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 발행일 : 2014/08/07
■ 업데이트 : 2017/12/11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책표지 : Daum 책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원제 : Si, Se Puede!)

다이애나 콘 | 그림 프란시스코 델가도 | 옮김 마음물꼬고래이야기

※ 2002년 제인 애덤스 평화상 수상
※ 2002년 버몬트센터 ‘다문화를 위한 열 권의 책’ 선정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은 엄마의 파업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그림책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의 원제 ‘Si, Se Puede!’는 스페인어인데요, 영어로는 ‘Yes, We Can!’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그림책의 제목과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들에겐 다소 생소하고 어려운 주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어렴풋이나마 엄마 아빠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보여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지난 2000년의 ‘LA 청소노동자를 위한 정의 운동’을 승리로 이끈 인물과 당시의 파업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엮은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가 이럴 때 딱 적절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림을 그린 프란시스코 델가도는 멕시코계 미국인으로 빈민가의 노동계급을 대변하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주로 만들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는 그의 첫 번째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잠자리에 든 아들 카를리토스에게 잘자라는 인사를 건네는 엄마와 다정하게 엄마를 올려다 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푸근하면서도 왠지 그들의 표정 한 켠엔 그늘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카를리토스의 엄마는 모두가 잠자리에 드는 시간에 출근을 하거든요. 밤새 아이 혼자 재울 생각에 안쓰러운 엄마, 자기는 졸음이 쏟아지는 이 시간에 일하러 가야만 하는 엄마가 불쌍하기만 한 카를리토스…

그래도 엄마는 주어진 일을 늘 성실히 한답니다. 엄마가 청소한 곳은 아주 깨끗해져요. 화장실 바닥은 반짝반짝 빛이 나고, 커다란 유리창은 마치 호수처럼 맑고 깨끗합니다. 사무실 바닥은 얼마나 매끄럽게 닦았는지 신발을 벗으면 미끄러질 정도구요. 청소를 끝내고 쓰레기를 모아 분리수거를 하고 나면 엄마의 늦은 하루 일과가 끝납니다.

엄마가 퇴근하고 돌아 올 때면 해가 막 떠오르기 시작하고, 카를리토스는 퇴근한 엄마와 함께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갑니다. 카를리토스가 학교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친구들과 신나게 뛰노는 동안 엄마는 단잠에 빠지겠죠?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죽은 남편을 대신해서 하루 하루를 열심히를 넘어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카를리토스의 엄마, 하지만 살림은 늘 넉넉하지가 못합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하지만 월급은 적고 근무 환경은 열악하기만 합니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제공하는 최소한의 공평한 삶을 공유하기 위해서, 아들 카를리토스를 더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엄마는 노조에 가입하고 파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합니다.

“엄마가 이번 일을 잘 해내려면 네가 엄마를 도와줘야 한단다.”

파업에 참여한 댓가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엄마가 카를리토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 것 뿐이었겠죠. 아이가 이 말의 뜻을 다 헤아릴 수야 없겠지만 자신의 결정에 대한 각오를 다시 한 번 더 다지기 위해서라도 엄마는 아이를 꼬옥 끌어 안아줍니다.

엄마는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행진을 하고, 집회를 열고, 온갖 모임에 참석하며 하루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침이면 엄마와 동료들의 기사가 실린 신문을 카를리토스에게 읽어 주었습니다. 장식이라고는 벽에 걸린 달력이 전부인 초라한 집을 지키는 할머니는 힘을 보태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럽고, 아직 어린 손자와 며느리가 파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기가 안쓰럽기만 합니다.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엄마가 카를리토스에게 도와달라고 했던 건 사실 당분간 힘들더라도 꿋꿋하게 잘 참아 달라는 뜻이었지만 카를리토스는 엄마를 위해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고 또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생각해냈어요. 자신의 생각을 할머니와 로페즈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카를리토스는 친구들과 정성껏 팻말을 만듭니다. 카를리토스의 팻말엔 이렇게 써 있습니다.

나는 엄마를 사랑해요!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아이들까지 팻말을 들고 나와 거들면서 파업은 단순한 시위가 아니라 청소노동자 가족들의 축제로 변한 것 같았어요. 그들의 함성은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바라는 엄마 아빠의 바램이고,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는 아이들의 꿈을 위한 외침입니다. 엄마 아빠가 당연히 보장 받아야 할 최소한의 권리와 혜택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누려야 할 평등한 삶의 기회를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이제 다른 사람들도 귀기울여 줄 수 있겠지요.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마침내 엄마와 동료들의 요구사항이 받아 들여지고 모두가 예전에 비해 한결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어요. 병원 갈 돈이 없어서 늘 아팠던 할머니는 건강보험 혜택으로 이제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엄마는 정당한 근로시간을 보장 받을 수 있게 된 덕분에 굳이 주말에 밀린 집안일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어요. 대신 카를리토스와 함께 공원에도 놀러가고 시원한 아이스크림도 사먹을 수 있게 되었죠.

카를리토스,
엄마가 꼭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
노동자들에게 엄마 도움이 필요할 때
반드시 가겠다고 약속했단다.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다른 곳의 청소노동자들도 엄마네처럼 파업을 하기로 했대요. 그래서 엄마도 가서 도와 줘야 한대요. 엄마가 파업했을 때 그들도 엄마들에게 와서 도와줬었거든요.

카를리토스는 엄마의 파업때 썼던 팻말을 들고 엄마를 따라 나섭니다. 그리고 엄마와 새 친구들과 함께 외칩니다.

“그래, 우린 할 수 있어!”


그림책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는 노동자들이 그들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방법과 그 과정을 카를리토스네 가족을 통해서 담담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하기를 기대하는 건 사실 무리겠죠. 이 그림책이 의미가 있는 것은 노동자와 파업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각종 매체나 우리 삶의 현장에서 목격하는 일들이 몰상식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그저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이웃의 일이라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접 그들 속으로 뛰어들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의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함께 공감하고 마음속으로나마 응원해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들에겐 큰 힘이 될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더욱 살기 좋은 세상으로 서서히 변해 갈 수 있겠죠.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요즘 서울 시내에 나가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길이 좀 막힌다고, 시끄러운 소리가 거슬린다고 불평하거나 낯을 찌푸리기보다는 무슨 일로들 모였는지 한번이라도 관심 어린 눈길을 보내 주면 좋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그들 속에 카를리토스가 아닌 철수와 영희가, 우리 이웃들의 삶이 있으니까 말이죠.


※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 북트레일러

우리 아이들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행동해야 할 때가 있음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 전태삼(전태일님의 동생)
파업과 연대의 의미가 잘 드러나는 책입니다.
왜 우리가 파업을 하는지,
왜 우리가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와야 하는지,
왜 우리가 함께 행동해야 하는지
아이들도 이해할 것입니다.
- 유흥희(전국금속노동조합 기륭전자 분회장)

함께 읽어 보세요 : 빈 공장의 기타 소리


※ 우리가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우리와 우리 이웃의 현실
  • 그림책에 나오는 카를리토스의 엄마의 실제 모델인 돌로레스 산체스가 이끌었던 ‘LA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정의 운동’은 2000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로부터 11년 후인 2011년 대한민국에서는 홍대 청소노동자 아주머니들이 똑같은 일을 하기 위해 모였었습니다. 최저임금은 고사하고 한달 급식비로 9천원(하루 300원)을 받는 청소노동자 아주머니들이 최저임금 수준만으로라도 올려 달라고, 휴식 시간을 좀 달라고, 쉴 수 있는 곳을 좀 달라고 하는게 고작인 요구였지만 학교측은 업무 방해 등을 이유로 시위 주도자 6명에게 한사람당 약 4,5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걸기도 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어야 할 겁니다.
  • 그림책에서도 그들이 우리와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와 더불어 살고 있는 이웃임을 강조했던 것 처럼 홍대 청소노동자 아주머니들 역시 우리 이웃이요, 한 때는 누군가의 소중한 딸과 아내였었고, 현재 누군가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어야 할 겁니다.(청소노동자의 구술생애사 – 대학생들이 청소노동자 아주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한 내용입니다. 그 분들이 우리 이웃임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는 이야기라 소개합니다)
  • 2014년 5월 국제노조총연맹(ITUC)에서 세계 13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 후 발표한 노동자권리지수(GRI)에서 대한민국은 나이지리아와 함께 가장 낮은 등급인 5등급으로 분류되었습니다.(미국이 4등급이라는게 더 놀랍기는 합니다.) 이 5등급의 의미는 ‘노동권이 지켜질거란 보장이 없는 나라(No guarantee of rights)’ 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어야 할 겁니다.
  • 좀 더 관심 있는 분들에게 권할만한 책 : “빗자루는 알고 있다 – 연세대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한 2000일간의 기록“(김세현, 오수빈, 용락 지음 / 실천문학사)
  • 울산과학대 청소 노동자들의 외롭고도 기나긴 투쟁 이야기(민중의소리, 2017/09/22)

Mr. 고릴라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gorilla@gaonbit.kr | twitter : @gaonbitmag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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