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두막

나의 오두막은 찾기가 쉽지 않아요.
숲 한가운데 숨어 있거든요.
멀지 않은 곳에 호수가 있고요.
작은 폭포도 있어요.
오두막은 작지만 우리에겐 충분해요.
(중략)
이보다 더 조용한 곳은 어디에도 없을 거예요.
나의 오두막을 떠나는 건
그래서 늘 쉽지 않답니다.

지난 여름 나를 품어 주었던 곳에 대한 추억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열여섯 장의 그림과 짤막한 글에 나도 모르게 푹 빠져듭니다. 마치 그림책 속 주인공에게 숲속 오두막으로의 초대장을 받아든 느낌이랄까요? 다 보고 나면 ‘아, 가고 싶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흘러 나옵니다.

숲을 찾은 주인공이 오두막에 머무는 동안 적당한 거리를 둔 채 지켜보던 곰이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근처로 소풍을 가고, 작은 폭포에 뛰어들고, 생선을 굽거나 온종일 오두막에 앉아서 책을 읽는 동안 편안히 머물 수 있도록 살뜰히 돌봐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림책을 다시 한 번 펼칩니다. 이번에는 곰의 눈으로 숲과 오두막, 그리고 그곳을 찾은 이를 조심스레 살펴봅니다. 손님이 아니라 숲의 주인의 마음, 일상에 찌든 몸과 마음 편안히 쉬어 가라고 아무 조건 없이 자리를 내어주고 품어주는 인심 넉넉한 주인의 마음으로 말입니다.

오두막을 뒤로 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내딛는 주인공, 지난 며칠간의 휴식 덕분에 다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겠죠. 곰과 오두막과 숲은 그곳을 찾을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그 자리를 지키며 살아갈 테구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존재들과 그들의 삶이 얽히고설키며 만들어내는 소소함들이 모여 이 세상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주고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 “나의 오두막”입니다.


나의 오두막

나의 오두막

(원제: Ma Cabane)
글/그림 로이크 프루아사르 | 옮김 정원정, 박서영 | 봄볕
(2022/07/29)

“나의 오두막”은 나만의 시간이 간절한 이들, 나를 잠시 내려놓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 숨 좀 돌리고 싶은 이들, 문득 찾아온 낯선 여행자에게 시원한 물 한 잔 내어줄 수 있는 여유로움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아직은 현실이 그런 것들을 허락하지 않는 이들에게 잠깐이나마 쉼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갈 힘을 채워줄 겁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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