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피터 레이놀즈

(원제 : The Dot)
글/그림 피터 레이놀즈 | 옮김 김지효 | 문학동네
(발행 : 2003/10/30)


베티가 자신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까지 격려해 주고 기다려 주었던 미술 선생님이 있었기에 한 명의 꼬마 예술가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격려로 자신의 내면 속에 잠재되어 있던 재능을 찾아 낸 꼬마 예술가는 또 한명의 예술가의 탄생의 밑거름이 되어 줍니다.

피터 레이놀즈 교육 철학 담은 그림책

피터 레이놀즈는 어린이 교육을 위한 방송을 기획, 제작하며 아이들 교육의 일선에 있는 전문가답게 미술 선생님과 베티의 이야기만으로 그림책을 마무리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배움을 다른 사람에게 또 다시 나눠 주는 베티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그림책을 마무리함으로써 교육의 참된 의미는 자신이 배운 것을 실현하고 사회에 되돌려 주는 것임을 보여 주고 있기에 단순한 몇장의 그림으로 이뤄진 이 책이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참고로, “점”은 피터 레이놀즈의 첫번째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미술을 가르치며 만난 아이들 대부분이 그림 그리는 것을 어렵고 재미없는 일로 생각하는 점이 안타까워서 베티를 통해 그림을 잘 그리는 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해요.


점 피터 레이놀즈

자기 뜻대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서 미술시간이 다 끝나도록 베티의 도화지는 하얀 백지 상태 그대로 입니다. 그 때 다가온 미술 선생님이 베티에게 말을 건넵니다. “와! 눈보라 속에 있는 북극곰을 그렸네.” 하고 말이예요. 그런데, 격려해 주려던 선생님의 말에 베티는 더 화가 나죠. 선생님이 자기를 놀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미술 선생님은 빙그레 웃으면서 베티에게 제안을 합니다.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한번 시작해 보렴.

그냥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 봐.”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베티는 연필을 잡고 도화지 위에 힘껏 내리 꽂았어요. 덕분에 하얀 도화지 위엔 아주 강렬한 점이 하나 찍혔고, 그 점을 한 참 바라 보던 선생님이 도화지를 베티 앞에 내려 놓으면서 조용히 말합니다.

“자! 이제 네 이름을 쓰렴.”

화가 풀리지 않은 베티는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점 아래에 쓰고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다시 미술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미술실에 들어선 베티는 선생님의 책상 위에 걸린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일주일 전 자기가 화가 난 채 내리 꽂듯 찍은 점이 멋진 액자 속에 담겨져서 벽에 걸려 있었거든요.

점 피터 레이놀즈

그날 이후 베티는 수많은 점들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다양한 색과 다양한 모습, 다양한 크기의 점들을 베티는 그리고 또 그립니다. 그리고 얼마 후 학교에서 열린 미술 전시회에서 베티의 점 그림들은 많은 인기를 얻었어요.

점 피터 레이놀즈

그리고 그 곳에서 한 아이와 만나게 됩니다. 그 아이는 얼마 전 미술실에서 잔뜩 화가 나 있던 자신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자를 대고도 선을 똑바로 긋지 못한다며 풀이 죽어 있는 아이에게 베티는 하얀 도화지를 건넵니다. 그리고 아이가 그은 삐뚤삐뚤한 선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베티가 이렇게 말합니다.

“자! 이제 여기 네 이름을 쓰렴.”

선생님은 왜 이름을 쓰게 했을까?

자기가 그린 그림에 자신의 이름을 써 넣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화가들이 자신의 그림에 서명을 하기 시작한 건 르네상스 시대 이후부터라고 해요. 그 전까지 화가들은 종교화나 귀족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단순한 기능공으로 여겨졌기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대가들의 유명한 그림에도 서명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군요. 문예부흥 운동의 물결 속에서 화가들 역시 자의식이 생기고 자신의 그림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 그림의 한쪽 여백에 자신의 서명을 하기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베티의 그림에 이름을 쓰게 한 미술 선생님의 의도 역시 이와 같은 것 아닐까요? 자신감을 갖고 너의 생각대로, 너의 느낌대로 그리면 그것이 바로 너의 그림이 되는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삶의 가치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가르쳐 준겁니다. 그리고, 너의 이름을 써 넣은 너의 그림에 자부심을 가지라는 당부이기도 하구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그것에 만족하며 자부심을 느끼는 삶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삶일테니까 말이죠.


올바른 아이 교육 접근법

베티의 미술 선생님은 아이 교육을 위한 몇가지 가이드를 제시해 주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첫번째, 아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하게 해라.

말콤 글래드웰은 우리 삶에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작용한다고 말했습니다. 비틀즈, 빌 게이츠가 그들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1만 시간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거죠. ‘1만 시간의 법칙’이 우리 삶에 존재한다고 믿는다면 아이가 원해서 하건 강제로 하건 상관 없이 1만 시간의 노력을 한다면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아이가 원해서, 하고 싶어서, 좋아서 한다면 1만 시간보다 적은 노력으로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테고, 똑같은 1만 시간의 노력을 했다면 더 큰 이룸을 성취할 수 있지 않을까요?

子曰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자왈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을 때 우리 아이들은 즐겁고 행복할테니 그보다 더 좋은것은 없겠죠.

두번째, 아이가 하고 싶을 때, 스스로 준비가 되었을 때 하게 해라.

우리 엄마 아빠들은 아이들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늘 조급하고 참을성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 남들보다 먼저 시작하는 것이 물론 더 좋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이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때는 바로 스스로 하고 싶을 때, 스스로 준비가 되었을 때입니다.

‘이제 들어가서 공부해야지!’ 라는 말이 막 튀어 나오려고 하더라도 꾹 참고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던 아이도, 만화책에 고개를 처박고 있던 아이도 결국은 때가 되면 제 할 일을 하러 갑니다. 그것이 공부건, 숙제건 말이죠. 아이가 스스로 알아서 하지 않는다고 하는 엄마 아빠들은 단 한번만이라도 기다려 보세요. 그러면 곧 알게 될겁니다. 아이가 스스로 하지 않는게 아니라 엄마 아빠가 인내심이 부족했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세번째, 아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자극을 줘라.

아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서 때를 놓치지 않고 할 수 있으면야 가장 좋겠죠.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아직 정보도 부족하고 세상 살이에 대한 경험과 지식도 많이 없는 상태잖아요. 그냥 가만히 둬서는 아이들이 자기의 삶을 찾아 가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방황만 계속 될 수도 있을겁니다.

엄마 아빠의 역할은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 다양한 자극을 주는 것 아닐까요?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기 위해서는 다양한 자극이 필요합니다. 여행, 독서, 영화, 미술관, 박물관, 봉사와 체험 등등 아이들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나씩 하나씩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앞에서 아이 스스로 하고 싶어 할 때까지, 스스로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엄마 아빠가 기다리는 동안 아이에게 자극을 줄 다양한 꺼리들에 대해 찾아 보면 딱 좋겠네요. ^^


※ 함께 읽어 보세요 : 피터 레이놀즈의 또 다른 그림책 “느끼는 대로” 역시 오늘 함께 본 “점”과 비슷한 주제와 느낌입니다. 함께 읽어 보세요.


YES24 플래시 동화 보기 : | 느끼는 대로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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