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

신혜영 | 그림 김진화 | 위즈덤하우스
(2021/05/13)


“3월 그림책 이야기 Top 10” 정리하면서 보니 3월에 화가 난 사람들이 많았는지 2020년에 소개했던 “화가 날 때 읽는 그림책”이 갑자기 3위로 뛰어올랐더라구요. 그런데 이 글이 4월에도 여전히 상위를 차지하고 있네요. 도대체 다들 화가 얼마나 났길래… 그래서 오늘은 화가 잔뜩 나 있는 분들을 위해 화를 풀 방법을 가르쳐 주는 그림책 한 권 소개합니다.

바로 작년 이맘때 나온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입니다. 제목처럼 차오른 화를 호로록 풀어줄지 어디 한 번 볼까요?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

너 지금 진짜 정말 엄청나게
화가 났구나?

이 그림책에서 글은 화가 잔뜩 난 아이를 지켜보는 어른의 목소리입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덩이 마냥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오른 아이. 그런 아이들에게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 바로 ‘왜 그렇게 화가 났어?’ 하고 묻는 겁니다. 설명 따위 하고 싶지 않을만큼 분노에 찬 아이에게 그런 걸 일일이 답할 마음의 여유가 있을 리 없잖아요. 이 실수에서 꼭 한 단계 더 나가는 어른들도 있습니다. 왜 그러는지 말을 해야 풀어주지 않냐며 계속 화가 난 까닭에 집착하거나, 묻는데 대답하지 않는다고 덩달아 같이 짜증 내는…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지?!
용처럼 불을 뿜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뜨거운 불에 화가 다 타 버릴 테니까 말이야.

다행히 그림책 속 어른은 화 풀어주기 전문가인가 봅니다. 왜 화가 났는지 묻지 않고 위와 같은 말들을 건네며 아이에게 다가갑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화가 났을 때 기분 나도 잘 알아… 뭐 이런 공감의 자세로 아이를 지켜보던 어른은 적절한 타이밍에 또 한 마디 툭 던집니다.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

대신에 사자처럼 으르렁대거나 크게 소리를 질러 봐!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마구 써도 괜찮아.
힘을 주고 발을 쿵쾅쿵쾅 굴러 봐.
초원을 달리는 말처럼 달려 보거나.
회오리 슛을 날리듯이 발을 뻥 차는 것도 좋아.

크게 소리 지르기, 하고 싶은 말 마음껏 써 보기, 무작정 달리기… 아이가 감정을 추스르는 데 도움이 될만한 다양한 방법들을 차분하게 늘어놓습니다. 화가 날 땐 이렇게 해보라며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는 동안 아이의 표정이 조금씩 풀려갑니다.

아이 얼굴에 웃음기가 살짝 비치자 그제야 어른은 묻습니다.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

그런데 말이야,
아까,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말이야,
너 왜 화가 났던 거야?

첫 장면에서 온몸이 불타오를 것만 같던 아이는 온데간데없고 빙그레 웃고 있는 아이만 있네요. 마치 새 옷을 갈아 입은 것처럼 달라보는 아이. 왜 화가 났었는지 벌써 다 잊은 것 같죠? 아이 얼굴 보고 있자니 제 화가 다 누그러지는 것 같습니다.

이 그림책 내용을 감수한 아동심리학자 김민화 교수는 화를 잘 푸는 것도 재능이라며 아이 스스로 화를 풀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은 아이가 화가 났다는 것을 공감하면서 시작해요. 그러면서 화를 푸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 주지요. 대부분 책을 보고 바로 실행할 수 있는 행동들이에요.

왜 화가 났는지를 먼저 물으면 제대로 화를 풀어 낼 기회를 놓칠 수 있어요. 아이에게 책에 소개된 화 풀기 방법 중 맘에 드는 것을 고르게 하거나 자신만의 독특한 화 풀기 방법을 물어보세요.

다양하고 효과적인 화 풀기 방법을 많이 아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잘 다룰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을 갖추는 거랍니다.

– 아동심리학자 김민화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에는 여남은 가지의 화 푸는 방법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어떤게 가장 효과적으로 여러분의 화를 풀어줄 수 있을까요?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누군가에게 꼭 안기기였습니다. 무조건 내 편인 사람이 있다면 아무 말 하지 말고 그 사람에게 그냥 안겨 보래요. 뭐 그런 사람 없다면 매일 덮는 이불이나 커다란 곰 인형을 꼭 안는 것도 괜찮다고 하네요(다행이죠? 😂)

글 쓰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나는 누군가 잔뜩 화가 나 있을 때 찾아와서 안기고 싶은 사람일까? 누군가 와서 안기려 든다면 말 없이 꼭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인가? 아내와 딸에게야 당연히 그런 사람이지만… 오래 전 일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사업 실패로 크게 낙담했던 후배가 찾아왔던 밤이었는데 술이 취하자 이 말을 무한반복하기 시작했습니다. ‘형, 나 잘한 거라고 말해 줘. 잘 될 거라고 말해 줘!’… 이 말이 뭐라고 못해줬을까요? 해달라는 말 대신 거래처들 마무리 잘 해라, 그래야 다시 사업하더라도 수월하다, 부모님이나 지인들에게 피해가지 않게 뒷정리 잘 해라, 돈 꾸러 다니지 말고, 아내한테 표나게 굴지 마라… 뭐하자고 잔소리만 잔뜩 늘어놨었을까요? 음… 요즘 잘 나가시는 그분께서 근래에 제게 삐딱하게 굴던데 다 이유가 있었네요. 😓

여러분은 어떤 사람인가요? 잘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인가요?

화는 나 자신을 지키려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감정이며 화를 잘 푸는 것도 공부나 운동 잘하는 것처럼 멋진 재능이라고 말하는 그림책,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그림책 속 꼬마처럼 어느새 화가 호로록 풀리는 그림책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입니다.


화가 날 때 읽는 그림책

마음을 다스리는 그림책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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쟌이맘
쟌이맘
2022/04/12 10:35

화를 잘 푸는 것도 재능이라는 메시지라니요. 작가님 정말 참스승이네요 ㅠㅠ 요즘 화 해소를 못해 쌓인게 많은 어른이 1인 당장 그림책 찾아보러 갑니다. 오늘도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Last edited 2 years ago by 쟌이맘
가온빛지기
Admin
2022/04/16 13:37
답글 to  쟌이맘

쟌이맘님, 아무리 작은 화라도 마음에 쌓아두지 마세요. 잠들기 전 혼잣말로라도 조용히 뱉어내면 조금이나마 풀릴 겁니다. 화 1도 없이 단잠 드는 주말 보내시길 가온빛이 호로록 응원합니다!

길나가일
길나가일
2022/04/16 11:39

현재 화나는 일이 있어요. 여러 번 읽어봅니다. 귀여운 그림과 글…그런데… 너 왜 화가 났던거야?

가온빛지기
Admin
2022/04/16 13:39
답글 to  길나가일

길나가일님, 익명게시판이라도 하나 열어드릴까요? 대나무숲이라 생각하시고 화나는 일 맘껏 소리 지르실 수 있게 말이죠.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만 하세요~

마지막 장면 웃음이 절로 나죠? ^^
즐거운 그림책 주말 보내세요 길나가일님~

별희망
별희망
2022/04/16 20:12

음, 저는 요즘 뒤처리를 못해서 나 자신에게 화가 나 있어요. 말하자면 맡은 일을 못하고 있는 건데요. 정말정말 하기 싫습니다. 그건 저에게 일을 부탁한 측 잘못이 아닌데, 그때 소속했던 직장에 대한 감정이 안 풀려서 그런 거지요.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이 아직 안 풀리고 있는 건데요. 차암 어렵네요. 화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가온빛 레터를 읽었는데….

가온빛지기
Admin
2022/04/20 12:08
답글 to  별희망

별희망님, 마음 추스르고 다스리는 것 만큼 힘든 일이 또 있을까요…
아무쪼록 가온빛 그림책 이야기가 별희망님 답답한 마음에 작은 위로와 응원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힘 내시고~ 오늘도 좋은 그림책 하루 보내세요!

Last edited 2 years ago by 가온빛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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