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세 알 심었더니
책표지 : Daum 책
씨앗 세 알 심었더니

고선아 | 그림 윤봉선 | 보림
(발행 : 2017/12/12)

★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하얗고 커다란 무언가를 짊어지고 척척 발맞추어 나가는 토끼들, 무언가 굉장히 신나 보입니다. 토끼 어깨에 메고 있는 건 포근한 구름 같기도 하고 돌돌 말은 하얀 이불 같기도 해요. 표지를 양쪽으로 쫘악 펼치면 앞서가는 토끼들을 뒤따라가며 돕고 있는 토끼들도 볼 수 있어요. 하얀 털에 분홍색 조끼를 입고 있어 다들 똑같이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각자 표정도 다르고 분홍색 앙증맞은 조끼 무늬도 다 달라요. 이들이 어깨에 메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토끼들 기분만큼이나 화창한 날, 다들 이리도 즐겁게 어디를 가는 길일까요?

씨앗 세 알 심었더니

아늑하고 평화로운 땅 위에 더없이 파란 하늘, 몽실몽실한 뭉게구름이 그림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날입니다. 그런 날 누군가 땅속에 씨앗 세 알을 심었어요. 그랬더니 씨앗 한 알은 어치가 와서 먹고 또 한 알은 두더지가 와서 먹었어요.

하늘에서 온 생명체가 한 알, 땅속 생명체가 한 알 사이좋게 날름 나눠먹고 홀로 남은 씨앗 한 알, 이 씨앗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누가 와서 심어놓고 간 걸까요? 이 작은 씨앗 한 알은 무사할 수 있을까요?

씨앗 세 알 심었더니

남은 씨앗 혼자 땅속에서 꼼질꼼질 거리더니 용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싹을 틔웠어요. 땅 위에서는 개미들이 바지런히 먹을 것을 나르고 있고 땅속에서는 꼼지락꼼지락 작은 새싹이 고군분투 중인 살아있는 모든 것이 바쁜 봄날입니다. 자기 몸집만 한 먹을 것을 물고 나르던 개미 한 마리가 땅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새싹의 기운을 느꼈는지 더듬이가 쭈뼛 섰네요. ^^

꼼질꼼질 연둣빛 떡잎을 내어놓고 꼼지락꼼지락 땅속에 연한 뿌리를 내리고 땅의 기운을 모으고 모아 드디어 땅 위로 고개를 쏘옥 내민 새싹, 때맞춰 내리는 단비를 흠뻑 마시고 뜨거운 태양의 보살핌 아래서 쑥쑥 자라납니다.

씨앗 세 알 심었더니

처음엔 까만 씨앗, 무슨 씨앗일까 궁금했는데 자라는 모습을 보니 무 씨앗이었나 봅니다. 나비가 지나가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무 싹을 보고 감탄해요. 하늘하늘 보호본능을 자극했던 작디작은 무 싹은 날마다 자라나 어느새 작은 벌레들의 안식처가 될 만큼 튼튼하고 건실하게 자랐어요. 땅속에 굳건히 뿌리를 박고 하늘을 향해 무수한 초록 잎을 뻗고 있는 커다란 무, 계절과 시간이 키워낸 아름다운 결실입니다. 이렇게 커다랗게 자란 무는 처음 씨앗을 심은 이의 몫이겠죠. 씨앗 세 알 심은 이가 누굴까, 이 시간을 얼마나 학수고대 기다렸을까 궁금한 마음이 점점 커져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커다란 무를 쑤욱 뽑아갔어요.

씨앗 세 알 심었더니

 영차영차 영차영차 영차영차

까만 씨앗은 무슨 씨앗일지, 누가 심었는지 궁금했던 비밀들이 하나씩 벗겨져 나갑니다. 토끼 일곱 마리가 모두 함께 힘을 합쳐야만 옮길 수 있는 커다랗고 커다란 무, 구령에 맞춰 손도 발도 척척척 맞추면서 걸어가는 토끼들의 얼굴에는 수확의 기쁨과 보람이 가득 서려있어요. 가을 추수하는 농부들의 얼굴에 서려있는 그 표정처럼요. 무를 품고 키워낸 넓은 땅과 파란 하늘, 긴 시간 보살피고 기다려준 토끼들의 노고에 보답이라도 하듯 무는 이렇게 커다랗고 먹음직스럽게 잘 자라났습니다.

이렇게 잘 자라준 커다란 무는…

씨앗 세 알 심었더니

아주아주 맛나게 먹어주는 것이 예의겠죠! ^^

온 마음과 온 힘을 다해 와작와작 무뿌리를 깨물어 먹는 토끼들의 표정이 압권입니다. 무 뿌리부터 와작와작 몽땅 먹고 난 다음 줄기랑 이파리는 잘근잘근 꼭꼭 씹어 야무지게 몽땅 먹어치우는 일곱 마리의 토끼들, 좀 전의 그 순둥순둥한 표정은 사라지고 없고 지금 이 순간 그들에게는 치열함만 남았습니다.

파랗던 하늘에 붉은 노을이 깔릴 때까지 커다란 무를 남김없이 몽땅 먹어치운 토끼들의  배가 빵빵해졌어요. 커다란 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자리에 그대로 드러누워 꺼어억 끄으윽 뿡~ 무 트림을 하고 무 방귀를 뀌어대는 토끼들에게서 행복함이 뚝뚝 흘러넘칩니다. 커다란 무는 조각조각 일곱 마리의 토끼 뱃속으로 들어가 커다란 트림과 방귀 소리가 되어 밤공기 속으로 산산이 흩어집니다.

맛있게 자알 먹었다. 아아아함!

땅도 하늘도 경계를 허물고 하나가 된 별빛 초롱초롱한 아름다운 밤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밭에 콩을 심을 때도 꼭 세 알씩 심었다고 하죠. 한 알은 벌레 몫이요, 한 알은 새의 몫, 한 알은 씨앗을 심은 사람 몫이라 생각했던 조상들의 지혜롭고 아름다운 공생의 미덕이 그림책 속에 예쁘고 신나고 재미있게 담겨있습니다. 줄줄줄 외워서 따라 하고 싶을 만큼 리듬감이 느껴지는 재미난 글에 씨앗이 자라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시원시원하게 그린 그림이 이야기의 재미를 더욱 살려주는 그림책 “씨앗 세 알 심었더니”, 세상 모든 생명들이 저마다의 꿈을 꾸는 멋진 봄날 아이와 함께 재미나게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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