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작은 새
책표지 : 고래뱃속
사자와 작은 새

(원제 : Le Lion Et L’oiseau)
글/그림 마리안느 뒤비크 | 옮김 임나무 | 고래뱃속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 마리안느 뒤비크 홈페이지


사자 어깨에 살포시 내려 앉은 작은 새, 그 작은 새를 바라보고 있는 사자…… 그 모습이 참 편안해 보입니다. “사자와 작은 새”는 평온한 일상에 찾아 온 사랑과 우정을 섬세한 감정으로 담아낸 그림책으로 깊이를 더해가는 늦가을 감성과 참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사자와 작은 새

뜰에서 일을 하고 있던 사자가 날개를 다친 작은 새를 발견한 것은 어느 가을날이었어요. 겨울을 나기 위해 다른 새들은 이미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갔기 때문에 작은 새는 사자의 정성스런 보살핌을 받으며 함께 추운 겨울을 보냅니다.

사자와 작은 새

눈이 몹시 차가워. 그래도 넌 따뜻하지?

작은 새를 생각하는 사자의 따뜻한 마음을 담은 특별한 털모자가 너무나 사랑스럽네요.^^

혼자였던 사자에게 우연히 찾아온 작은 새, 둘은 함께 식사를 하고, 벽난로 앞에 앉아 함께 책도 읽고 함께 첫눈을 맞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든 추운 겨울이었지만 둘이 함께였기에 견딜 수 있었지요.

사자와 작은 새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자 그들에게도 아쉬운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어요. 상처를 회복한 작은 새는 돌아온 친구들을 따라 날아 갔어요. 물론 그런 날이 오리라 이미 알고 있었기에 사자는 애써 덤덤한 모습으로 작은 새를 보냈지만 작은 새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더 크게 느껴집니다. 밥을 먹을 때도 벽난로 앞에 앉아 책을 읽을 때도 잠자리에 들어서도 작은 새의 빈자리에서 느껴지는 울적하고 허전한 마음…… 작은 새를 알기 전엔 몰랐던 ‘그리움’이 사자의 마음을 가득 채웠어요.

사자와 작은 새

사자는 애써 작은 새를 만나기 전처럼 묵묵히 자신의 주변을 가꾸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뜰에 가꾸었던 풀이 자라 열매가 맺히고 그렇게 여름이 천천히 지나갑니다. 홀로 긴 여름을 지내고 나니 다시 가을이 찾아왔어요. 낙엽이 떨어지자 사자는 작은 새 생각이 났어요. 가을 하늘을 쓸쓸히 올려다 보던 사자가 생각에 잠겨 말합니다.

넌 안 오니?

사자와 작은 새

어쩌면 작은 새는 사자를 이미 잊버리린 것일지도 몰라요. 지난 가을엔 상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자곁에 머물렀던 것일지도……

쓸쓸하게 생각에 잠겨 있던 사자에게 어디선가 낯익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소리는 작은 새가 살포시 나뭇가지에 내려앉으며 부르는 소리였어요. 재회의 반가움과 기쁨을 한 줄기 소리에 담아 보낸 작은 새……

사자와 작은 새

작은 새는 익숙하게 사자의 갈기 위로 내려 앉았어요.

함께 있으면, 이번 겨울에도 춥지 않을 거야.

사자와 작은 새

둘이 함께여서 일까요? 작은 집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도 달님도, 나무도 별빛도 너무나 행복하고 다정해 보입니다. 가을 밤이 깊어갑니다.

생 텍쥐페리는 “어린왕자”에서 여우의 말을 빌어 ‘길들인다’의 의미를 ‘서로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맺게되면 그 누군가는 세상의 수많은 비슷한 존재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라구요. 바로 사자와 작은 새 처럼 말이죠. 친밀하고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서로에게 소중한 의미가 되는 것이며 존재만으로도 커다란 행복이 됩니다.

여러장의 그림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만남의 기쁨, 헤어짐의 슬픔과 그리움, 재회의 행복 등 한 권의 그림책 속에 다양한 감정을 담아서 보여주는 “사자와 작은 새”는 절제된 언어와 여백의 미를 충분히 살린 편안한 수채화 그림으로 애틋한 감정들을 아련하면서도 세련되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은 작가 마리안느 뒤비크의 어린 시절 경험담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하네요.작가와의 인터뷰 내용 중 어머니의 말씀이 참 인상적입니다.

아주 오래 전 일이에요. 가장 친한 친구와 헤어지게 되어 몹시 슬퍼하고 있을 때, 엄마가 말씀하셨죠.

“마리안느, 때때로 사람들은 네 곁을 떠나기도 한단다. 하지만 네가 그 자리에 있다면, 우정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돌아올 거야.”

라고요. 그리고 정말로 이 친구는 다시 돌아왔지요.

– 작가 마리안느 뒤비크의 인터뷰 중에서(출처 : 고래뱃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