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박시백
책표지 : Daum 책
35년

글/그림 박시백 | 비아북
(발행 : 2018/01/02)


지난 3월 1일 제99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 중 일부입니다.(전문 보기)

우리 선조들의 독립투쟁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치열했습니다.
광복은 결코 밖에서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선조들이 ‘최후의 일각’까지 죽음을 무릅쓰고 함께 싸워 이뤄낸 결과입니다.

기념식 이후 이 기념사에 대해 국내외 언론들의 다양한 찬사와 비판이 쏟아졌었습니다. 특히 일본 정부와 언론들은 신경질적으로 거세게 비판했었죠(나름 진보라 여겨지던 아사히 신문도 우리 나라와의 문제에서만큼은 그들의 반대편에 선 정부나 언론들과 한목소리더군요). 독도와 위안부에 대해서야 뻔한 반응이라고 여겨지지만 일본 언론의 보도를 인용한 기사 중에서 어처구니가 없는 한 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기념사중 ‘광복은 결코 밖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고 우리 선조들이 최후의 일각까지 죽음을 무릅쓰고 함께 싸워 이뤄낸 결과’라는 부분에 대해 시비를 거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해방을 ‘외부로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고 규정한 것에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일본의 패전이 (한국의) 독립으로 이어진 역사적 사실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 日 정부 이어 언론들 文대통령 3.1절 기념사 비판(펜앤마이크, 2018/03/02) 

펜앤마이크는 탄핵 직전 박근혜를 단독 인터뷰했었던 정규재가 발행인인, 언론사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보수 집단의 인터넷 뉴스입니다. 제가 일본어를 몰라서 원문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일본 언론의 보도에 자기들에게 필요한 논리를 슬쩍 끼워넣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일본 언론보다 더 격렬하게 우리 힘으로 광복을 이뤘다는 말은 역사적 왜곡이라고 비판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도 있습니다. ‘교회언론회 문재인 대통령 3.1절 기념사 유감 논평서’(기독인뉴스, 2018/03/16)의 내용은 우리 나라 사람이 쓴 것이라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결국 이들의 논리는 같은 성향의 자들이 논란 아닌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건국일로 이어집니다. 헌법 전문에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명시되어 있듯 대한민국은 19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반대하는 자들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정부 수립일이야말로 건국일이라는 억지를 쓰며 광복이 우리 선조들이 최후의 일각까지 죽음을 무릅쓰고 함께 싸워 이뤄낸 결과임을 부정하고 있는 겁니다.

도대체 왜 이 자들은 자기 자신의 역사를 왜곡하려 드는 것일까요? 제가 보기엔 이 자들은 두 가지 부류입니다. 하나는 그들의 과거가 ‘친일’과 ‘매국’으로 이어지는 자들입니다. 광복 이전의 투쟁과 부역의 역사를 지워버려야만 자신들의 존재가 온전할 수 있는 자들입니다. 또 하나는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들의 배만 채우기 위해 집권을 꿈꾸는 정치 집단들입니다. 물려받은 정치적 힘의 근원이 바로 첫 번째로 언급한 친일과 매국 세력들에게서 나온 자들입니다.

이런 자들의 추태를 보고 있자니 답답하던 차에 마침 좋은 책이 나와 오늘 소개하고자 합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의 저자 박시백 작가의 “35년”입니다. 1910년 8월 29일 국권피탈에서 1945년 8월 15일 해방에 이르기까지의 일제식민지 35년의 역사를 다룬 책입니다. 아이들이(물론 어른들도) 읽기 쉽게 만화로 구성하였습니다. 이 기간에 대해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35년”은 현재 세 권이 나와 있습니다. 작가가 매 5년을 각 한 권에 담는다고 했으니 앞으로 네 권이 더 나올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이미 출간된 세 권은 아래와 같습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이미 읽었다면 그저 아이들 보는 만화가 아님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사실임이 입증된 ‘기존의 연구 성과들을 요약, 정리, 배치하여 만화의 형식으로 표현한 대중서‘라고 작가가 힘주어 하는 말은 아무런 근거 없이 역사를 왜곡하고 억지를 부리는 자들을 향한 것이겠죠.

이제는 성인이 된 딸아이가 구입해서 저도 함께 읽는 중입니다. 나라의 부름을 외면하지 않고 의연하게 일어선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피가 끓습니다. 부역자들을 보고 있자면 욕지기가 치밀어오릅니다. 이 책의 마지막 권까지 다 읽고 난 저와 우리 아이들의 가슴은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 채워지리라 믿습니다.

끝으로 박시백 작가가 작정하고 쓴 ‘작가의 말’ 중에서 발췌한 내용을 인용합니다. 이 것만으로도 이 책에 대한 소개는 충분할 듯 합니다.

제 한 몸 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던 선조는 왕으로서의 권위와 체면을 되살리기 위해 꼼수를 냈다. 일본군을 패퇴시킨 것은 오로지 명나라 군대의 힘이요, 조선의 군대가 한 일은 거의 없다고 임진왜란의 성격을 규정한 것이다. 그 결과 일본군에 맞서 싸운 장수들보다 명나라에 가서 구원병을 요청한 신하들의 공이 더 높아지게 되었다. 선조를 호종해 의주까지 피난했던 신하들이다. 자신을 호종한 신하들의 공이 높아지니 그 중심인 선조 역시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게 됐다.

어려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8·15 해방은 오로지 미군의 덕이요, 원자폭탄 덕이지 우리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선조처럼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선조와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된 누군가가 그런 이야기를 만들고 널리 퍼뜨린 것이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일제 강점 35년의 역사는 부단한, 그리고 치열한 항일투쟁의 역사다. 비록 독립을 가져온 결정적 동인이 일본군에 대한 연합군의 승리임을 부정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식의 설명은 무지 혹은 의도적 왜곡이다. 자학이다. 우리 선조들은 한 세대가 훌쩍 넘는 35년이란 긴 세월 동안 줄기차게 싸웠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기꺼이 국경을 넘었고,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 총을 들었고, 폭탄을 던졌으며, 대중을 조직하고 각성시켰다. 그 어떤 고난도, 죽음까지도 기꺼이 감수했다. 그들이 있어서 일제 식민지 35년은 단지 치욕의 역사가 아니라 자랑스러움을 간직한 역사가 되었다.

시대의 요구 앞에 고개를 돌리지 않고 응답했던 사람들, 그들의 정신, 그들의 투쟁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모든 것을 내던지고 나라를 위해 싸웠던 선열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리라. 마찬가지로 우리는 나라를 팔고 민족을 배반한 이들도 기억해야 한다.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그들은 일신의 부귀와 영화를 누렸고 집안을 일으켰다. 나아가 해방 후에도 단죄되지 않고 살아남아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했다. 그뿐인가, 민족교육인이니 민족언론인이니 현대문학의 거장이니 하는 명예까지 차지했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독립운동가는 독립운동가로, 친일부역자는 친일부역자로 제 위치에 자리 잡게 해야 한다.

가급적 더 많은 독립운동가들과 친일부역자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책의 내용을 딱딱하게 만든 듯도 싶다. 독자들의 양해를 바라며 부디 이 책이 일제 강점 35년사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을 바로 알리는 데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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