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의 저작권은 객원 필자인 유유리딩님에게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할 수 없습니다.


마트료시카

마트료시카

유은실 | 그림 김지현 | 사계절
(2022/09/27)


그림책을 볼 때 표지 그림과 제목 중 어디에 시선이 먼저 머무시나요? 책마다 다르겠지요? 아름답고 강렬한 그림에 시선이 멈추기도 하고, 모든 걸 다 이야기 해주는 것만 같은 제목에 눈을 떼지 못할 때도 있지요. “마트료시카”는 책을 받자마자 그림에 매료되어 앞표지와 뒤표지를 쫙 펼쳐 보았어요. 활짝 핀 꽃들의 섬세함과 몽환적인 분위기, 절제된 표정을 지닌 인형이 시선을 사로잡았거든요. 인형이 마트료시카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마트료시카 인형을 아시나요? 아이의 50일 기념사진 촬영 콘셉트가 마트료시카였는데, 그때 알게 되었어요. 한 인형 안에 여러 개의 인형을 품은 러시아 인형이라는 것을요. 그때는 마냥 귀엽기만 했었는데, 마트료시카 인형이 되어 바닥에 누워 있던 아이의 모습을 회상하며 그림책을 보니 울컥한 감정이 차오릅니다. 어떤 연유에서였을까요? 여러분과 함께 그림책 “마트료시카”에서 의미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마트료시카

작가는 첫째에게
제일 너른 품과
가장 큰 꽃그늘
깊은 주름
그리고 큰 손을 주었습니다.

하나하나 눈을 맞추고
“후우”
정성껏 불었습니다.

첫째는 무엇이든 품을 수 있는 너른 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큰 품에 꽃과 나비를 감싸 안고 있지요. 둘째부터 일곱째 품에는 서로 다른 모양과 크기의 꽃이 그려져 있어요. 꽃은 삶의 다양한 시기를 지난 내 모습을 뜻하는 것처럼 보여요. 그렇다면 나비는 왜 첫째에게만 그려져 있을까요? 그림책 후반부에서 첫째의 나비가 입이 없는 제일 연약한 일곱째에게 날아다는 걸 볼 수 있어요. 삶을 피워내도록 위로하고 격려하는 영혼의 자양분 같습니다.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던 나를 위로해요. 그 힘은 첫째에게 있어요. 그림책에서 확인해 보면 아시겠지만 은은한 달빛을 닮은 나비가 감동적이고 아름답습니다. 첫째는 성숙한 어른을 상징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마트료시카

작가가 ‘후우’하고 불었더니 꽃잎들이 흩날립니다. 삶의 작은 파동 같아요. 파동을 어떻게 감지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사람은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성장을 위한 도약대로 삼기도 하지요. 흩날리는 꽃잎은 방향을 바꾸어 다시 날아드는데요. 이 부분도 읽고 함께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첫째는 나비 한 마리를 품고 있네
둘째에겐 비바람이 치네
셋째 눈망울엔 먼 하늘빛이 한 점
넷째는 뒷모습이 쓸쓸해
다섯째는 생각에 잠긴 얼굴
여섯째는 볼이 터질 듯
일곱째는 이런,
조그만 입도 없구나

첫째부터 일곱째는 각자 다른 삶의 이야기와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몇 번째 마트료시카 인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성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미 모진 풍파를 견딘 첫째의 너른 품을 지니고 있는 분도 있을거예요. 저는 일곱째를 보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는 어린이가 보여 울컥했었던가 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미성숙한 나를 대면했던 시기가 입 없는 마트료시카로 다가왔어요.

‘과연 성숙이란 무엇일까?’ 자문해 봅니다.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모두 어른인 건 아니더라고요. 내 안의 숨겨진 연약한 어린아이를 어루만져 주고 받아들여 사랑할 때, 그래서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폭을 넓혀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임을 이 그림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일곱째 마트료시카에게 입이 없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로 볼 수도 있겠지요? 겉은 그럴듯해 보여도 감추고 싶고 말하기 힘든 상처와 고통이요. ‘인생의 변화, 인생의 매력, 인생의 아름다움, 그 모든 것은 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져 있기 마련이야’ 라고 했던 <안나 카레니나>의 한 구절 처럼요. 내면의 빛과 그림자를 품을 수 있는 마트료시카가 된다면 성숙한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도 품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 테니까요.

작가는 말합니다.

“지난 시간이 생생하게 각각의 얼굴을 가지고, 겹겹이 쌓여 있는 것 같다.
내 안의 아이와 청소년을 잘 품어야, 내 밖의 아이와 청소년을 품는 작품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크고 넉넉한 품으로, 내 밖의 어리고 여린 존재들을 품고 싶다.”

– 유은실 작가 후기 중에서

내 안의 품을 넓혀 봐요. 어린 나의 모습이든, 상처받은 내면의 고통이든, 나를 이해하고 서로를 이해 할 수 있는 너른 품을 가져 봐요. 그림책 “마트료시카”가 여러분의 여정에 함께해 줄 거예요.

유유리딩

첫 읽기의 시작은 엄마가 사준 "소공녀"라고 믿고 있어요. 무미건조한 회사원의 삶을 살다 엄마라는 혁명에 참여했습니다. 그림을 감상할 때 자유로움을 느껴요. 읽기 공동체, 문턱이 낮은 숲의 도서관을 소망하며 사서를 준비하고 있어요. 평생 책과 사람을 통해 읽고 쓰고 배우는 삶을 위해, 몸 하나 남는 정신적 해방을 맞는 순간을 위해, 문장들에 기대어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인터뷰 보기
5 1 vote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4 Comments
오래된 댓글부터
최근 댓글부터 좋아요 순으로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좋은아침Pastry
좋은아침Pastry
2023/01/30 21:59

좋은 그림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저도 한번 읽어봐야 겠어요~^^

가온빛지기
Admin
2023/02/06 21:13

좋은아침Pastry 님 반갑습니다.
앞으로 자주 뵈요~ ^^

서 책
서 책
2023/02/03 08:06

꿈을 응원합니다!

가온빛지기
Admin
2023/02/06 21:14
답글 to  서 책

서 책 님 감사합니다.
가온빛도 서 책 님의 꿈을 응원하겠습니다! 🙂

4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