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

커다란 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서있는 두 사람, 뭔가 분위기가 심상찮아 보입니다. 한쪽은 요란한 옷차림에 요즘은 보기 힘든 카세트 플레이어를 틀어놓고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를 선보일 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고, 다른 한쪽은 그 광경을 구멍 너머로 슬쩍 엿보고 있어요. 하지만 이미 마음은 저쪽으로 건너간 모양입니다. ‘그 정도쯤이야, 왕년엔 나도~’라는 말이 나온 걸 보니 말이죠. 이미 발꿈치까지 까딱까딱하고 있는 걸로 봐서는 굳게 닫힌 문이 이내 활짝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요란한 차림새를 하고 춤 시동을 걸고 있는 이의 이름은 마이클(흠, 마이클 잭슨에서 따온 이름일까요?^^), 악어나 도롱뇽처럼 생겼지만 실체는 공룡이에요. 그것도 춤추는 공룡!

마이클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어요. 딩동 딩동 딩동 띵동 띵똥 수백 번의 벨이 울립니다. 이만하면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하고 돌아갈 법도 한데 누군가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벨을 눌러대는 마이클, 결국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그녀가 나왔어요. 마이클은 다짜고짜 자신을 춤추는 공룡이라 소개하고는 ‘당신이 우울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대는 매몰차게 문을 닫아걸었죠. 그리곤 생각했어요. ‘난 생각이 많을 뿐이지 우울한 건 아니라고’.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우중충한 공간에 틀어박혀 잔뜩 웅크린 그녀는 누가 보아도 외롭고 우울해 보입니다.

핫! 둘! 핫! 둘! 우두둑~ 풋풋풋! 문 밖에서 들려오는 마이클의 요란한 소리가 그녀를 한 발짝 한 발짝 문 가까이로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마침내 육중한 회색 문은 활짝 열렸어요.

한바탕 신바람 나게 춤을 춘 그녀에게 마이클이 손 내밀고 말합니다.

함께하지 않겠소?

우울한 사람이 있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그들은 귀신처럼 알고 찾아간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불쑥 대뜸…… 아주 요상하고 희한한 차림을 하고서 말이죠.

함께 하자 손 내밀어 주는 것, 움칫둠칫 으쓱으쓱 힘차게 몸을 움직이는 것, 꾹꾹 눌러 안으로 보이지 않게 감추지 말고 마음 밖으로 분출해 버리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는 사실을 살아보니 알겠습니다. 마이클이 보내는 손짓과 마음이 그래서 더 고맙고 소중합니다.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
책표지 : Daum 책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

글/그림 전미화 | 웅진주니어
(발행 : 2017/11/01)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춤추는 공룡 마이클의 하얀 실루엣만 봐도 뭔가 기분 좋아지는 느낌입니다. 자신이 가진 명랑 에너지를 몽땅 쏟아부어 우울의 늪에서 구원해 줄 것 같은 전지전능한 느낌, 그의 뒤에서 찬란한 빛까지 쏟아지니 더욱 그럴 수 밖에요. 마이클을 믿습니까? 믿습니다~ ^^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는 배경을 생략하고 시원시원하게 그려낸 그림, 감정을 털어내듯 쏟아낸 대담한 색감, 몸을 움찔움찔하게 만드는 신나는 의성어들이 그림책을 읽는 동안 마음을 행복하고 시원하게 변화시키는 놀라운 힘을 가진 그림책입니다.

“달려라 오토바이”, “씩씩해요”, “미영이”, “너였구나”, “빗방울이 후두둑”  등 다양한 그림책에서 행복의 의미, 관계,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용기, 그리고 삶의 희망을 이야기해 온 전미화 작가가 이번에는 시원한 우울증 처방전을 가지고 찾아왔습니다.

힘들고 외로워 보이는 이에게 뭐라 위로해 주어야 할까,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 너무 오래 주저하고 고민하지 말고 먼저 손 내밀어 주세요. 그리고 말해 주세요.

함께하지 않겠소?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2 Replies to “★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

  1. 미영이 작가님이셨네요! 모르고 지나칠뻔했어요. 와아. 변신의 귀재시네요!

    1. 흑백의 농담으로 미영이의 감정을 아련하게 잡아낸 느낌과는 차이가 있죠? 이번 그림책은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쿠룸님 같은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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