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지키기 위해 일회용 컵이나 비닐봉지를 쓰지 말자고 했더니 텀블러와 에코백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쓰지 않는 텀블러나 에코백을 기부하는 행사들도 있더라구요. 그리고 포장용기 없이 내용물만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 가게들도 주변에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리뉴얼한 집 근처 마트의 시리얼 코너도 가져간 밀폐용기에 원하는 만큼만 담아올 수 있게 해놓았더군요.

일회용품도 문제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옷가지나 생활용품, 심지어 가전제품까지도 너무 쉽게 너무 많이 사고 또 너무 쉽게 버리고 있는 것 아닐까요? 우리가 잠깐 쓰고 내다 버린 것들은 다음 날 아침이면 우리 눈 앞에서 치워질 뿐이지 진짜로 소멸되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 이 나라, 이 지구 어딘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쌓고 또 쌓고… 지금처럼 과잉 소비를 멈추지 않는다면 그 쓰레기들을 숨겨둘 공간이 모자라서 결국은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살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적게 버리려면 적게 사서 아껴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쑤시개 하나를 말려서 쓰고 또 쓰다 뭉툭해지면 깎아서 쓰고 또 써 2년을 썼다는 성철 스님처럼 살 수야 없겠지만 지금보다는 조금 덜 사고 덜 써도 될만큼 차고 넘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도시락 담던 종이 봉지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서 700번을 사용한 것도 모자라서 후배에게 물려주었던 경험을 모티브로 한 “작은 종이 봉지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동네 사람들이 내다 버린 온갖 잡동사니들을 모아 두었다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을 만들어 선물하는 맥더프 아저씨와 꼬마 모의 유쾌한 만물상 이야기 “별난 아저씨의 별난 만물상”, 이 두 권의 그림책이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작은 종이 봉지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원제 : One Little Bag: An Amazing Journey)
글/그림 헨리 콜 | 비룡소
(2021/12/31)

※  출판사 홈페이지 및 온라인 서점 상의 발행일은 2022년 1월 6일로 되어 있으나, 저희가 갖고 있는 이 책의 서지 정보상 발행일은 2021년 12월 31일이어서 그림책에 표기된 서지 정보를 따랐습니다.

“작은 종이 봉지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는 글 없는 그림책입니다. 종이 봉지 말고는 색을 쓰지 않은 그림 덕분에 마치 흑백 무성 영화를 보는 듯 합니다. 본문 시작 전에 나무가 종이가 되고 또 종이 봉지로 변신하는 과정을 여섯 장에 걸쳐서 보여주는데 영화의 인트로 같아서 더욱 빠져들게 됩니다.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스물한 장중에서 골라낸 아래 여섯 장의 그림들만으로도 대강의 스토리는 파악하실 수 있을 겁니다. 글 없는 그림 책이니 글 없이 소개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

작은 종이 봉지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작은 종이 봉지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작은 종이 봉지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작은 종이 봉지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작은 종이 봉지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작은 종이 봉지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나무가 종이가 되고 그 종이는 다시 또 종이 봉지가 됩니다. 가게에서 산 것들을 담아왔던 종이 봉지는 도시락 가방이 되기도 하고, 사랑을 끄적이는 낙서장이 되었다가 아기 침대 위 모빌이 되기도 합니다. 그 아기가 자라서 어른이 되어 살아갈 때에도 여전히 함께 하는 종이 봉지. 종이 봉지에 도시락 담아가던 아이는 이제 아빠가 되었고, 도시락 싸주던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종이 봉지는 새로 태어난 아이가 바닷가에서 주운 알록달록 조약돌을 담기도 하고, 무릎 위에 앉혀 놓고 아이에게 책 읽어줄 땐 맛있는 간식이 담긴 쿠키 상자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종이 봉지는 그냥 잠깐 쓰고 버리는 종이 조각이 아닙니다. 자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담아낸 삶 그 자체입니다. 아빠가 정성껏 담아준 도시락을 맛있게 먹으며 그 속에 담긴 아빠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급하게 휘갈겨 쓴 메모들과 전화 번호 덕분에 문득 떠오르는 얼굴들을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처럼 말이죠.

종이 봉지 하나를 3대가 대물림해서 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너무 많은 요즘 세태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그림책, 가족의 소중함과 포근한 사랑을 전하는 그림책, 사소한 실천이 모이고 모여 우리의 환경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하는 그림책 “작은 종이 봉지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입니다.


별난 아저씨의 별난 만물상

별난 아저씨의 별난 만물상

(원제 : The House Full of Stuff)
글/그림 에밀리 랜드 | 옮김 김혜진 | 봄의정원
(2022/01/17)

별난 아저씨의 별난 만물상

맥더프 아저씨는 사람들이 함부로 버린 것들 중에서 다시 쓸 수 있는 것들을 모으는 걸 좋아합니다. 덕분에 맥더프 아저씨네 집은 동네의 다른 집들과 많이 달랐어요. 그림에서처럼 이웃집들은 모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맥더프 아저씨네 집 앞은 엉망입니다. 사람들 눈엔 그저 쓰레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잡동사니들을 맥더프 아저씨는 왜 버리지 못하고 저렇게 잔뜩 쌓아둔 걸까요?

별난 아저씨의 별난 만물상

그런 맥더프 아저씨를 동네 사람들 모두 못마땅해 했지만 유일하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꼬마 모. 그렇다고 아저씨처럼 모 역시 잡동사니들을 좋아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그저 왜 그럴까? 어디에 쓰려고 저럴까? 궁금해 하는 정도였어요. 맥더프 아저씨네 집 앞을 지날 때면 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산더미처럼 쌓인 잡동사니들을 바라보곤 했죠.

하루는 모가 맥더프 아저씨네 집 앞으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데 갑자기 자전거가 다 부서져서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모는 화가나서 부서진 자전거를 버려둔 채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런데, 다음 날 맥더프 아저씨네 집 앞을 걸어가던 모는 어제 분명히 부서졌던 자전거가 멀쩡하게 서 있는 걸 발견합니다. 멋진 리본이랑 벨이랑 새 바구니까지 달아서 전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말이죠.

눈이 휘둥그레진 모를 바라보며 맥더프 아저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잡동사니를 모아 두니 이렇게 쓸모가 있는걸.
이것 보렴.
어떤 것도 쓰레기라고 쉽게 버리면 안 된단다.
고쳐 쓸 수도 있고 새로운 걸 만들 수도 있거든.

이제 모는 알았겠죠? 맥더프 아저씨가 왜 잡동사니들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뒀는지 말입니다.

그날 이후 모와 맥더프 아저씨에게 가져가면 무엇이든 다 새것처럼 고쳐준다는 소문이 온동네에 쫙 퍼졌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고장 난 가전제품이나 가구, 인형이나 장난감을 들고 맥더프 아저씨를 찾아왔어요.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자신에겐 지금 당장은 필요 없지만 어딘가 꼭 필요할 것 같은 물건을 발견하면 그냥 버리거나 지나치지 않고 맥더프 아저씨에게 가져다 주었구요.

덕분에 잡동사니만 가득할뿐 찾아오는 이 하나 없던 맥더프 아저씨네는 이웃들로 늘 붐볐어요. 물론 잡동사니는 전보다 더 많이 쌓여갔죠. 그렇게 찾아오는 이웃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잡동사니들이 쌓이면 쌓일수록 모와 맥더프 아저씨와 이웃들간에 나누는 정은 더 깊어졌습니다.

별난 아저씨의 별난 만물상

맥더프 아저씨는 여전히 이런저런 물건 모으기를 좋아해요.
그것들을 보물처럼 소중히 여기지요.
그리고 이제는 동네 사람들도 그렇답니다!

첫 장면과는 사뭇 달라진 맥더프 아저씨네 이웃들의 모습. 정신 사나운 느낌이 없진 않지만 이웃들끼리 서로 오가며 웃는 모습이 아까보다 훨씬 더 사람 사는 동네처럼 느껴집니다.

쓸모라는 건 절대적인 게 아니죠. 나에게는 쓸모 없는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겐 쓸모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맥더프 아저씨가 쓸 수 있는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누군가에게 쓸모 없어진 물건의 새로운 쓸모를 찾아내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주는 잡동사니 큐레이터 맥더프 아저씨 이야기 “별난 아저씨의 별난 만물상”입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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