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

글/그림 김효은 | 문학동네
(2022/06/08)


한 달간의 휴식을 끝내는 8월의 마지막 휴일, 어떤 그림책으로 가온빛 문을 다시 열까 마음이 분주했던 주말이었습니다. 사랑스럽고 가슴 찡한, 묵직한 울림과 기분 좋은 행복감을 안겨줄 그림책을 고르느라.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나는 지하철입니다” 이후 6년 만에 출간된 김효은 작가의 신작입니다. 전작 “나는 지하철입니다”가 ‘나(지하철)’의 관점에서 ‘우리 이웃’들의 다채로운 삶의 모습을 묵직하게 그리고 있다면 신작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은 ‘나’의 관점에서 가족의 의미를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

우리는 다섯입니다.

생크림 케이크 위에 콩콩 박혀있는 딸기를 보고 있을  다섯 아이들의 똥그란 열 개의 눈동자가 느껴집니다. 촛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리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

우리가 다섯이라는 건 무엇이건, 무엇을 하건 나누기 5를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케이크뿐만 아니라 사과 하나, 우유, 과자 한 봉지, 따끈따끈 통닭(치킨 아니고 통닭) 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한 통, 화장실, 하나뿐인 삼촌까지 공평하게 5로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모두가 똑같이 만족할 수 있도록 공평하고  정확하게. 어렵게 보이지만 아예 못할 일도 아닌 듯싶습니다. 그 시절 우린 분명 그렇게 하면서 자랐으니까요. ^^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

비슷하면서도 개성 있게 표현된 다섯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럽게 그려집니다. 언니 오빠가 완벽한 공평을 추구하고 있을 때 손 먼저 입 먼저 나가고 마는 돌격대장 막내의 모습에 웃음이 빵빵 터지고 말지요.

모든 걸 나름의 기준으로 공평하게 나누어야만 했던 치열했던 시절, 둘째는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엄마 아빠를 온전히 독차지하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특별했던 순간은 잠시, 동그란 식탁에 다섯이 다시 모여 앉았어요. 시끌시끌한 분위기 속에 케이크 촛불이 켜집니다. 케이크가 나눠집니다. 정확하고 공평하게. 하나 남은 딸기까지 정확하게.

다섯 남매가 나눈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케이크? 통닭? 과자 한 봉지?  그림책을 마무리할 즈음 내 마음도 빵빵하게 채워집니다. 나눌 수록 채워지는 기쁨, 우리가 가족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의 화자는 단발머리 둘째입니다. 김효은 작가가 다섯 남매 중 둘째였다고 하니 그걸 알고 보면 이야기가 좀 더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오빠와 동생 사이 둘째로 자란 저도 엄마 아빠를 독차지하고 싶었던 기억이 떠올라 재미있었습니다. 싸우고 화해하고 나누고 돌보고 사랑하고 다독이며 자라던 그 시절의 우리들, 고개를 끄덕이다 마침내 뭉클해지는 이유도 그래서인가 봅니다.

함께 어울리고 부딪히며 둥글게 자라나는 다섯 남매의 모습을 뭉클하게 그린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 다섯 남매가 펼치는 일상의 순간들을 가볍고 경쾌하게 표현한 그림, 간결하지만 철학적인 글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림만 보면 어린아이의 그림일기를 보는 느낌이고, 글만 읽으면 마치 추억을 되새기는 어른의 일기장을 읽는 느낌이 들어요.

케이크가 가장 맛있을 때는…나누어 먹을 누군가가 있을 때, 그것도 치열하게. 그때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나눗셈에서 항상 빠져 있었던
나의, 우리의 부모님께

책의 헌사에 마음이 한 번 더 뭉클해집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자꾸자꾸 초인종이 울리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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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미
박선미
2022/09/16 17:11

이 책 오늘 딱… 봤어요..^^ 나는 지하철입니다라는 책이 저하고 인연이 있었나봐요. 그리고 만난 김효은작가님의 자전적 이야기. 현명하게 나누는 법, 함께 해서 즐거운 것, 혼자하고 싶은 것, 함께하지 못해서 아쉬운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가온빛지기
Admin
2022/09/20 21:14
답글 to  박선미

아, 선미님의 그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네요.
나는 지하철입니다도 좋았지만
이 그림책도 참 좋죠?
어릴 때 비슷한 추억이 하나 있어서인지 뭉클한 마음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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