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와 땅가
책표지 : Daum 책
뭔가와 땅가

글/그림 박영신 | 보리
(발행 : 2017/01/10)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책상 위에 놓아둔 표지 그림이 강렬해서일까요? 다들 그림책에 한 번씩 눈길을 주다가 이내 이렇게 묻습니다. 그림책 제목이 “뭔가와 땅가”예요?

“뭔가와 땅가” 재미있는 제목이죠? ^^

뭔가와 땅가

땅가는 붉은 별에 뜨거운 돌개바람이 불때 가장자리에 있다 그만 별에서 떨어져 나왔어요. 홀로 뚝 떨어져 외톨이가 된 땅가는 처음엔 막막한 마음이 들었어요.

하지만 땅가는 이내 마음을 단단히 고쳐먹었어.
먼 여행 끝에 뭔가 뜻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설레었지.

땅가는 주변 티끌을 모아 뭉치고 불을 뿜어 꼬박 이레 동안 땅을 다져 새 땅을 만들어 놓고 곤히 잠이 들었어요. 그 사이 차츰 땅의 열기가 식으며 위로 올랐던 축축한 기운이 내려앉아 세상은 물안개로 가득 찼어요.

뭔가와 땅가

물안개가 모여 깊고 검은 물바다가 된 곳에 땅가에게서 떨어져 나간 작은 살점 하나가 남아 있었어요. 그리고 아주 작은 살점에서 뭔가가 생겨납니다. 뭔가들은 쑥쑥 자라 몸을 나누고 옆자리 뭔가와 한 몸이 되기도 하고 몸이 바뀌기도 하면서 수가 점점 많아졌어요.

거대한 붉은 별 가장자리에 있다 떨어져 나온 땅가, 땅가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살점에서 생겨난 뭔가, 그리고 뭔가가 변신을 거듭해 생겨난 다양한 모양의 뭔가들, 둥글게 생긴 단순한 형태에 곡선이나 사선, 매듭 모양의 무늬들이 원시 세포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뭔가와 땅가

깊고 검은 물속에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던 뭔가들은 점차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갔어요. 마침내 물밑에서 살던 뭔가들이 땅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죠. 처음 뭔가의 동그랗던 모양은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되었어요. 각자 다른 모습으로 다양하게 변했으니까요.

여러 페이지를 할애해 깊고 검은 물바다에 떨어진 작은 뭔가가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강렬한 에너지를 담은 듯 빨갛고 동그란 모양에서 시작해 조금씩 변신하는 뭔가들, 뭔가가 변해 뭐가 될지 이름마저도 신비스럽게 느껴지네요. 분열하고 변신하고 합쳐지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진화한 생명 탄생의 과정을 대담하게 표현했습니다.

뭔가와 땅가

땅 위로 나온 뭔가들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들었던 땅가가 깨어났어요. 자신이 잠든 사이 벌어진 일을 보고 땅가는 깜짝 놀랐죠.

땅가는 처음 보는 뭔가들이지만 하나하나 모두 예쁘고 사랑스러웠어.
왠지 뿌듯하고 즐거웠지.

세상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땅가가 즐거워하고 있을 때 눈을 부릅뜬 뭔가 떼가 등장했어요. 무늬가 달라진 이들은 모두가 땅가의 자손이었다는 걸 모르고 서로 자기 땅이라고 으르렁대며 싸웠어요. 그 모습을 본 땅가는 그만 주저앉아 눈물을 뚝뚝 흘렸어요.

뭔가와 땅가

땅가가 애써 일군 땅을 떠나 노을을 타고 돌아가려고 했을 때 어디선가 나지막이 읊조리는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땅가의 땅을 보듬는 나무손의 노래였어요. 땅가가 일군 이 땅의 소중함과 땅가의 사랑을 노래하는 나무손의 노래를 듣고 생각에 잠겼던 땅가는 이곳에 남기로 합니다.

그래!
이 땅의 뭔가들은 항상 기억해야 해.

땅가가 묵묵히 지켜 주어 풀이 자라고 숲이 산다는 걸.
땅가의 부드러운 사랑이 땅을 되살린다는 걸.

그래서 우리가 지금도 여기 살고  있다는 걸.

나무 손의 노래에 붉고 어두운 기운으로 가득했던 세상이 평화로운 초록빛으로 변했습니다. 이 땅을 만든 땅가도, 땅가에서 나온 뭔가들도 편안한 표정이 되어 나무손의 노래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뭔가와 땅가”는 제목도 독특하지만 그림도 참 독특한 느낌입니다. 박영신 작가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거미 아난시”, “빛을 가져온 갈까마귀”, “Arrow to the Sun” 을 쓴 작가 제럴드 맥더멋의 그림들이 떠올랐어요. 강렬한 색상, 전통 문양을 토대로 그린 그림, 세계 여러 나라 신화와 민담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는 점에서 두 작가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제럴드 맥더멋의 그림들이 이국적인 느낌이라면 “뭔가와 땅가”는 익숙한 우리 고유의 색채와 문양들 덕분에 한국적인 느낌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뭔가와 땅가

그림책 앞뒤 표지 두 장의 그림은 책에 담겨진 이야기를 한눈에 보여줍니다. 박영신 작가의 전작 “이 세상의 황금고리”가 끊임없이 순환하는 생명의 힘을 이야기 하고있다면 이 책은 공존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두 편의 이야기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땅가의 사랑 안에서 우리는 모두 소중하고 귀중한 생명 ‘뭔가’라는 사실, 절대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