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

“어쩐지 일하는 인간은 귀여워!”

서로 자기가 더 귀엽다고 우기는 올망졸망 도토리 삼 형제, 막 싹을 틔운 새싹들을 귀엽다 말하는 키 큰 나무들, 쓸모와 귀여움에 대해 논하는 작은 꽃삽과 삽, 그림책 한 한 장 한 장 넘기며 세상에 존재하는 귀여운 것들에 대해 생각하다 그 사랑스러움에 반해 멈춰버린 페이지입니다.

일하는 인간을 귀여워하는 애벌레라니… 일하는 인간을 성스럽다,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귀엽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림 한 장을 요리조리 뜯어보며 그 풍경 속에 나도 슬그머니 합류합니다. 웃고 있는 애벌레 두 마리 뒤에 얌전히 서서 지켜봅니다.

초록초록한 들판이 귀엽고, 연초록 푸른 산이 귀엽고, 한낮 둥실 떠오른 노랗고 동그란 해님이 귀엽고, 멀리 작은 빨간 지붕집이 귀엽고, 인간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애벌레가 귀엽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 노동하는 인간이 귀엽고, 아! 이런 모습을 귀엽다고 표현한 작가의 생각이 귀엽습니다. 긍정의 회로가 돌아갑니다. 세상의 귀여움에 대해 생각하고 발견하는 오늘 나의 귀여움까지 더해집니다.

이제껏 귀엽다 생각한 것들보다 훨씬 더 많은 귀여운 것들과 함께 살고 있었음을 새삼 발견하게 된 건  눈이 아닌 마음이었습니다.


귀여워

귀여워

글/그림 노석미 | 사계절
(2023/02/03)

노석미 작가의 “귀여워”는 하나의 그림책에 두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시골 농장에 사는 아이의 하루를 보여주면서 그 속에 우리 일상 곳곳에 존재하는 귀여운 것들을 그리고 있죠. 아빠를  따라 시내에 나간 아이는 귀여운 곰돌이 젤리가 장식된 귀여운 케이크를 먹고 병원으로 향합니다. 병원에는 엄마와 갓 태어난 동생이 있었어요. 방금 전 버스에서 어른들로부터 귀엽다는 얘기를 들었던 아이는 조그만  동생을 보면서 귀여움을 느낍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 아빠는 그 어린 두 아이가 얼마나 귀여웠을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멀리 보이는 집을 바라보며 아이가 말합니다.

“우리 집이 너무 귀여워요.”
“멀리서 보면 다 귀여워.”

세상에 존재하는 귀여운 것들에 대한 귀여운 탐구서 “귀여워”, 귀여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간결한 글들은 마치 선문답 같은 느낌을 줍니다. 허투루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보고 깊이 볼 수 있는 눈을 제공하지요. 철학 하는 그림책, 노석미 작가의 그림책입니다.

“귀여워”의 장면들 중에 노석미 작가의 그림책 “좋아해”와 산문집인 “매우 초록”이 마치 이 그림책의 한 장면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으니 어느 장면에 이 책들이 나오는지 찾아보세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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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책
2023/05/12 08:22

작가는 23년 현재 농촌의 아이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궁금해 집니다. 책도 귀엽고요. ‘매우 초록’도 제목부터 귀엽네요^^

이지영
이지영
2023/05/13 09:47

서평이벤트 참여했다가 당첨돼서 이책을 갖게 되었는데, 서평 쓰다가 찾아봤더니 노석미작가님의 “귀여워”하는마음은 사랑과 다르지않다고 하신 인터뷰를 읽었어요. 정말 그렇더라구요. 사랑하는 마음속에 귀여움이 나오니까요…작가님은 귀엽다는 것이 외향적인것보다 어떤상황에서 태도를 보고 귀엽다고 느낀다는 말씀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런작가님의 인터뷰를 보고나니 노동하는사람에게 귀엽다고한 말이 결국 모두 사랑의 눈길이었다는 생각이들어서 따뜻했어요~^^세상모든 것에게 귀엽다며 사랑의 눈길로 사랑을 전하는책이라 너무나도 감사하고 사랑스러운 책이더라구요^^ 반가움에 댓글 남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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