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흔들 다리에서
책표지 : Daum 책
흔들흔들 다리에서

기무라 유이치 | 그림 하타 고시로 | 옮김 김소연 | 천개의바람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거센 물결이 휘몰아 치는 계곡, 위태롭게 서있는 좁은 다리 위에 여우와 토끼가 마주보고 있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다리가 흔들려 위험할 것 같은 상황, 두 친구도 몹시 놀랐는지 눈이 동그래져 있네요. 좁고 길쭉한 그림책의 형태가 위태로운 이 상황을 더욱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어요.

흔들흔들 다리에서

억수로 퍼붓던 비가 겨우 그친 계곡 위에 망가진 통나무 다리가 위태롭게 서있습니다. 귀를 쫑긋 세운 토끼 한 마리가 다급하고 도망치고 있고 그 뒤를 여우가 바짝 쫓고 있어요.

숨가쁘게 통나무 다리 위로 도망치던 토끼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여기를 건넌 다음 통나무를 떨어뜨리면 도망칠 수 있어.”

힘들게 토끼를 뒤쫓던 여우도 생각했죠.

“이 통나무 다리를 못 건너게 하면 붙잡을 수 있어.”

흔들흔들 다리에서

삶이라는 게 생각하는 대로만 풀린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여우가 다리 위로 뛰어오르는 순간 다리가 크게 흔들리면서 돌이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토끼와 여우는 꼼짝없이 통나무에 매달려야만 했죠. 조금만 더 가면 도망칠 수 있는데…… 바로 눈앞에 먹이가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요.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밤이 찾아왔어요.

흔들흔들 다리에서

꼼짝할 수 없는 통나무 다리 위에서 밤을 보내게 된 토끼와 여우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것 뿐이었죠. 서로 적이라는 것도 잊고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여우는 토끼의 잠든 숨소리를 듣고는 놀라 소리칩니다.

“토끼야! 얼른 일어나. 지금 잠들면 떨어져서 죽는다고!
좀 더 목숨을 소중히 여겨!”

상황이 좀 아이러니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네요. 잡아먹으려던 토끼에게 목숨을 소중히 여기라니요. ^^ 만화컷처럼 분할한 그림은 어두운 밤 가까이 있지만 서로의 존재를 볼 수 없는 두 친구의 상황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흔들흔들 다리에서

밤새도록 위태로운 다리 위에서 잘 버텨낸 여우와 토끼는 서로를 격려하고 협동해서 간신히 이 상황을 모면합니다. 둘은 살았다며 함께 기뻐했죠. ^^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또다시 본능이 발동한 여우의 눈이 번쩍 빛나고, 토끼 역시 그런 여우의 눈빛을 놓치지 않고 다시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토끼를 뒤쫓아 가던 여우가 문득 멈춰서더니 이렇게 소리쳤어요.

“이봐, 토끼야!
이제 붙잡히지 마!”

흔들흔들 다리에서여우는 사악한 표정으로 돌아왔어요. 토끼는 특유의 놀란 눈으로 돌아왔구요. 하지만 이들의 눈빛이 처음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마지막 독자를 바라보는 두 친구의 표정이 인상적이네요. 마치 “너라면 어떻게 할래?”하고 묻는 것 같아요.^^

“흔들흔들 다리에서”는 “폭풍우 치는 밤에”로 잘 알려진 작가 기무라 유이치의 작품입니다. 친구가 될 수 없는 서로 다른 두 존재가 아주 우연한 상황 때문에 함께 밤을 보내게 되면서 친구가 된다는 전체 스토리는 두 작품이 모두 비슷합니다. 하지만 “폭풍우 치는 밤에”가 날이 밝아 올 때까지 늑대와 염소가 서로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아무런 편견 없이 우정을 나누게 된다는 스토리라면 “흔들흔들 다리에서”는 이미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꼼짝 없이 갇힌 상황에서 밤을 보내며 서로의 진면목을 알게 된다는 점에서 내용의 차이가 있어요. 두 작품 모두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편견’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흔들흔들 다리에서”는 원수로 만났지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진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 아주 잘 녹아 있습니다. 긴박한 상황이 쉼없이 이어지는 그림책을 읽다보면 동화라는 사실도 잊고 빠져들게 됩니다.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원수에서 우정으로 감정이 바뀐 여우와 토끼 이야기를 읽다보면 마음을 열고 보면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기무라 유이치의 따뜻한 글에 밝고 경쾌하면서도 다양한 화면 구성으로 이야기를 더욱 맛깔나게 표현한 하타 고시로의 그림이 아주 잘 어우러진 멋진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2 Replies to “★ 흔들흔들 다리에서

  1. 요즘아이들 놀시간 놀친구가 없다하죠
    전 반대상황입니다 초딩2 남아 퇴근하고오면 친구들이 절 반겨줘요
    여러가지로 생각이 들었던 요즘
    우리아이가 생활하는 현상태가 참 핸복한 시간이구나 생각이 들었네요
    작가님의 책을 접할때마다 많은생각을 하게됩니다
    오늘도 저애게 좋은선물이 되었네요
    아이에게 내가 해줄순없지만 내가 어떻게 바라봐 줘야할지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1. 아이들 자라는 것 잠깐이죠.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도 함께 자란다는 말이 꼭 맞는 말 같아요.
      김순심님 글에서 행복이 묻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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