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온 아이
책표지 : 담푸스
숲에서 온 아이 (원제 : Wild)

글/그림 에밀리 휴즈 | 옮김 유소영 | 담푸스

가온빛 추천 그림책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오늘의 그림책 이야기는 “숲에서 온 아이”입니다. 풍부한 색감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아이들이 아주 좋아할 겁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제시해 주고 있어 엄마 아빠들에게도 꼭 권해드리고 싶은 그림책입니다.

숲 속에서 사는 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아이가 언제 어떻게 숲에서 살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숲이 아이의 집이란 건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숲 속의 모든 동물들이 아기를 보살폈습니다. 새들은 아이에게 말하는 법을, 곰은 먹는 법을, 여우는 노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이는 아주 행복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을 지나던 사람들이 아이를 발견합니다. 사람들은 아이를 안전하게 보살펴주기 위해 사람들이 사는 도시로 데려갑니다. 아이의 집은 바로 이 숲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사람들은 아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아이도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야생에서 자란 아이를 도시로 데려간 사람들이 아이에게 제일 먼저 한 일은 아이를 ‘사람답게’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일은 신문에 나올만큼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고 그들의 관심사는 아마도 이 야생에서 온 아이가 과연 ‘사람답게’ 바뀔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거였겠죠.

온 도시가 야생의 아이를 주목하고 있었지만 정작 아이의 표정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드는 사람도 당연히 없었구요. 아이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이 하나 없는 사람들의 세상이 아이에게 낯설고 불편한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아이의 언어를 무시한 채 자신들의 말과 글을 강요하지만 아이는 갑갑하기만 합니다. 새들에게 말하는 법을 배울 때는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주고 받으며 소통하기 위한 것이었기에 배우면 배울수록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고 그래서 한 마디라도 더 배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말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은 새들과는 출발부터가 달랐습니다. 선생님은 공명심으로 인해 마음이 급했습니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기에 아이에게 사람의 말과 글자를 가르치는 것을 보란듯이 성공하고 싶었을 뿐 아이와의 소통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습니다. 아이 역시 왜 배워야 하는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하기만 할 뿐입니다.

먹는 법도 마찬가지입니다. 곰은 아이에게 아무것도 가르치려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이에게 자신들이 먹이를 사냥하고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입니다. 아이가 자연스레 따라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리고 아이가 익숙해질 때까지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줬습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먹이 사냥에 성공했을 때는 아이와 함께 진심으로 기뻐해 주었구요.

하지만 사람들은 달랐습니다. 서로 말도 통하지 않는데 다짜고짜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먹는 법부터 가르치려고 합니다. 숲에서 자란 아이에게 손으로 들고 먹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미개하다는 듯 양 미간을 찌푸린 채 바라봅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사람들과는 먹는 것 조차 함께 즐기지 못하는구나 싶어 갑갑하기만 합니다.

심지어 노는 것 조차 사람들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숲에서 여우들과 놀 때는 규칙 따위는 없었습니다. 서로 물고 뜯고 할퀴며 뒤엉켜 놀 때 원칙은 딱 한 가지 뿐이었을 겁니다. 바로 ‘즐겁게, 신나게, 재미있게’ 뭐 이런 거 아니었을까요? ^^

그런데 사람들은 놀이 조차 지켜야 할 규칙들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말썽 피우지 말 것, 여자 아이는 인형, 사내 아이는 칼과 권총, 깨끗하고 얌전하게 놀 것, 정리정돈 잘 할 것, 놀이도 교육의 연장이다…… 등등 말이죠.

무엇보다도 중요한 차이는 여우는 함께 부대끼며 놀아주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같이 놀지는 않고 자신을 지켜 보며 잔소리만 합니다.

숲 속에서 행복하기만 했던 아이에게 사람이 사는 세상은 지루하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더 이상 사람들이 사는 도시에서의 삶을 견딜 수 없었던 숲에서 온 아이, 아이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 멀리 숲 속에는 다시 아이가 살아요.
어떻게 숲으로 돌아갔는지 모두가 알고 있지요.
숲이 아이의 집이라는 것도 모두 알고 있고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아이는 절대로 길들일 수 없거든요.

결국 아이는 숲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예전처럼 다시 행복해졌답니다. 그런데, 숲 속 친구들 중에 못보던 녀석들이 있네요. 사람들 세상에서 잠시 머물 때 아이와 유일하게 교감했던 친구들, 개와 고양이도 도시를 떠나 숲에서 살기로 했나봅니다.

“숲에서 온 아이”는 개성 넘치는 그림이 이야기의 맛을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숲에서 온 아이, 아이를 돌보는 숲 속의 동물 친구들, 아이를 도시로 데려간 사람들, 사람들에게 둘러 싸인 아이의 곁에 함상 함께 있어주는 개와 고양이 등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무엇보다도 숲에서 온 아이의 헤어 스타일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제멋대로 헝클어진 아이의 초록빛 머리카락은 그 자체가 숲 처럼 느껴지면서 숲 속에서 느끼는 아이의 자유로움과 행복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숲에서 아이와 함께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든 동물들은 바로 우리 아이들의 모습 아닐까요? 우리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강요하는 꿈이 아닌 자기 스스로 꿈 꾸는 삶을 살아가길, 세상에 길들여지기보다는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작가의 바램이 우리 아이들, 그리고 엄마 아빠들에게 전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 와일드 보이 : ‘아베롱의 야생 소년’을 소재로 한 모디캐이 저스타인의 그림책입니다. 프랑스의 아베롱에서 발견된 한 야생 소년에게 인간다운 삶을 가르치려고 했던 한 교육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몬테소리 교육’의 기초가 만들어졌다고 해요. 오늘의 그림책 “숲에서 온 아이”도 어쩌면 이 일화를 모티브로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두 그림책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아이가 주인공인 “숲에서 온 아이”와는 달리 “와일드 보이”는 얼핏 보면 야생 소년이 주인공 같지만 이야기의 무게 중심은 이 아이를 가르치려고 애쓴 교육자에게 실려 있거든요.
  • 제미 버튼 :  영국의 한 탐험가는 남미의 작은 섬에 사는 원주민 소년을 데려가 자신들의 문명을 가르쳐 보려고 합니다. 그 소년은 영국에서 제공한 양질의 교육을 잘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배운 것을 고향에 돌아가 전파하라는 영국인들의 배려(?)로 자신이 살던 섬으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소년이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영국인들이 만들어준 양복을 훌렁 벗어 던지는 거였죠. 원주민들을 미개하다고 무시하며 우쭐대던 문명인들을 비웃듯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