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똥을 이뻐하면

여우똥을 이뻐하면

글/그림 이성표 | 길벗어린이
(2024/01/10)


맑고 가는 선으로 그린 그림이 매력적입니다. 여백 가득한 그림이 마음을 은은하게 채워주는 이성표 작가의 새 그림책입니다. 『여우똥을 이뻐하면』이란 제목이 재밌습니다. ‘여우’ 아닌 ‘여우똥’을 이뻐한다고? ‘예뻐’와 ‘이뻐’의 미묘한 어감 차이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 봅니다.

여우똥을 이뻐하면

여우가 책을 보다가

여우똥을 이뻐하면

똥을 눴는데

여우똥을 이뻐하면

참 이뻤대

책 보는 여우, 똥 누고 자리를 뜨는 여우, 그리고 여우가 남긴 똥, 참 이쁜 여우똥 이야기입니다.

여우 똥에는 여우가 보던 책처럼 동글동글 알록달록한 무늬가 가득해요. 동그랗고 길쭉하고 오종종한 분홍색, 연두색, 하늘색 색색깔 여우똥을 본 사람들은… 그 똥이 너무 이뻐서 똥이랑 놀았대요.

어떻게? 놀이하듯 재미있게 신나게! 친구랑 노는 것처럼, 강아지랑 노는 것처럼.

이쁜 여우똥을 끌어안고 냄새도 맡고 요리조리 빚어서 안경도 만들고 수염으로 붙여보고 눈썹에도 붙여보고 쿠션으로 만들어 편안하게 기대어 보기도 하고 알록달록 고운 옷도 해 입고…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여우똥은 다채로운 색깔, 다채로운 모양으로 변신합니다. 이뻐하는 그 마음이 점점 커지고 커지더니 마침내 온 우주를 낳았습니다.

이쁜 여우똥으로 만들었으니 다들 이쁠 수밖에… 나도 이쁘고 너도 이쁘고 여우도 구름도 새도 집도 차도 꽃도 숲도 하늘도 별도 모두 이쁜 세상! 온 우주가 함께 이쁜 세상! 이쁨으로 가득 찬 세상입니다.

무언가를 바라보는 애정 어린 눈길은 계속해서 주변으로 전이가 되고, 나를 넘고 우리를 넘어 세상 모든 것을 이쁨으로 물들입니다. 쓰면 쓸수록 커지는 건 마음입니다. 사랑입니다.

‘이쁘다’는 말엔 힘이 있다.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는 막다른 곳에 이르러도 용기를 잃지 않는다. 그것은 아이가 언제든 돌아갈 따스한 품이 있기 때문이다. 내 아이, 내 가족만 그런가? 공원 구석에 숨어 사는 고양이도, 아파트에 혼자 사시는 할머니도 이뻐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숲에 아무 말 않고 서 있는 나무에도 사랑이 필요하다. 들판의 키 작은 풀들도, 산속의 여우도 이뻐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요즘 보면 바다도, 파란 하늘도 ‘이쁘다’고 말해 줄 사람이 필요한 듯하다.

그렇다. 우린 모두 사랑이 필요하다. 나에게, 너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이쁘다고 말해 주자. 온 세상이 기운을 뿜으며 쿵쾅쿵쾅 즐거운 소리를 내는 광경을 보게 되리라.

– 이성표 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의 마음에 사랑의 씨앗을 콩콩콩 심어주는 책 『여우똥을 이뻐하면』, 너도 나도 이쁠 수밖에 없는 건 온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우린 그걸 그저 발견하기만 하면 되지요. 이쁜 눈, 이쁜 손, 이쁜 입, 이쁜 귀, 이쁜 마음으로요! 세상을 이루는 근간은 사랑입니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이쁨으로 가득한 2024년 되세요!


※ 함께 읽어 보세요 : 내가 예쁘다고?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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