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못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처음 이 노래를 들었던 건 대학 일학년 때 첫사랑 남자 친구로부터…🙃 기타 연주와 함께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던 그 시간을 떠올리면 마음이 애잔해집니다. 스무 살 우리만큼이나 순수하고 슬프고 애달픈 느낌의 곡이었지요.

어딘가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자연스레 발길을 멈추고 돌아보게 됩니다. 그 시절 어느 풍경 속에서 여전히 순수하고 예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림책으로 다시 만난 작은 연못, 찬찬히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나도 모르게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먼-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작은 연못

작은 연못

김민기 | 그림 정진호 | 창비
(발행 : 2021/05/11)

1972년 발표된 김민기 작사 작곡 “작은 연못”“아침 이슬”과 함께 오랜 시간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던 아픈 역사가 숨어있는 곡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서슬 퍼런 독재 시절의 울분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남북 분단이란 비극의 아픔으로 저마다 다른 느낌 다른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이 노래가 발표된 지 어느덧 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2021년, 그림책으로 재탄생한 “작은 연못”은 어떤 모습일까요?

연못 속을 헤엄치던 예쁜 붕어 한 마리, 물풀 사이 숨어있는 친구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다가가는데… 맑고 파란 작은 연못인 줄 알았던 붕어의 세상이 그만 뒤집힙니다.

작은 연못

붕어가 살았던 곳은 연못이 아닌 대형 할인 마트 안에 자리 잡은 수족관, 깊은 산은 뾰족뾰족한 마트 지붕, 오솔길은 카트가 지나다니는 회색빛 에스컬레이터였지요. 붕어는 마트 수족관을 나와 작은 어항에 담겨 어느 가족을 따라가게 되었어요.

삭막한 도시 풍경 속 빨간 자동차 한 대가 달려갑니다. 한참을 달려가던 자동차가 끼-익 소리를 내더니 멈추어 섰어요.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선 빨간 장화, 텅 빈 어항… 어항 속 붕어는 어디로 간 걸까요?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다음 장을 열어보니 아담한 예쁜 연못이 그림처럼 그려져 있어요. 그 맑고 파란 작은 연못으로 퐁당 뛰어들어가는 붕어의 작은 꼬리가 보입니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만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에요. 이제 모두의 마음에서 찰랑일 파란 연못, 그곳에서 살아갈 예쁜 붕어. 기나긴 어두운 시간 속에서도 뭇사람들 마음속에서 살아남은 이 노래처럼 연못도 붕어도 오래오래 살아남아을 거예요. 우리가 지켜줄 거니까요.

새롭게 풀어낸 빛과 희망의 변주곡 “작은 연못”, 빨간색은 희망의 상징으로, 생명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세상은 짙은 파란색으로, 상실과 고립은 회색으로 심플하게 표현한 정진호 작가의 그림이 돋보입니다.

김민기 작은 연못 듣기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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