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대를 찾아서
무한대를 찾아서(원제 : Infinity and Me)

케이트 호스포드 | 그림 가비 스비아트코브스카 | 옮김 장미란 | 웅진주니어
(발행 : 2013/10/15)

※ 2012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이 책을 활용한 그림책 놀이 : 신기한 뫼비우스의 띠 만들기


무한대. 이 단어를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요? 아니, 아이들에게 이해시키기 이전에 우리 어른들은 무한대에 대해서 잘 설명할 수 있을까요? 무한대란 ‘어떤 실수나 자연수보다도 더 큰 상태‘라고 설명할건가요? 우리가 배운대로 설명하기엔 너우 어렵고 재미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건 나중에 학교 가서 배워도 늦지 않겠죠.

이 책을 처음 받아 들고서 ‘아이들에게 왜 굳이 무한대를 설명하려고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수학 시리즈, 과학 시리즈 계속 만들려는건가?’ 뭐 이런 생각도 해 보구요. 그런데 한번 두번 반복해서 읽으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호기심을 스스로 풀어가는 아이들의 학습 과정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이 호기심을 풀어가는 과정, 우리 아이들이 새로운걸 배우는 학습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끝도 없이 넓고 아득하기만 한 밤하늘, 그리고 밤하늘 가득한 수많은 별들을 보며 아이의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무한대’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친구들과 어른들에게 질문하고 함께 생각하면서 자신이 궁금했던 것에 대한 실마리에 조금씩 다가섭니다. 이러다 보면 중간에 잘 풀리지 않아 막막하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의견들에 부딪히면서 답답해 하기도 하게 되죠. 이런 과정을 거치면 자신만의 논리를 다지게 되고 생각의 깊이를 점점 더 키워 가게 되죠.

아마도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아이에게 자연스레 체득이 된다면 요즘 학부모님들과 학원가에서 흔히들 말하는 자기 주도 학습, 논리적 사고… 이런 것들의 근간이 되어 주는 것 아닐까요?

스토리텔링으로 재미있게 배우자

이 책은 또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지난 2012년 1월 교육부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수학,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배우는 수학, 더불어 함께 하는 수학을 주요 방향으로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고, 그 일환으로 ‘스토리텔링’을 통한 수학교육을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이후 학교에서 어떤 교재와 어떤 교수법으로 아이들에게 스토리텔링식 교육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오늘 소개하는 이 그림책 ‘무한대를 찾아서’와 같은 형태가 바로 교육부에서 말하는 스토리텔링 교육을 위한 교재가 아닐까 싶네요.

‘무한대는 어떤 실수나 자연수보다도 더 큰 상태’라고 무작정 뜻을 외우게 한다고 해서 아이가 무한대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건 아닙니다. 하물며 그림책의 주인공 우마와 같은 또래의 아이들에게 이런 사전적 또는 수학적 뜻을 외우는게 하는게 과연 효과가 얼마나 있겠으며, 그렇게 외운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우마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무한대’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고, 아이들 스스로 무한대의 개념을 이해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새로운 해석도 생각해 보게 될겁니다. 외우고 정해진 정답을 맞추는 식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궁금증을 해결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기르게 되는거죠.

‘무한대’를 찾아 떠나는 우마의 탐구 여행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서론이 이리 거창할까… 하시는 분들을 위해 책의 내용 간략히 살펴 보겠습니다. 여덟살짜리 꼬마 아가씨 우마와 함께 무한대의 뜻을 찾아서 떠나 보시죠! ^^

무한대를 찾아서

 

빨간 새 구두를 선물 받은 날 밤 너무나 신나고 설레이는 여덟살 꼬마 아가씨 우마. 빨리 학교에 가서 새 구두 자랑할 생각에 설레어서 잠이 오지 않아요. 그래서 새 구두 조심스레 신고 잔디밭에 나갔다가 문득 바라 본 밤하늘을 잔뜩 수놓은 별들을 보며 우마의 호기심에 발동이 걸립니다.

저 하늘에 별은 몇 개나 될까요?
백만 개? 억만 개?
아마 무한대일지도 몰라요

무한대? 무한대가 뭘까요? 국민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 덕분에 우리 아이들도 ‘무한’의 뜻은 대충 짐작하고 있을테지만 정작 ‘무한’이 뭐지? ‘무한대’가 뭐지? 하는 질문에 우리 아이들이 대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우마는 과연 어떻게 ‘무한대’의 개념을 배우게 될까요? 무한대로 뻗어 나가는 우마의 질문, 그리고 친구와 어른들의 재미있는 답변들 한번 따라가 볼까요? ^^

무한대를 찾아서

 

친구 찰리가 생각하는 무한대는

“끝없이 커지는 수를 생각하면 돼.”

1, 2, 3,… 9,999,999,999,999,999,999…. 헉… 이런 숫자는 어떻게 읽는거죠? 읽을 수도 없는 숫자들까지 다 써내려가다가는 우마 말처럼 영원히 써 내려간다 해도 끝나지 않겠네요.

왠지 찰리의 답변은 우마를 더 답답하게 만든 것 같네요. ^^

무한대를 찾아서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친구 사만다는

“무한대 기호가 떠올라.
8자가 누워서 낮잠 자고 있는 모양이야.
그런 모양의 경주로가 있다면 영원히 돌 수 있을거야.”

오~ 사만다는 아이스크림만 좋아하는게 아니었어요. 8자가 누워 있는 모양인  (무한대 기호)도 알고 있고, ‘뫼비우스의 띠’의 비밀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걸 봐서는 공부도 잘하는 친구인가봅니다.

사만다의 설명에 우마는 기분이 조금 나아졌어요. 무한대에 대해서 아직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겠지만 발끝으로 무한대 기호를 그려 보면서 막연하기만 한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답답한 마음이 조금 가신것 같았거든요.

무한대를 찾아서

 

할머니에게 ‘무한대’는 어떤 의미일까요?

“나는 가족이 떠오른단다.
너한테는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가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가 있어.
앞으로 네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렇게 가족은 영원히 이어지는거야.”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마는 ‘영원히’란 말을 빼고는 무한대를 말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무한대를 찾아서

 

그러면서 우마는 영원히 계속 되면 좋은 건 뭐가 있을지 궁금해져요. 처음엔 쉬는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보지만 쉬는 시간만 계속된다면 그건 더 이상 쉬는 시간이 아니라는걸 금방 깨닫습니다. 그 다음으론 영원히 여덟살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친구 사만다는 할머니가 되었는데도 자기만 여덟살이라면 계속해서 친구로 지내기는 어렵겠죠… 위 그림처럼 사만다는 성장하면서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데 우마 자신은 늘 똑같은 모습으로 80년을 살아갈 생각을 해보면 당연히 재미 없겠죠?

여하튼 무한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나가던 우마… 머리만 점점 아파지네요.

무한대를 찾아서

 

음악 선생님은 역시 음악 선생님답게 음악적으로 무한대를 표현해 주셨어요.

“나는 동그라미 모양의 악보가 떠오른단다. 음들이 돌고 또 돌아서 그 음악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거야!”

음악 선생님 말씀대로 동그라미 모양의 악보에 갇힌 우마,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한 음악에 우마의 머릿 속이 빙빙 돌 것 같네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명한 인체도를 본딴 그림으로 복잡하고 어지럽기만 한 우마의 심정을 잘 그려냈어요.

그나저나 우마의 빨간 새 구두를 아무도 몰라봐 주네요. 찰리, 사만다, 할머니, 요리사 맨시니 아저씨, 음악 선생님… 여기저기 다니며 무한대는 무얼까 열심히 찾아 다녔는데 답은 구하지 못한 채 머리만 잔뜩 아파진 우마. 그것보다 더 우울한건 아무도 자신의 빨간 새 구두를 알아봐 주진 않는다는 사실…

그런데, 할머니가 맛있는 닭고기 볶음밥을 만들어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 하셨어요.

“우마야, 오늘 아침에 말하려고 했는데 깜박했단다.

정말 예쁜 구두를 신었구나!”

라고 말이죠. ^^

무한대를 찾아서

 

그 다음 말은 들리지도 않았어요.

기뻐서 입이 다물어지지도 않았거든요.

그 순간 나는 깨달았지요.

할머니를 사랑하는 내 마음이 바로 무한대라는 사실을요.

할머니의 사랑 가득 담긴 말씀 한마디에 우마의 답답한 마음이 싹 가셔버렸네요. 빨간 새 구두에 대한 칭찬으로 세상이 온통 울긋불긋 아름다운 꽃들과 알록달록 예쁜 나비와 새들로 가득찬듯한 느낌, 구름 위로 붕 날아다니는 듯한 기분에 휩싸이는 순간 우마는 자기 나름대로의 ‘무한대’의 의미를 찾게 되었습니다.

바로 할머니를 사랑하는 자기 자신의 마음이 무한대 라는 사실 말이죠.

무한대를 찾아서

 

‘무한대’에 대한 호기심이 시작되는 그림책의 첫 장면에서 하늘은 우마에게 너무나 크고 차가워 보이기만 했었어요. 그래서 온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였죠. 그런데 ‘할머니를 사랑하는 자기 자신의 마음이 바로 무한대’ 라는 사실을 깨닫고 할머니 손을 잡고 나와서 올려다 본 밤하늘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어요. 이제 하늘은 할머니와 우마를 포근히 덮어 주는 따스한 담요처럼 느껴졌답니다.

그림을 그린 가비 스비아트코브스카(Gabi Swiatkowska)는 “황금률(원제 : The Golden Rule)“이란 책으로 처음 만났고 이번이 두번째 만남입니다. 글이 그림에 묻힌다 싶을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책에서도 그녀의 그림은 매우 두드러집니다. 이야기 전개에 맞춰 적절하면서도 기발한 상상력을 담은 그림들이 이어집니다. 마치 무한대를 찾아 헤매는 꼬마 아가씨 우마의 머리 속에 펼쳐진 상상의 세계를 한눈에 보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죠.

‘스토리텔링으로 수학의 개념을 배우는 그림책’으로 소개하면 왠지 엄마들이 이 책을 다 읽은 아이에게 ‘무한대가 뭐야?’라고 확인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책’ 이라고 소개하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바로 바로 답을 요구하기보다는 아이의 생각을 충분이 듣고 그 생각과 사고의 틀을 바른 방향으로 지도해 주는 것이 올바른 아이 교육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 책을 활용한 그림책 놀이 : 신기한 뫼비우스의 띠 만들기


끝으로 국내에서도 꽤 알려진 영국의 교육학자 켄 로빈슨(Ken Robinson)의 강연 소개하면서 글을 맺겠습니다. ‘교육 개혁 –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내용의 강연으로 오늘날의 공교육 제도와 체계가 자리잡기까지의 과정과 그 과정에서 누적되어 버린 공교육의 모순을 재미있는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