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의 이사
책표지 : Daum 책
임금님의 이사

글/그림 보탄 야스요시 | 옮김 김영순 | 문학과지성사
(발행 : 2017/02/24)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임금님의 화려한 이삿짐에 비해 작고 소박한 짐수레가 눈길을 끕니다. 짐수레가 줄줄이 이어진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구요. 임금님도 이사를 할까? 왜? 어디로?……하는 궁금증도 줄줄이 밀려옵니다.

머나먼 나라,
깊고 깊은 산속 작은 성에
부끄럼 많은 임금님과
덤벙대는 친구들이 살았습니다.

깊고 깊은 산속 작은 성에 사는 부끄럼 많은 임금님과 덤벙대는 친구들이라니… 이 한 줄만으로도 재미가 몽글몽글 솟아나네요. ^^

임금님의 이사

핑크색 망토를 두른 이가 부끄럼 많은 임금님이구요. 쌍둥이처럼 똑같이 생긴 여섯 사람들이 임금님을 모시는 덤벙대는 친구들이랍니다. 힘든 처지에 놓인 이를 보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지만 임금님은 부끄럼 탓에 제대로 명령을 못했고, 성격은 좋았지만 여섯 명의 친구들은 말을 잘못 알아듣기 일쑤였어요.

임금님의 이사

임금님이 이사를 하게 된 것은 아주 작은 사건 때문이었어요. 한밤중 바람 소리에 잠에서 깬 임금님은 여섯 명의 친구들이 비좁은 침대에서 자는 것을 보고 더 큰 침대에서 편하게 자도록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음 날 커다란 침대를 만들라는 임금님의 명령에 여섯 친구들은 여태껏 본 적 없는 커다란 침대를 만들었어요. 그들은 임금님이 지금 쓰는 것보다 더 큰 침대를 원하는 것으로 잘못 알았거든요.

편안한 잠자리를 누워서 남의 불편한 잠자리를 걱정하는 임금님, 동화에서는 흔히 만나기 힘든 그런 임금님입니다. 이렇게 이야기는 정 많고 수줍음 많은 임금님과 성격은 좋지만 말을 잘못 알아듣는 친구들의 작은 오해(?)에서 시작됩니다.

임금님의 이사

아무리 애를 써도 새 침대가 성 안에 들어가지 않자 결국 임금님은 좀 더 큰 성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어요.

짐을 가득 실은 짐수레가 줄줄이  줄줄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우아, 마치 행진하는 것 같아요.
덜커덩덜커덩 임금님의 짐수레가 지나갑니다.

화려한 임금님의 짐들을 달랑 당나귀 두 마리가 끌고 가고 있어요. 줄줄이 이어지는 짐수레 행렬이 너무나 귀여운데요. ^^ 임금님 뒷자리에 실린 짐이 바로 문제의 새 침대랍니다.

임금님의 이사

임금님이 이사하는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어요. 한 번은 야윈 염소를 본 임금님이 먹을 것을 주라고 작은 목소리로 명했고 친구들은 소파와 의자를 찢어 그 속에 든 마른 풀을 주었어요. 임금님은 깜짝 놀랐지만 염소들이 몰려들어 맛있게 먹는 걸 보고 씽긋 웃었죠.

그렇게 부끄럼 많은 임금님과 덤벙대는 여섯 친구들은 이사 가는 길에 만난 이들을 위해 자신들의 이삿짐을 내어줍니다. 야윈 염소에게 준 소파와 의자, 비 새는 오두막에 사는 나무꾼 부부에게 준 그릇들,  온몸이 흠뻑 젖은 남자 아이를 위해 내어준 임금님의 옷들, 마지막엔 강을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진 아기 사슴과 엄마 사슴을 도와주기 위해 남은 짐을 모두 강에 내던져 버렸어요. 새로 만든 커다란 침대까지요. 아기 사슴은 임금님의 짐을 밟고 무사히 강을 건너 엄마 사슴에게 갈 수 있었습니다.

고개를 든 임금님은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아기 사슴과 엄마 사슴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는 자상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불호령 대신 자상한 미소를 짓는 임금님이라니… 아, 이런 임금님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을까요? ^^

임금님의 이사

새로운 성에 도착했을 때는 임금님이 처음에 가지고 있던 침대 하나만 달랑 남은 상태였어요. 으슬으슬 추워진 임금님은 침대도 없이 오들오들 떨고 있는 여섯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흐음, 너희들도 같이 잔다.”

임금님의 이사

비로소 여섯 친구들은 임금님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어요. 일곱이 작은 침대 하나에서 곤히 잠든 방안에는 침대 말고는 아무것도 없지만 썰렁해 보이지 않아요.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기쁨을 전해주며 보람찬 여정을 보낸 임금님과 여섯 친구들이 함께하는 방안은 세상 어느 곳보다 아늑하고 따사로워 보입니다. 비워낸 자리에 사랑과 행복이 가득 채워졌기 때문이겠죠.

임금님과 여섯 친구들, 소통이 살짝 어긋나긴 했지만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따뜻한 마음만큼은 똑같습니다. 사랑스러운 이야기에 파스텔톤의 은은한 색감으로 완성한 그림이 이야기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는 그림책 “임금님의 이사”, 이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것은 현재 우리 상황과 여러 면에서 비교되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광장에 모여 한마음으로 촛불을 든 이들, 슬픔으로 가득 찬 팽목항에서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찾아 나선 이들, 마음을 나누고 온정을 주고받은 그 수많은 이들이 바로 이 그림책 속 임금님이고 여섯 친구들 아닐까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