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
책표지 : 알라딘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원제 : Herr Eichhorn Und Der Mond)

글/그림 제바스티안 메쉔모저 | 옮김 전재민 | 책내음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

이른 아침 다람쥐를 깨운 노랗고 동그란 이것은 무엇일까요?

다람쥐는 달님이 집 앞에 뚝! 떨어졌다고 생각했답니다. 다람쥐는 여러가지 생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했어요. 커다랗고 둥글고 노란것은 분명 달님인데 왜 하필 다람쥐네 집 앞에 떨어진 것인지, 누가 훔쳐 달아나다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다람쥐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는 것은 아닌지 말이예요.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

생각에 잠긴 다람쥐가 상상하는 장면이예요. 크고 건장하게 생긴 죄수 옆 작고 힘없이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죄수복 입은 다람쥐의 모습. 창살 밖 달님은 두둥실 떠있고 단촐한 감옥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커다란 침대 위 다람쥐가 사용할 작고 낡은 침대 하나, 큰 변기 옆 작은 변기 하나. 그리고 건장한 모습과 달리 얌전히 자수를 놓고 있는 죄수의 모습을 그린 흑백의 섬세한 연필화는 블랙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네요.^^

음, 자신이 그런것도 아닌데 이렇게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갈 수는 없다 생각한 모양입니다. 다람쥐는 달님을 없애기로 결심했어요. 그래서 달님을 밀고 밀었지만 꼼짝도 하지 않던 달님은 본의 아니게 나뭇가지가 뚝 부러지면서 나무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아, 다행이네요. 이제 다람쥐는 달님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지 않게 되었으니 말이예요.

그런데요, 다람쥐네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달님은 안타깝게도 고슴도치 등 위로 떨여졌습니다. 달님에게 짓눌려 납작 엎드려 꼼짝도 못하게 된 고슴도치.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란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까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근처에 있던 다람쥐가 고슴도치를 외면하지 않고 도와주러 왔다는 사실이예요.

다람쥐는 고슴도치에게 다가가 이야기 합니다. 등에 박힌 것은 달님이고 누가 훔친 것일지도 모르는데 누군가 우릴 지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구요. 그리고 또다시 다람쥐의 상상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

바늘 귀가 안보이는지 험상궂은 표정으로 바늘에 실을 꿰고 있는 죄수 아저씨 옆 다람쥐의 모습… 그런데 달님을 훔친 공범인 고슴도치는 왜 잡혀오지 않았을까요?

고슴도치는 여전히 달님이 등에 박힌 채로 하늘에 떠있거든요.^^ 다람쥐가 처량하게 창밖의 달님과  달님이 등에 박힌 채 매달린 고슴도치를 바라보고 있네요.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

이제 다람쥐와 고슴도치는 한 배를 탄 운명! 다람쥐는 고슴도치를 도와주기로 했지만 달님을 떼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예요.

다람쥐가 달님을 떼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장면을 보다 보면 같이 몸에 힘이 들어가고 있음이 느껴져요. 마치 내가 다람쥐가 된 느낌이랄까요? 영차영차, 밀기도 하고 도구도 이용해 보지만 달님은 고슴도치 등에 박혀 꿈쩍도 안하네요.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

그 때 염소가 둘을 도와주러 다가왔어요. 염소는 단번에 달님을 뿔로 받아버렸죠. 하지만 이번에는 달님이 염소 뿔에 박혀버렸네요. 이제 달님은 염소뿔에 박혀있고, 고슴도치는 달님에게 박혀있게 되었습니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어떻게든 해보려 했던 염소는 그와중에 나무를 들이 받았구요. 그 바람에 염소는 뿔이 나무에 박혀 꼼짝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 참 안타까우면서도 빵 터지는 웃음! 그리고 남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서로 도와주는 훈훈함에 가슴 한켠이 따뜻해집니다.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

시간이 얼마나 흘러간 걸까요? 달님에게서 이제 꼬랑내가 나기 시작합니다. 달님에게 벌과 파리가 꼬이기 시작했고 쥐들까지 들러붙어 달님을 먹기 시작해요. 다람쥐가 안간힘을 쓰며 쥐들을 말렸지만 소용 없는 일이었어요.

필사적으로 달라들고 있는 쥐떼와 말리고 있는 다람쥐의 모습,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화가 난 듯 굳은 표정의 염소, 쥐떼와 파리와 벌들이 성가신지 몸을 둥글게 말아버린 고슴도치. 전개되는 재미있는 스토리와 달리 섬세하게 그려진 그림이 압권입니다. 마치 자신은 웃지 않으면서 너무나 웃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개그맨을 볼 때의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쥐들이 달님을 배불리 먹고 나자, 염소도 고슴도치도 달님에게서 풀려나게 되었죠. 달님은 망가져 버렸지만요. 이 모습을 본 다람쥐는 다시 상상을 시작합니다.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

다람쥐의 상상 속에서 하늘에는 달님이 사라졌고, 다람쥐와 고슴도치와 염소와 쥐들까지 모두 감옥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죠? 이들은 모두 함께 힘을 합쳐 그나마 남은 달님을 없애기로 해요. 나뭇가지 사이에 남은 달님은 끼워넣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나뭇가지를 팽팽히 당겼다가 놓았어요. 마치 새총을 쏘듯이요. 달님은 그 힘으로 휘잉~~~ 저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

밤이 되니 달님이 두둥실 떠올랐네요.  다람쥐는 이제야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다 생각했대요.

이들이 달님을 바라 보는 뒷모습이 참으로 아련하게 느껴지네요. ^^ 이들의 파란만장했던 달님을 보낸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그런데, 고슴도치 등에가서 박히기도 하고, 염소의 뿔에 박히기도 했던 꼬랑내가 나서 파리와 쥐들이 꼬였던 둥그렇고 노란 달님의 진짜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동물들이 힘을 합쳐 날려보낸 후 하늘에 달님이 떠 올랐으니 진짜 달님이 맞다구요? 설마, 그럴리가요…^^ 힌트는 그림책이 시작하자마자 있는 앞면지에 담겨 있습니다.

그림책을 보는 이들은 앞면지에서 이미 달님의 정체를 알고 그림책을 읽기 시작하기 때문에 다람쥐의 고민이 더욱 재미있고 우습고 즐거워집니다.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

위 두 장의 그림을 한 번 살펴보세요. 한 꼬마가 둥그런 무언가가 날아가는 모습(혹은 떨어지는 장면)을 지켜보고 서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염소와 다람쥐와 고슴도치와 쥐들이 힘을 합쳐 남은 달님은 하늘로 날려보내는 장면이에요.
혹시 두 그림의 공통점을 찾으셨나요? 맞습니다. 두 사건은 똑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일이예요. 위의 그림은 그림책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발단부분이구요. 아래그림은 그림책이 마무리 되는 결말 부분이랍니다. 두 사건은 같은 장소에서 시작해서 같은 장소에서 마무리 되었으니 그림책을 읽고 나면 꼭 한 번 확인해 보세요.

모노톤을 기본으로 연필로 그린 그림에 채색을 최소화 하면서 달님만을 노란색으로 선명하게 채색해 달님이 더욱 부각되게 그려낸 점은 달님을 없애려는 글의 중심 사건에 집중력을 부여하고 있구요. 다람쥐의 상상 속에서 무시무시하고 다소 서늘한 느낌의 감옥 풍경은 세밀하면서도 흑백영화처럼 무채색으로 그려내 이야기의 전개 중간 중간 재미있게 삽입되어 책 읽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누군가의 어려움을 그냥 보고 지나치지 못하고 하나씩 가세해 도와주는 동물들의 순수함은 아이들의 순수함과 너무나 닮아있네요. “어, 그게 뭐야?”하고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다가왔다가 그 일에 가담(혹은 협동) 하는 아이들 모습 말이예요.

재미난 이야기에 생동감 있게 그려진 동물 캐릭터들, 섬세하게 그려진 배경 묘사에 빵빵 터지는 웃음들… “하늘에서 달님이 뚝! 떨어졌어요”는 한 편의 재미있는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