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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머리

“걱정했더니 아뿔사 걱정이다 걱정!”

너무 많아도 걱정, 없어도 걱정, 뽀글뽀글해서 걱정! 머리카락의 특성은 눈의 표정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머리 스타일을 만들어 냅니다. 너도 나도 걱정, 이 모양 저 모양의 걱정들을 머리카락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를 통해 일상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우리들의 걱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습니다. 사소한 걱정부터 풍선처럼 부푼 걱정들까지 다양한 머리 스타일에 대입해 보면 걱정은 누구나 하는 것이라는 안도감을 줍니다.

이 대목에서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문구가 떠오르지 않으셨나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점점 더 커지는 걱정은 불확실한 미래와 불안한 마음 때문인 것을 알지만 질긴 머리카락처럼 쉽게 끊어지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교과서를 분실한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께 다시 받긴 했지만 그 후로 교과서를 다시 잃어버릴까 봐 늘 걱정하게 되었어요. 내가 잘 챙겼나? 잃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교과서를 잘 챙겼는지 잠들기 전까지 몇 번이고 확인했던 것 같아요. 한동안은 걱정을 달고 지냈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던 걱정은 엉뚱한 곳으로 흐르기도 하고 몸집을 불리며 돌고 돌았던 기억이 납니다.

더벅더벅 더벅머리 바짝 모아 묶어 보고
한올한올 귀한 머리 딱 잡아 붙여 두고
뽀글뽀글 꼬인 머리 휘파람으로 풀어 볼까?

룰룰루 랄랄라 걱정 없다네!
끝!

아따따따따따
어?
끝난 줄 알았는데!

걱정이 끝난 줄 알고 마음을 놓고 있을 때 파랗고 거친 바람이 휘몰아쳐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엉망이 되고 맙니다. 그 후엔 어떻게 되었을까요? 책을 덮고 뒤표지를 보면 ‘룰룰루 랄랄라 걱정? 없다네’로 마무리됩니다. 극적일 것 없는 장면에서 극적으로 다가오는 단순한 결말이 재미있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힌트를 찾으실 수 있으니 어떤 과정을 통해 경쾌하게 끝을 맺었는지 확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고 많은 걱정을 대하며 벗어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써보지만 결국 제자리인 것을 깨달을 때 걱정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걱정은 스스로 다스릴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는 것이 “걱정머리”의 매력입니다. 내게 있는 무거운 걱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뒤죽박죽인 머릿속 걱정을 가지고 재미있게 논 기분이 듭니다. 걱정? 그게 뭐? 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입니다. 걱정을 걱정 아니게 할 수 있는 태도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아뿔싸 걱정이다!’ 싶을 때 밤코 작가가 알려준 걱정 해소 주문 ‘룰룰루 랄랄라 걱정 없다네’를 힘차게 외쳐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걱정머리

걱정머리

글/그림 밤코 | 향출판사
(2022/06/20)

더벅더벅 곱슬곱슬 이스트 없이도 부풀어대는 밤코 작가 자신의 머리카락에 대한 걱정에서 시작한 그림책 “걱정머리”. 그래서인지 걱정에 대한 속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걱정은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성질을 가지고 어떻게 선택하고 행동해야 될지 모를 때 나오는 마음 같아요. 잘 이용하면 삶을 대비하는 데 도움을 받지만, 때론 무기력하게도 합니다. 돌고 도는 원형의 모양을 한 걱정을 밤코 작가는 잘 포착해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걱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할까요? 그래서 곁에 두고 읽으면 걱정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채워진 듯 든든합니다.

형광색의 쨍한 색감과 다양한 선, 도형들이 제각각의 모양으로 조합되어 구성된 표지는 걱정 가득한 머릿속을 나타낸 것처럼 보였습니다. 반면 색감이 밝고 화사해서 복잡했던 머릿속이 여백과 함께 단순화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걱정머리? 머리걱정? 단어의 위치를 바꿔 의미를 담아내는 작가의 발상이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머리 모양을 어떻게 할까? 내 머리카락은 왜 갈색일까? 직모일까? 곱슬일까? 이런 고민과 걱정에 심란해지기도 합니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경험을 한 권의 그림책에 재미있고 쾌활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밤코’라는 이름은 밤처럼 코가 예쁘다고 남편이 지어준 애칭이라고 합니다. 코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자존감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나를 변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책을 곁에 두고 읽느냐에 따라 마음이나 생각이 변화되지요. 미미하지만 균열이 일어나고 결국엔 깨지기도 하며, 그 자리가 새롭게 채워지고 아물기도 합니다.

유유리딩

첫 읽기의 시작은 엄마가 사준 "소공녀"라고 믿고 있어요. 무미건조한 회사원의 삶을 살다 엄마라는 혁명에 참여했습니다. 그림을 감상할 때 자유로움을 느껴요. 읽기 공동체, 문턱이 낮은 숲의 도서관을 소망하며 사서를 준비하고 있어요. 평생 책과 사람을 통해 읽고 쓰고 배우는 삶을 위해, 몸 하나 남는 정신적 해방을 맞는 순간을 위해, 문장들에 기대어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인터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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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미
박선미
2023/03/25 08:57

걱정을 “머리”와 연결해 이야기를 만드시니 이 또한 궁금하고 궁금합니다. 정신 머리와 비슷한 것 같지만 각자의 걱정 모양도 생각하게 되고요. 누구나 걱정은 있지만 어떤 걱정인지, 그 걱정은 어떤 모양인지 생각해보고 살지 않으니까요. 그림책은 사소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가온빛지기
Admin
2023/03/31 10:08
답글 to  박선미

사소함 속에서 깊은 의미를 찾아내는 작가님들 참 대단하죠!
박선미님의 걱정들은 어떤 모양일까요?
모양이 어떻건 ‘룰룰루 랄랄라 걱정 없다네’하고 훌훌 털어버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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