따뜻한 마음이 그리울 때 읽으면 좋은 재미있고 유쾌한 그림책 “팔이 긴 사람이 있었습니다”. 나도 이런 팔이 있을까? 내가 가진 것을 이렇다 저렇다 투덜대기 전에 그것을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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