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디팡팡

궁디팡팡

글/그림 이덕화 | 길벗어린이
(발행 : 2019/02/27)


오늘 소개할 책은 “궁디팡팡”이란 독특한 제목 덕분에 재미날 것만 같은 그림책입니다. ‘궁디’는 ‘궁둥이’의 사투리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우리말 오픈사전 ‘우리말샘’에서 찾아보니 경상도와 전라도 뿐만 아니라 평안북도, 함경도, 중국 길림성, 요령성, 흑룡강성 등지에서까지도 쓰이는 말이라고 합니다(‘궁둥이’와 ‘엉덩이’의 차이는 다들 아시나요? 영화 “말모이”를 보신 분들은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 ^^)

자, 궁디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그림책으로 다시 돌아와서 재미난 제목에 담긴 따뜻한 이야기 시작해 보겠습니다.

작은 숲속 마을에 ‘궁디팡팡 손’이 있어.
‘궁디팡팡 손’이 ‘궁디팡팡’을 해 주면
상처 받은 마음이 약을 바른 것처럼 스르르 낫지.

작은 숲속 마을에 궁디팡팡을 해주는 ‘궁디팡팡 손’이 있다? 궁디를 팡팡 두들겨 준다는 뜻인가본데 이걸 전문적으로 해주는 손이 있다는군요. 게다가 상처 받은 마음이 마치 약을 바른 듯 한 방에 낫기까지 한답니다. 도대체 어떤 손일까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그럼 지금부터 ‘궁디팡팡 손’을 찾아 작은 숲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궁디팡팡
기다란 귀를 축 늘어뜨린 채 잔뜩 풀이 죽은 꼬마 토끼 한 마리. 사연을 들어보니 엄마를 위해 멋진 생일 케이크를 만들었는데 그만 떨어뜨렸대요. 정성들여 만든 케이크를 순식간에 망쳐버린 것도 억울한데 엉망진창이 된 주방을 정리하느라 엄마를 더 번거롭게 만들어 버린 꼴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엄마 생일에 말이죠.

울상이 된 꼬마 토끼에게 어떤 말로 위로를 해줘야 할지 몰라 주저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스윽 하고 커다란 손 하나가 나타납니다.

궁디팡팡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되질 않아서 속상했겠구나.
그래도 엄마는 너를 대견하게 여기실 거야.

괜찮아 괜찮아.
토닥토닥 궁디팡팡.”

커다란, 하지만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할 것만 같은 손이 꼬마 토끼의 엉덩이를 가볍게 토닥이며 자상하게 건네는 몇 마디 말은 지금 이 순간 꼬마 토끼의 마음 속 가장 아픈 곳을 어루만져줍니다.

궁디팡팡

이번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아이 하나가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네요. 사연인즉슨 미술시간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어떤 아이가 옆에 와서는 시큰둥하게 한 마디 던지고 갔대요. “별로네!” 하고 말이죠. 내딴엔 아주 잘 그렸다 싶어 뿌듯함을 느끼는 중인데 별로 친하지도 않은 녀석이 지나가며 툭 뱉은 한 마디에 상처 받은 아이.

궁디팡팡

역시나 이번에도 ‘궁디팡팡 손’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봐.
마음이 이끄는 대로 붓질을 할 때
넌 날아갈 듯 자유로웠지.
그걸로 충분해.
너는 세상에 하나뿐인 화가란다.

괜찮아 괜찮아.
토닥토닥 궁디팡팡.”

여러분은 어떤 위로의 말을 생각했었나요? ‘궁디팡팡 손’이 저보다는 확실히 한 수 위인 것 같습니다. 저는 ‘아냐. 이 그림 엄청 잘 그렸어! 피카소도 울고 가겠는걸?’ 이런 식상하고 입에발린 소리를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궁디팡팡 손’은 아이가 그린 그림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아이의 마음을 더 중하게 생각했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붓질을 하며 느꼈던 자유 그거면 충분하다고, 너는 세상에 하나뿐인 화가라고.

궁디팡팡
이쯤되니 저도 ‘궁디팡팡 손’의 궁디팡팡을 받고 싶어집니다. ‘나도…’라고 중얼거리며 ‘궁디팡팡 손’에게 다가가려는데 어느새 숲속 친구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습니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도 여기저기 마음 아파하는 친구들 찾아다니며 궁디팡팡을 해주던 ‘궁디팡팡 손’이 나타나질 않습니다.

궁디팡팡

아무리 기다려도 ‘궁디팡팡 손’이 나타나지 않자 안그래도 걱정스러운 마음 위로 받으러 왔던 숲속 친구들은 궁디팡팡을 받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강아지도 고양이도 망아지도 모두들 시무룩해지는 순간 누군가 입을 엽니다.

“애들이 내 머리가 부스스하다고 놀려.”라며 사자가 말했습니다. 그러자 오리가 나서서 이렇게 말해줍니다. “황금색 털이 멋지기만 한 걸. 나도 꽥괙 노래 부를 때면 친구들이 우습다고 놀리곤 해.” 그리고 사자에게 다가가 다독여줍니다. 그러자 친구들이 하나둘씩 저마다 속상한 일들을 털어놓기 시작했고, 옆에서 듣던 친구들은 서로서로 다독여 주었어요.

궁디팡팡

괜찮아 괜찮아.

토닥토닥 궁디팡팡.

‘궁디팡팡 손’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큰 손은 아니었지만 곁에 있던 친구들에게 답답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고 풀죽은 친구의 어깨와 궁디를 가만히 토닥여주며 숲속 친구들은 깨달았습니다. 친구를 위해 내민 자신의 작은 손도 ‘궁디팡팡 손’만큼이나 포근한 위로를 건네준다는 사실을.

한 땀 한 땀 수놓은 손뜨개질과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그림이 잘 어우러진 그림책 “궁디팡팡”. 작은 숲속 어린 친구들이 ‘궁디팡팡 손’에게 친구를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마음을 배운 것처럼 우리 모두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친구, 나의 따뜻한 말 한 마디와 손길을 바라는 이웃들에게 푸근한 궁디팡팡을 나눠주길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담긴 그림책입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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