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수프
책표지 : Daum 책
돌멩이 수프 (원제 : Stone Soup)

글/그림 마샤 브라운 | 옮김 고정아 | 시공주니어

※ 1948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마샤 브라운은 칼데콧상과 인연이 아주 깊은 그림책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칼데콧 메달 세 번, 칼데콧 명예상 여섯 번, 무려 아홉 번이나 칼데콧상을 받았으니까 말이죠. 마샤 브라운의 칼데콧상 수상작 중 한글판으로 출간된 것은 “돌멩이 수프”, “신데렐라”, “옛날에 생쥐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림자” 이렇게 네 권입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마샤 브라운에게 첫 칼데콧상을 안겨 준 “돌멩이 수프”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돌멩이 수프

한적한 시골길에 낯선 군인 세 명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전쟁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래요. 이틀 째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걷기만 한 이들은 피곤함과 배고픔에 지칠대로 지쳐 있습니다. 그러다 다다른 어느 마을 어귀에서 세 군인은 음식을 조금이라도 나눠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돌멩이 수프

하지만 마을 사람들 입장은 그렇지가 못한가 봅니다. 저 멀리 마을 어귀에서 군인 세 명이 마을 쪽으로 들어서는 것을 본 마을 사람들은 부랴부랴 음식들을 집안 곳곳에 숨기기 시작했어요.

돌멩이 수프

이윽고 마을에 도착한 군인들. 먹을 것도 부탁해 보고 하룻 밤 머물 수 있는 곳도 청해 보지만 마을 사람들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심지어 자신들 역시 배고프다며 배를 움켜쥔 채 배고픈 시늉을 하는 마을 사람들이 서운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욕할 수도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쟁 통에 오죽 군인들에게 시달렸으면 마을 사람들이 이토록 매정하게 굴겠어요.

그래서 세 군인은 마을 사람들을 원망하기보다는 멋진 제안을 하나 합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모두 나눠 먹을 수 있는 돌멩이 수프를 만들어 먹자고 말이죠. 커다란 무쇠 솥과 넉넉한 물, 그리고 큼지막하고 매끈한 돌멩이 세 개만 있으면 마을 사람들 모두가 나눠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돌멩이 수프를 만들수 있다고 말입니다.

돌멩이 수프

긴가민가 하던 마을 사람들도 사뭇 진지하게 커다란 솥에 물을 끓이고 돌멩이 수프를 만들 준비를 하는 군인들을 보면서 은연 중에 기대하는 마음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곧 마을 사람들이 숨겨 두었던 음식을 하나 둘 꺼내 오게끔 만듭니다.

돌멩이 수프

당근이 좀 있으면 더 좋을텐데, 양배추가 들어가면 좀 더 맛이 나겠지, 쇠고기 약간하고 감자 몇 개만 있어도 부잣집에서 먹는 수프가 부럽지 않을텐데… 커다란 쇠솥에 물과 돌멩이 세 개만 달랑 넣고 끓이면서 혼잣말인 양 중얼거리는 군인들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꼭꼭 숨겨 두었던 음식들을 꺼내 오기 시작합니다.

돌멩이 수프

마침내 돌멩이 수프가 완성되고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꺼내 온 음식들이 커다란 테이블 위에 차려지고 나니 마치 커다란 동네 잔치가 벌어진 듯 했답니다. 세 명의 군인들과 마을 사람들 모두 흥겹게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어요. 모두가 사이 좋게 둘러 앉아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나눠 먹으면서 서로의 마음도 활짝 열릴 수 있었죠.

덕분에 군인들은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엔 마을 사람들이 베푼 따뜻한 잠자리에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어요. 다음 날 아침엔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환송을 받으며 마을을 떠날 수 있었구요.

군인들을 떠나 보내며 마을 사람들은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아주 귀한 걸 배웠어요.
이제 우리에겐 배고플 일이 없을 거예요.
돌멩이 수프를 만들 줄 알게 되었으니까요.

마을 사람들의 인사에 군인들은 이렇게 화답하죠.

그럼요. 방법만 알면 아주 간단해요

마을 사람들이 군인들에게서 배운 것은 단순히 돌멩이 수프를 만드는 방법만은 아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군인들에게 고마워 하는 이유는 그들이 배운 것이 바로 이웃과 나눌 줄 아는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각박한 삶에 부대끼며 조금씩 잃어갔던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세 명의 군인들이 일깨워줬던 겁니다.

“방법만 알면 아주 간단해요.”라며 군인들이 말했던 간단한 방법, 그것은 바로 ‘내가 먼저 손을 내밀기‘ 아닐까요? 군인들이 마을 사람들을 위해 정성껏 돌멩이 수프를 끓이는 모습을 보며 마을 사람들 역시 음식을 꺼내 놓았듯이 말입니다. ‘내가 먼저 다가서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 아닐까요?

돌멩이 수프

그림책의 첫 장면에서 힘 없이 터벅터벅 걸어 오던 세 명의 군인들의 모습은 힘차게 달려 나가는 활기찬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첫 장면에서는 길이 끝도 없이 멀게만 느껴졌었던 것에 비해 마지막 장면에서는 목적지에 거의 다다른 듯 보이기도 합니다.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세 명의 군인들. 전쟁으로 잃은 아까운 그들의 청춘의 시간들에 대한 허무함, 앞으로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막막함에 축 처져 있던 그들의 어깨에 이제는 아주 당당하고 힘차 보입니다. 아마도 전날 밤 그들이 묵었던 마을에서의 훈훈한 저녁 식사 때문이겠죠? ^^

모두가 승자여서 기분 좋은 이야기

우리가 흔히 접해 온 우화나 옛날 이야기에서는 늘 주인공의 꾀에 악당이나 욕심쟁이들이 골탕을 먹곤 하죠. 하지만, 골탕을 먹는 대상이 누가 봐도 못된 악당들이라면 모를까, 꾀 많은 주인공이나 골탕 먹는 상대방이나 모두 평범한 사람들인 경우엔 때때로 주인공이 얄미워질 때도 있습니다.

만약 오늘 본 그림책 “돌멩이 수프”의 스토리가 마을 사람들이 군인들의 꾀에 속아 넘어가 그들이 가진 모든 음식을 빼앗기고 나서 울상 짓는 걸로 끝이 났다면 정말 재미 없는 이야기가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마샤 브라운은 승자도 패자도 이야기에 담지 않았습니다. 냉랭한 마을 사람들을 원망하며 복수의 칼날을 가는 군인도 없었고, 어떻게든 음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버티고 버티다 결국엔 송두리채 잃고 마는 마을 사람들도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 현명한 군인들이 있었고, 모질게 굴었던 자신들을 부끄러워 하며 곳간 문을 활짝 열어 준 마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가 하나가 되어 따뜻한 마음을 서로 주고 받았구요. 풍족하진 않지만 이웃과 나눌 줄 아는 마음을 가진 그들 모두 승자여서 기분 좋은 이야기 “돌멩이 수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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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고릴라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2 Replies to “칼데콧상 수상작 : 돌멩이 수프 (1948)

  1. 음…감사, 나눔에 대한 것을 배울수 있는 좋은 그림책이네요…더불어 군인들의 기지와 재치..^^

    1. 각자 재료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런 멋진 수프를 만들 수 없었겠죠? 모든 재료가 함께 어우러졌을 때 더 깊은 맛과 풍미를 낼 수 있었듯이 우리 삶도 그런 것 아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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