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안녕

(원제 : Jeg Rømmer)
그림 마리 칸스타 욘센 | 책빛
(발행 : 2019/05/30)


먼 섬에서 아득히 비춰오는 하얀 불빛, 작은 조각달, 푸른 밤바다, 바람에 흩날리는 커튼, 창가에 기댄 검은 그림자… 밤의 감성이 가득한 풍경입니다.

“안녕”은 만남과 이별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정든 동네를 떠나 이사하는 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 면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속표지를 거쳐 마지막 뒷면지에 이르기까지 빼곡히 이어진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스스로 상실감을 치유하고 한층 성장하는 한 아이의 이야기, 들어 보실래요?안녕

무거운 하루가 흘러간 날입니다. 새 학교에서의 첫날, 그리 우호적으로 보이지 않는 반 친구들의 모습은 종일 아이를 힘들게 했어요. 서먹하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혼자만 동떨어진 긴 하루를 보낸 아이, 오늘 하루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런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의 온몸은 엿가락처럼 늘어졌어요. 스쳐 지나는 길가 나무도 아이처럼 축축 늘어져 버렸습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 쓸쓸하고 적적한 밤, 아이는 우연히 어둠이 내려앉은 창밖을 내다보게 됩니다.

안녕

밤 깊은 창가에 홀로 우두커니 앉아있는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친했던 친구 얼굴, 익숙한 동네 풍경, 정다운 이웃들… 그리운 것들을 향한 아득한 향수에 젖어있는 건 아닐까요?

그런데 무언가 아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어요. 건너편 작은 섬에서 아스라이 반짝이는 작은 불빛들. 아이는 남몰래 조각배를 타고 신비한 불빛이 반짝이는 섬으로 향합니다.

안녕

반짝이 불빛의 정체는 놀랍게도 토끼들이었어요. 포슬포슬 하얗고 밝은 빛을 내는 신비한 토끼들, 다가가도 겁내지 않는 토끼들과 아이는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중 한 마리를 살며시 품에 안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오기로 결심했죠. 불빛을 따라 무작정 섬으로 향할 때만 해도 혼자였지만 돌아오는 길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에요.

아이는 토끼를 학교에도 데리고 갑니다. 독특한 토끼 덕분에  친구들이 아이에게 다가왔어요. 냉정했던 반 아이들의 눈빛은 전과 다르게 온화하고 부드러워졌어요. 하지만 그 눈빛은 아이를 향한 것이 아니에요. 아이가 데리고 온 신비한 토끼를 향한 것일 뿐.

안녕

언제까지나 어디에서나 함께 하고픈 사랑스러운 토끼, 아이에게 토끼는 잃어버린 모든 것과 같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건 아이 입장일 뿐. 어느 날 밤 아이는 우두커니 창가에 앉아 먼 섬을 바라보고 있는 토끼의 애절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외로움에 잠 못 들었던 밤,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자신의 눈빛과 똑같은 눈빛으로 창밖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슬픈 토끼를…

아이는 토끼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었어요. 누구보다 토끼의 마음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파도가 세차게 휘몰아치는 바다를 건너 아이는 토끼를 원래 살던 곳에 놓아주고 돌아옵니다. 토끼가 사라지자 반 아이들의 마음도 다시 돌아서 버렸어요. 모든 것은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어요. 하지만 아이는 이제 예전처럼 주눅 들지 않아요. 토끼가 있든 없든 자기 자신은 그대로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요.

안녕

그밤 지쳐 돌아온 아이는 창 너머 토끼들이 사는 섬을 보게 됩니다. 고마운 마음을 담은 토끼들이 만들어낸 스마일 모양을 보며 아이는 빙그레 웃었어요. 이제 아이는 또 다른 것을 알게 되었어요.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는다는 사실을, 진정한 사랑은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줄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계절이 흘러가고 시간이 흘러갑니다. 여전히 아이는 혼자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더 이상 우울하고 쓸쓸해 보이지 않아요.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며 스스로의 생활을 즐기고 있어요.

그런 어느 날 아이에게 누군가 쪽지를 내밀었어요. 무심코 열어 본 작은 쪽지 속에는 토끼들이 보여주었던 것과 똑같은 스마일 그림이 그려져 있어요. 토끼를 꼭 닮은 친구 한 명이 아이를 향해 씨익 미소를 짓습니다. 아이도 새 친구를 향해 씨익 미소 짓습니다.

바다 건너 섬에서 빛나는 하얀 토끼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되짚어 보게 된 아이, 놓지 못해 힘들었던 것을 스스로 놓아주고서야 자신을 바로 볼 수 있게 됩니다. 마음이 전보다 좀 더 단단해집니다. 그렇게 성장합니다.

색상의 변화와 명암의 대비로 그림책 속에 다양한 감정을 그리는 작가 마리 칸스타 욘센은“비발디”, “터널”, “꿈꾸는 포프”를 출간한 바 있는 노르웨이 작가입니다.

대담하고 감각적인 그림으로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뭉클하게 그려낸 그림책 “안녕”, 외롭고 쓸쓸한 날 내 마음 어딘가에 살고 있는 친절한 토끼의 미소를 떠올려 보세요. 찬란히 빛나는 하얀 토끼가 텅 빈 마음을 조용히 채워줄 수 있게… 누구에게나 빛나는 하얀 토끼가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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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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