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흰나비 알 100개는 어디로 갔을까?
책표지 : 길벗어린이
배추흰나비 알 100개는 어디로 갔을까?

글/그림 권혁도 | 길벗어린이

가온빛 추천 그림책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배추흰나비 알 100개는 어디로 갔을까?”는 그림책 제목 그대로 배추흰나비가 낳은 100개의 알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비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생태 그림책입니다. 나비 한 마리가 100개나 되는 알을 낳는다고 생각하니 놀랍지 않나요? 알에서 깨어난 100마리의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 다시 100개씩 알을 낳는다면 순식간에 세상은 온통 배추흰나비 천지가 될 것 같은데…… 과연 그럴까요?

배추흰나비 알 100개는 어디로 갔을까?

밥알보다 훨씬 작은 배추흰나비 알은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점점 노랗게 변합니다. 알 속에서 애벌레가 자라기 때문이죠. 그런데 100개의 알 중 일부의 배추흰나비 알 속에 알벌이 자신의 알을 낳았어요. 알벌이 알을 낳은 배추흰나비 알 속에서는 나비 애벌레가 아닌 알벌이 나오게 됩니다. 배추흰나비 알 속에는 알벌들이 자랄 영양소가 아주 풍부하대요. 이렇게 100개의 알 중 일부는 알에서 깨어나지도 못하고 알벌에게 희생을 당하고 말았어요.

세밀화로 그려진 메인 그림의 배경으로 그려진 것도 배추흰나비의 알들입니다. 배경에 있는 나비 알의 숫자가 궁금해 세어보니 정말로 100개가 되네요.^^

배추흰나비 알 100개는 어디로 갔을까?

100개의 알 중에서 애벌레가 된 것은  76마리입니다. 배경 그림도 알에서 애벌레로 바뀌었습니다. 배추흰나비 애벌레는 껍질을 뚫고 나오자마자 입에서 실을 토해 발판을 만들어요. 발판을 딛고 있으면 바람이 불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렵게 애벌레가 되었지만 애벌레로 살아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에요. 비라도 오는 날엔 빗방울에 빠져 죽거나 빗물에 씻겨서 떨어지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58마리의 애벌레가 살아남았지만 애벌레에게 위험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거미에게 먹히고, 배추벌레살이고치벌이 배추흰나비 애벌레 몸 속에 자신의 알을 낳기도 해요. 그 때마다 애벌레 숫자는 점점 줄어들어요.

배추흰나비 알 100개는 어디로 갔을까?

이렇게 알벌들에게 당하고, 내리는 빗물에 휩쓸리고, 거미에게 잡아먹히고, 배추벌레살이고치벌(이름이 엄청 길죠?^^)한테 당하고 남은 애벌레는 35마리입니다. 배추흰나비애벌레는 나비가 될때까지 다섯 번 허물을 벗는데, 허물을 한 번 벗을 때마다 애벌레의 몸집이 점점 커집니다. ‘이제 제법 자랐으니 안전해졌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천적으로부터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요. 애벌레는 다리무늬침노린재나 별쌍살벌에게도 먹힙니다.

배추흰나비 알 100개는 어디로 갔을까?

100개의 알 중에서 살아남은 19마리 애벌레는 입에서 실을 뽑아 몸을 감고 번데기가 될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그 중 몇 마리의 몸 속에서는 배추벌레살이고치벌 애벌레들이 깨어나와 배추흰나비 애벌레 몸에 고치를 지어요. 우글우글 기어나오는 배추벌레살이고치벌 애벌레, 으~하고 놀라지만 이 그림책에서는 생존 게임 한복판에 있는 배추흰나비와 천적인 배추벌레살이고치벌의 입장도 이야기하고 있어요. 배경 그림을 잘 보면 왼쪽엔 배추흰나비 애벌레의 관점에서, 오른쪽 그림엔 배추벌레살이고치벌의 애벌레들의 관점에서 각각 자신들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배추흰나비 애벌레로 경단을 만드는 별쌍살벌의 이야기들어볼까요?

애벌레로 어떻게 경단을 만드느냐고?
우선 딱딱한 머리를 똑 떼버리고,
잘근잘근 씹어서 동글동글 빚으면, 애벌레 경단이 돼.
어서 우리 아가들한테 갖다 줘야지.

이렇게 자연 속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먹고 먹히며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책을 통해 생명들이 이어가는 생태계의 평형과 순환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배추흰나비 알 100개는 어디로 갔을까?

그 많은 알들 중 8마리의 애벌레만이 번데기로 변했어요. 마지막으로 허물을 벗은 애벌레는 일주일만 무사히 넘기면 진짜 나비가 됩니다.  하지만 번데기 상태에서 배추벌레살이금좀벌들이 몰려와 번데기 몸 속에 알을 낳거나 새들에게 잡아먹히기도 해요.

배추흰나비 알 100개는 어디로 갔을까?

번데기 2마리에서 나비가 나옵니다. 등 허물을 가르고 밖으로 나온 나비는 축축하게 젖은 날개를 말리고 돌돌 말린 입도 쭉쭉 편 후, 날개가 마르면 곧장 날아갈 예정이었어요. 하지만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죠. 그렇게 빛을 본 나비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꽃에서 꿀을 먹다 사마귀에게 잡아 먹히고 한 마리만 살아 남아 멀리멀리 날아갔어요.

배추흰나비 알 100개는 어디로 갔을까?

100개의 알 중에서 살아남은 단 한 마리, 그 나비가 채소밭에서 짝을 만납니다. 짝짓기를 마친 배추 흰나비 역시 채소밭 여기저기 많은 알을 낳겠죠.  그렇게 배추흰나비는 생명의 순환 고리를 이어갑니다.

제 딸이 열 살 때 영월 곤충박물관에서 ‘우화에 실패한 곤충 표본’을 본 적이 있어요. 전 그냥 보고지나쳤는데 아이는 그게 굉장히 충격이었는지 그 날 일기에 곤충들은 다 쉽게 사는 줄 알았는데, 깨어나지 못한 채로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다고 쓴 걸 보고 저도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아이가 깨달은 사실을 저는 왜 못 깨달았을까 하면서요.^^ 이 그림책을 읽다보니 문득 그 때 기억이 떠오르네요.

100개의 알이 모두 깨어나지 못한 채 다양한 이유로 점점 사라지지만 그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끝까지 살아 남은 알들이 성장을 하고 마침내 눈부시게 날아오르는 장면을 세밀화로 표현한 “배추흰나비알 100개는 어디로 갔을까?”를 읽다보면 누구에게도 쉬운 삶은 없다는 사실과 함께 누구에게나 생명은 참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밀화로 배추흰나비의 삶을 감성적으로 그려낸 이 그림책의 권혁도 작가는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식물도감“,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동물 도감”, “세밀화로 그린 곤충도감” 등 세밀화를 전문적으로 그려온 작가입니다. 권혁도 작가의 세밀화는 사진과는 아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그것은 한순간에 피사체를 찍어 보여주는 사진과는 달리 오랜시간 관찰한 후 살아 있는 생명체가 가진 자연스러운 느낌을 세밀화에 담아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건강한 감수성이 섬세하게 살아 있는 세밀화 그림에는 그림을 그린 이의 따뜻한 마음까지도 담겨있습니다.

“배추흰나비가 백 개의 알을 낳는다면, 과연 몇 마리나 나비가 될 수 있을까요?
백 개의 알 가운데 대부분은 알 또는 애벌레 시절에 누군가의 먹이가 되거나 빗물에 휩쓸려 살아남지 못합니다. 나풀나풀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배추흰나비도 나비가 되기까지 힘겨운 여정을 거치고, 그 과정에서 여러 생물의 먹이가 되어 생태계 전체에 기여한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그림책과 놀이 : 나비 한살이 체험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