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보

할머니는 바느질에
온 정성을 모으고
노래도 중얼거렸어요.

“보자기 우리 보자기
쌀을 싸면 쌀보자기
떡을 싸면 떡보자기
돈을 싸면 돈보자기.

이 보자기 책보자기
우리 손녀 책을 읽고
우리 손녀 글을 쓰는
이 보자기 책보자기

조각조각 모여 조각보 되고
한 땀 한 땀 모여 책보 되지.
복아 복아 오너라.
이 책보에 오너라.”

할머니 노랫가락이 귓가에 들리는 듯했어요.
옥이는 훌쩍거리며 지우개를 꺼내 책보에 그은 연필 자국을 지웠어요.
깨끗이 지워지지 않아 속상했지만 집에 가서 빨기로 했지요.

옥이가 학교에 들어갈 무렵 할머니는 오랜시간 동안 모아온 곱디고운 조각천들을 보아 책보를 만들어 주십니다. 옥이는 한 땀 한 땀 책보를 만들어 주시는 할머니 옆에서 바늘귀도 꿰어 드리고 어깨도 주물러 드리곤 했죠. 힘들지 않냐고 묻는 옥이에게 할머니는 조각보를 정성껏 만들면 복이 온다며 옥이에게 노래를 들려주셨어요. 옥이의 조각보로 만든 책보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책보를 들고 학교에 다닌 옥이는 친구들의 책가방이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책가방 사달라 조르는 옥이에게 엄마는 가을에 농사가 잘 되면 사주겠다 약속을 하지만 지금은 모내기가 한창인 봄입니다. 가을이 되려면 아직도 한참 남았어요. 때 마침 옆집 사는 다희가 옥희 앞에서 새로 산 예쁜 책가방을 자랑합니다.

수업 시간에도 옥이의 눈길은 다희의 책가방에만 가 있어요. 쉬는 시간에 잠깐 다희 책가방을 만져보았는데 다희가 자기 책가방이라며 신경질을 부립니다. 얄미운 다희의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어요. 수업이 끝나고 앞질러 가는 옥이 뒤에서 책보에 김치국물이 묻었다며 놀렸거든요. 책보자기를 다시 싸는 옥이 옆에서 자신의 새 책가방을 열어 보이며 자랑하는 다희가 얄미워 죽겠는 옥이는 결국 다희와 한판 싸움을 벌입니다. 누더기 같은 책보나 들고 다니는 주제라는 말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거든요. 머리채를 잡고 싸우던 두 소녀는 결국 다희가 울면서 가버리고 옥이 혼자 남게 됩니다.

옥이는 서럽고 부러운 마음에 책보를 연필로 박박 그어버려요. 그러다 문득 할머니가 오랫동안 모아 온 고운 자투리 천으로 조각조각 이어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만들어 준 책보를 기다리며 설레여 했던 순간을 떠 올립니다. 마음을 풀고 집으로 돌아가 책보를 깨끗하게 빨기로 결심한 옥이가 개울가에 도착했을 때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는 다희와 만납니다. 다희는 개울을 건너다 빠졌다며 치마가 젖은 채 울고 있었어요. 옥이는 책보를 풀어 다희의 허리에 묶어 줍니다.

“보자기는 모든 것을 쌀 수 있단다.”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 생각났거든요. 옥이와 다희는 마주 보며 활짝 웃었습니다.


김동성 책보
책표지 : 사파리
책보

이춘희 | 그림 김동성 | 사파리

보자기하면 떠오르는 건 어깨에 두르고 책상에서 망토를 펄럭이며 뛰어놀 때 가장 신나했던 기억입니다. 동생이 두르면 슈퍼맨 망토, 제가 두르면 원더우먼 망토였지요.^^ 영화 ‘집으로’에서는 할머니 댁에 가있던 주인공 상우가 할머니가 잘못 잘라 우스꽝스러워진 머리를 감추기 위해 보자기로 두건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다니기도 했죠. 음…가만 떠올려보니 가위바위보의 보도 보자기를 뜻하는 거였구요. 밥상을 덮는 밥상보도 보자기였네요. ‘보자기는 모든 것을 쌀 수 있다’는 옥이 할머니 말씀이 딱 맞는 말입니다.

무엇이든 쌀 수 있어서 다양한 것을 상상해 낼 수 있는 우리의 보자기 이야기를 정겹게 풀어간 그림책 “책보”는 김동성의 서정적인 그림과 그 시절의 향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