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자에 북극곰이 앉아 있어!
책표지 : Daum 책
내 의자에 북극곰이 앉아 있어!

(원제 : Thers’s a Bear on My Chair)
글/그림 로스 콜린스 | 옮김 문유진 | 사파리

(발행 : 2016/10/06)

※ 2016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최종후보작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오늘 소개할 그림책은 지난 해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최종후보작까지 올랐던 로스 콜린스의 “내 의자에 북극곰이 앉아 있어!”입니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아이들을 위한 책에 그림을 그려왔던 작가의 연륜이 책표지에서부터 느껴집니다. 제 몸엔 다소 작아 보이는 의자에 걸터 앉아서는 헤벌쭉 웃고 있는 북극곰, 북극곰을 가리키며 잔뜩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생쥐의 모습만 보고도 지금부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상상이 가지 않나요? ^^

내 의자에 북극곰이 앉아 있어!

생쥐가 제일 좋아하는 의자에 북극곰 녀석이 넙죽 앉아버렸습니다. 남이야 안타깝거나 말거나 북극곰은 싱글벙글 웃어대며 반갑다고 손까지 흔들어댑니다.

내 의자에 북극곰이 앉아 있어!

생쥐도 처음부터 화를 낼 생각은 아니었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의자긴 하지만 그래도 손님이니 함께 앉아 보려고 했죠. 하지만 이 불청객 덩치가 좀 커야 말이죠. 도저히 같이 앉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부터 생쥐도 어쩔 수 없이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의자에서 밀어내보려고 용을 써보지만…… 북극곰인걸요……

내 의자에 북극곰이 앉아 있어!

먹을 것들로 살살 구슬려도 보고

내 의자에 북극곰이 앉아 있어!

깜작 놀라게도 해 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에이, 이것도 안 되잖아.
북극곰은 역시 신경도 쓰지 않아.
정말 지독한 녀석이 내 의자에 앉아 있어!

온갖 방법을 동원해봐도 자신의 소중한 의자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북극곰이 얄밉기만 한 생쥐, 생쥐 말마따나 정말 지독한 녀석이네요… 북극곰 녀석 말입니다. ^^

내 의자에 북극곰이 앉아 있어!

마침내 폭발하고 만 생쥐는 결국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의자를 북극곰에게 뺏긴 채 생쥐는 과연 어디로 가야 포근함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내 의자에 북극곰이 앉아 있어!

그런데, 생쥐가 아무리 이리 밀고 저리 밀어봐도 꿈쩍도 않고 싱글벙글대던 북극곰도 생쥐가 없어지고 나니 다시 심심해졌나봅니다. 여지껏 버티고 앉아 있던 생쥐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며 생쥐를 찾아 나섭니다.

내 의자에 북극곰이 앉아 있어!

아무리 찾아봐도 생쥐가 보이지 않자 자기 집으로 그냥 돌아온 북극곰. 그런데……

어어!
내 침대에 생쥐가 누워 있잖아!

잔뜩 화가 나서는 나가버렸던 생쥐, 북극곰 침대에서 아주 편안하게 잠들어 있네요. 포근한 웃음을 머금은 채로 말입니다. 그나저나 여지껏 생쥐의 의자에 앉아서 생쥐를 화나게 했던 북극곰 녀석, 자신의 침대에 누워 잠든 생쥐를 보며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요? ‘요 녀석을 어떻게 쫓아내지?’ 하는 생각을 할까요? 아니면 ‘아, 아까 까 내가 생쥐 의자에 앉아 있었을 때 생쥐 마음이 이랬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할까요?

재미난 건 북극곰의 침대 옆에 놓인 책 제목입니다. ‘좋은 의자 고르는 방법’. 음…… 아마도 북극곰은 책에서 읽은 내용들을 생쥐 의자에 앉아서 꼼꼼하게 체크해보고 싶었던 걸까요? 녀석, 그럼 진즉에 생쥐에게 말이라도 좀 해줬으면 생쥐가 요런조런 조언을 해줬을텐데 말이죠.

그림책 “내 의자에 북극곰이 앉아 있어!”의 매력은 상황 말고는 그 어떤 가치 판단이나 교훈, 그리고 결론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 아닐까 싶습니다. 그림책 속의 생쥐와 북극곰은 모두 우리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좋고 싫음의 자기 감정에 매우 충실한 아이들의 모습이죠. 좋고 싫음을 표현하고 거기에 충실하게 행동하는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어른들의 어리석음일 뿐입니다.

그림책을 함께 읽던 엄마 아빠가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봤지? 그러니까 너도 남의 물건을 빼앗거나 괴롭히면 너도 똑같이 당하게 될 거야!’라고 지루한 결론을 주입시키지만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은 이 그림책의 한 장면 한 장면에서 각자의 눈과 생각으로 자기 자신만의 가치와 삶을 터득할 수 있을 겁니다. 엄마 아빠의 생각을 말하기 전에 아이가 뭐라고 말하는지 가만히 기다려보세요.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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