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휴양지

‘외로움’을 따라 ‘망각 저편의 낭떠러지’를 지나고 ‘거미 번갯불이 치는 밤’ 한복판을 달렸다. 마침내 자동차는 정말로 특이하게 생긴 바닷가 호텔 아래쪽에서 털털 소리를 내며 멈추었다.

어느날 갑자기 상상력이 바닥난 화가. 휴가를 떠나 돌아 오지 않는 상상력을 찾아 무작정 길을 나서게 되고, 아무 생각 없이 기분 내키는대로 이리 저리 차를 몰다 “어딘지 아무도 몰라 마을”의 이상한 호텔에 머물게 됩니다.

낚시꾼 소년은 기적을 낚시질하고
병약한 소녀는 생명을 위해 읽고
외다리 선장은 행운을 얻으려 땅을 파고
말 장난꾼은 색깔을 찾기 위해 글을 쓰고
형사는 의미를 사냥하고
키 큰 방랑자는 사랑을 찾아 헤매고
비행사는 모험을 향해 날아 오르고
시인은 진실을 사색하고
나무에 앉은 이는 영웅을 관찰하고
풍차 기사는 용기를 희망하고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들은 호기심을 씨 뿌리고 상상력을 거두어들이고

이상한 호텔에서 만난 이상한 사람들로부터 받은 영감을 통해 다시 상상력을 되찾아 돌아 오게 된다는 동화같은 이야기. 화가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주기 위해 등장하는 이상한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잘 아는 캐릭터들입니다. 기적을 낚시질 하는 소년은 허클베리 핀, 모험을 즐기는 비행사는 어린왕자로 유명한 생텍쥐페리…

아마도 이 책을 만든 존 패트릭 루이스나 로베르토 인노첸티 본인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 조차 일상의 반복에 묻혀져 버린 상태, 매너리즘에 빠진 채 하늘은 파란색, 땅은 황토색, 숲은 초록색…. 그림은 그림이되 아무런 상상력도 불러 일으키지 못하는 자신의 그림에 싫증을 느끼고 무작정 여행을 떠난건 아닐지. 그리고 땅끝 마을 바닷가 어느 한 구석에서 하릴 없이 파도 소리에 일상에 찌든 때들을 씻어 내며 재충전을 하고, 자신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줬던 책들을 다시 꺼내 읽고 또 읽으면서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애썼던 본인의 이야기 말이죠.

 추억은 낡은 모자일 뿐이란다.
그러나 상상력은 새 신발이지.
새 신발을 잃어버렸다면 가서 찾아 보는 수밖에 달리 무슨 수가 있을까?

낡은 모자는 매너리즘에 빠진 화가 자신의 모습을, 새신발은 자신의 영혼을 다시금 뒤흔들어 잃어버린 영감을 되살려 줄 새로운 자극을 뜻하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예술적 영감과 창의적 상상력은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앞에 펼쳐진 치열한 삶에 정면으로 맞닥뜨려 부딪히고 깨지기를 반복하면서 얻어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이게 어디 예술가들에 국한된 이야기겠습니까?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이미 마지막 휴양지를 다녀 오셨나요? 아니면 모든걸 내려 놓고 잠시 떠날만큼은 아니고 아직은 견딜만 하신가요? 거창하게 마지막 휴양지를 찾아 떠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살아가면서 늘 재충전은 필요한 듯 합니다. 제 경우엔 피곤하다고 주말에 집에서 축 늘어지면 월요일이 더 힘들더군요. 오히려 산에 오르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아이와 함께 나들이 다녀 오는 것이 주중에 찌들었던 피로와 스트레스를 다 털어내주는 활력소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늘 쌓이는 스트레스에 무료함이나 짜증에 자신을 내맡기지 마시고 나만의 삶의 재충전 방법을 한두가지 터득해 두는 것이 나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 휴양지
책표지 : 비룡소
마지막 휴양지 (원제 : The Last Resort)

글 존 패트릭 루이스, 그림 로베르토 인노첸티, 옮긴이 안인희, 비룡소

※ 2002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 2003년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마지막 휴양지”는 2002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 2003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여러 문학 작품들을 배경으로 풍부한 상상력을 담아낸 “마지막 휴양지”는 그림책이 단순히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학의 한 장르임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그림책 아닐까 생각됩니다.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멋진 그림 꼭 한 번 만나 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