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
책표지 : 보물창고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
(원제 : The Man Who Walked Between The Towers)

글/그림 모디캐이 저스타인 | 옮김 신형건 | 보물창고

가온빛 추천 그림책
※ 2003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 2004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 2004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 수상작


오늘은 늘 독특한 소재로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모디캐이 저스타인에게 칼데콧 메달을 안겨준 그림책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를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필립 쁘띠(Philip Petit)’ 라는 이름 들어보셨나요? 프랑스 출신의 줄타기 달인이라고 해요. 그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

1974년 어느 여름 한 남자가 뉴욕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쌍둥이 빌딩(세계 무역 센터)의 한 쪽 옥상 난간에 올라 서 있습니다. 그의 발 아래에는 반대편 옥상과 연결된 밧줄이 놓여 있습니다. 지난 밤 몰래 건물에 숨어든 필립과 친구들은 쌍둥이 빌딩 사이에 줄을 매고 줄타기를 하기 위해 밤새도록 준비를 했습니다. 아침해가 쌍둥이 빌딩을 비추자 드디어 필립은 밧줄 위로 첫 걸음을 내딛습니다.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

마치 공기 위를 걷는 것처럼 그는 한가운데로 걸어 나갔어요.
빌딩 사이로 소용돌이치며 몰려온 바람이 필립을 뒤흔들었습니다.
그는 쌍둥이 빌딩이 숨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하지만 필립은 두렵지 않았어요.
그는 혼자였지만 행복했으며 맘껏 자유를 누리고 있었지요.

그의 발 아래 펼쳐진 풍경을 보고 있자니 아찔하면서도 부러운 마음이 듭니다. 마치 갈매기와 함께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날아 오른 듯한 그림 덕분에 내 가슴이 다 뻥 뚫리는 것만 같습니다. 지금 필립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는 지금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요?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

필립이 잠깐 쉬려고 줄 위에 드러눕자 지켜보며 조마조마해 하는 경찰들, 저 아래 땅 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군중들 역시 바로 이 순간 모두들 움찔하며 놀란 한숨을 내쉬었겠죠? 아마도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르는 아주머니도 있었을 테구요.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목이 부러져라 올려다보는 꼬마들도 있었을 겁니다.

하늘은 그를 에워싸고 있었으며
갈매기는 오르락내리락했지요.
줄 위에서 머무는 동안
그는 한껏 자유로웠어요.

가느다란 줄에 자신을 내맡긴 채 하늘 위에 떠 있는 필립이 한없이 자유로워 보입니다. 이 날 필립은 쌍둥이 빌딩의 두 건물을 잇는 밧줄 위에서 무려 한 시간이나 있었다고 합니다. 앞뒤로 걷고 뛰고 춤도 추었대요. 어서 내려오라는 경찰들과 저 밑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군중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인사를 하기도 하구요.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

필립이 마침내 묘기를 마치고 옥상으로 돌아오자마자 경찰들은 그를 체포했습니다. 그리고 필립을 법정으로 끌고 갔죠. 그런데 근엄해야 할 판사님 표정이 지나치게 명랑하네요. 아니나 다를까 판사님은 필립에게 무거운 벌을 내리는 대신 아이들을 모아놓고 공원에서 줄타기를 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다. 솔로몬의 뒤를 잇는 아주 멋진 판결입니다. ^^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

필립은 공원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이들을 위한 멋진 줄타기 공연을 했답니다.(찾아 보니 정말로 필립은 1974년 미국 뉴욕에서 두 번의 줄타기 공연을 했어요. 한 번은 쌍둥이 빌딩에서, 또 한 번은 센트럴파크에서 말이죠. ^^)

필립이 아찔한 공연으로 쌍둥이 빌딩에 모든 뉴욕 시민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날로부터 27년 뒤 바로 그 자리에서는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2001년에 있었던 9.11 테러 사건입니다. 필립은 자신을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들과 아이들의 가슴에 하늘을 나는 듯한 자유와 즐거움을 선물했지만 2001년의 테러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과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모디캐이 저스타인은 9.11 테러가 일어난지 2년 뒤인 2003년 9월에 이 그림책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를 발표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참담한 고통의 현장을 배경으로 이런 유쾌한 그림책은 어울리지 않는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의 바램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움과 증오에서 비롯된 광기 어린 폭력으로 인해 사람들이 받은 고통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복수가 아니라 오로지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용을 통한 진정한 용서와 화합 뿐입니다. 우리 다음 세대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은 용서와 화합을 이루고 서로 손 잡고 미래를 위한 희망의 씨앗을 심는 일입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열정과 도전 정신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마음 속에 희망을 심어 준 필립처럼 말입니다.

그림책은 뉴욕의 스카이라인 위로 쌍둥이 빌딩의 실루엣이 드리워져 있는 그림과 함께 짤막한 글로 끝을 맺습니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 쌍둥이 빌딩은 마치 하늘에 새겨진 것처럼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습니다. 1974년 8월 7일 눈부신 아침, 필립이 쌍둥이 빌딩 사이로 걸어가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우리 마음 속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칼데콧 수상작 보기


※ 필립의 이야기가 최근에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조셉 고든 래빗의 연기도 일품이지만 필립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그림책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를 원작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그림책의 느낌이 잘 살아 있는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The Walk)”(2015)도 놓치지 마시길~(업데이트 2015/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