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반짝이는 정원

나는 모란꽃을 가장 좋아했고,
할아버지는 난초를 가장 좋아했어요.
나의 모란꽃은 점점 자랐고,
나도 자랐어요.
내가 나무만큼 자랐을 때,
나는 할아버지를 떠나 아주 먼 곳으로 이사를 했어요.
할아버지의 집이 그리웠어요.
어느 날 할아버지가 선물을 보내 주었어요.
나는 모란꽃에 물을 주며 콧노래를 불렀지요.
할아버지의 집이 가깝게 느껴졌어요.

할아버지의 사랑이 가득 담긴 정원에서 할아버지가 아끼는 식물들과 함께 나란히 사랑 듬뿍 받고 자라난 아이. 아이는 모란꽃을 좋아했고 할아버지는 난초를 좋아했습니다. 아이의 모란꽃은 점점 자랐고 아이도 자랐죠. 나무만큼 자란 아이는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할아버지를 떠납니다. 그리움은 공평합니다. 떠나간 아이와 아이를 떠나보낸 할아버지에게 똑같이 찾아오죠. 아이가 절실하게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질 때쯤 할아버지의 선물이 도착합니다.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모란꽃.

모란꽃에 물을 주는 마음은 할아버지를 향합니다. 어릴 적엔 할아버지의 정원에서 가장 예뻐서 모란꽃을 좋아했었는데, 이제 어른이 된 아이가 모란꽃이 좋은 이유는 할아버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의 집, 할아버지의 정원, 할아버지의 온기를 가까이 느낄 수 있어서입니다.

삶의 모든 순간에 나와 함께 웃어 주고 울어 주는 가족이 있어 행복함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그림책 『사랑이 반짝이는 정원』입니다.


사랑이 반짝이는 정원

사랑이 반짝이는 정원

글/그림 유태은 | 미디어창비
(2023/08/25)

『사랑이 반짝이는 정원』은 소중한 이들과 멀리 떨어지게 되어서, 새로운 환경 또는 새로 시작하는 일에 적응하느라고, 하루를 열심히 살고 돌아온 집이 텅 비어서… 가족들의 다정한 웃음 소리가 그리워진 이들,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이들에게 전하는 다정한 손길 같은 그림책입니다. 괜찮다고, 그만하면 잘 했다고, 힘내라고 다독여주는 가족의 온기가 문득 생각날 때 이 그림책 한 번 펼쳐 보세요.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변화들과 마주해요. 그럴 때마다 가족들의 사랑과 응원이야말로 우리에게 어떤 일이든 헤쳐 나갈 수 있는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다고 믿어요. 사랑이 반짝이는 할아버지의 정원처럼요.

– 작가의 말 중에서

유태은 작가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영어판이 먼저 출간되고 국내 출판사가 들여오는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이 그림책 역시 지난 3월 미국에서 출간되었고 영문 제목은 『Love Make a Garden Grow』였습니다. 그림책의 내용과 잘 맞아떨어지는 영문 제목과 달리 한글 제목 『사랑이 반짝이는 정원』은 다소 어색합니다. 아마도 작가의 말 중에서 ‘사랑이 반짝이는 할아버지의 정원처럼요’에서 가져온 것 같긴 한데, 이 문장에서 방점은 ‘할아버지의 정원’에 찍히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되어 더욱 그렇습니다. ‘할아버지의 정원’이나 ‘할아버지의 모란꽃’ 정도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존 버닝햄의 『우리 할아버지』와 느낌이 비슷한 탓에 출판사 입장에서 좀 부담스러웠던 걸까요? 느낌은 비슷하지만 담긴 메시지는 결이 달라서 별문제 없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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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인뜰
품인뜰
2023/10/10 17:41

“할아버지의 모란꽃” 제목에 많이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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