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문득 내가 작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살아가는 것에 힘들고 지쳐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과연 맞는 건가 싶어서, 또는 내 삶에 끼어든 누군가로 인해서. 지금껏 열심히 달려왔는데 왜 난 아직도 여기밖에 오지 못한 건지, 이뤄놓은 건 또 왜 이리도 없는 건지… 이런 생각이 나를 짓누르며 내 앞을 가로막고 결국엔 삶을 주저앉혀버리기도 합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분 자신에게, 혹은 이런 상황에 처한 가족이나 친구에게 뭐라고 조언을 해주면 좋을까요?

어떤 날은 빠르게, 또 어떤 날은 조금 느리게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보라고 권하는 “가끔씩 나는”, 잠시 한 발짝 물러나 여유를 갖고 나 혼자만의 시간에 푹 빠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조언하는 “도토리시간”, 이 두 권의 그림책이 지금 이 순간이 힘에 겨운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가끔씩 나는

가끔씩 나는

글/그림 조미자 | 핑거
(발행 : 2020/02/01)

가끔씩 나는

가끔씩 나는 가만히 서있어.
그리고 걸어가지.
가끔은 혼자 있기도 하고,
함께 있기도 해.

꽁꽁 숨어버리고 싶은 날이 있어.
지금의 나의 모습처럼.

기분 좋은 날이 있는가 하면 이유 없이 우울한 날도 있고, 일이 술술 잘 풀릴 때도 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꽉 막힌 채 숨통을 조여 올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결국은 다 잘 될 거야, 인생 다 그런 거지 뭐… 이러면서 씩씩하게 살아보지만, 그게 잘 안되는 날이 누구나 한 번쯤은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다들 앞으로 쭉쭉 나가는데 나만 점점 더 뒤로 밀려나는 것 같기도 하고, 세상 천지에 내 편은 단 한 명도 없는 것 같은 그런 날. 그 어떤 위로와 격려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누군가 내미는 손길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런 날. 나도 세상도 모든 게 멈춰 버립니다.

가끔씩 나는

움직이지 않는 나,
움직이지 않는 세상.
다시 나를 움직이게 하는 건,
내 마음속 가끔의 나의 모습들.
나는 다시 걸어가.
점점 빠르게, 점점 느리게.

이제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나뿐입니다.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내 마음 속에 있는 온전한 나를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의 기준에 부합하려고 억지로 짜맞춘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섞이려고 꾸며낸 내가 아니라 그냥 나 그 자체로서의 나를 찾아내야 합니다.

삶의 긴 여정의 유일한 동력은 오로지 나뿐입니다. 내가 꿈꾸던 삶의 길이어야만 합니다. 때로는 지치고 힘들지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는 잠시 멈췄던 발걸음을 언제든 다시 뗄 수 있습니다. 바라고 바라던 그 길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가끔씩 나는

가끔씩 나는,
가끔씩 내 마음은
점점 빠르게, 점점 느리게,
점점 크게, 점점 작게,
점점 높게, 점점 낮게,

나의 리듬으로 세상과 함께 움직인다.

가끔은 느릴 수도 있고, 때로는 작고 낮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상관 없습니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바로 나의 삶이니까요. 굳이 세상에 맞추려고 애쓰지 않아도 나의 리듬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세상과 나란히 함께 가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겁니다.

앞서 가는 누군가를 따라잡기 위해 서두를 필요 없습니다. 다른 이와 비교하며 과욕을 부리거나 나에게 맞지 않는 길을 억지로 가야할 이유도 없습니다. 오로지 나만의 리듬으로 언제나 꿈꾸던 나만의 삶을 향해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어 보세요!


도토리 시간

도토리시간

글/그림 이진희 | 글로연
(발행 : 2019/10/10)

2019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도토리 시간

아주 힘든 날이면 나는 작아져.
여행을 떠날 시간이야.

유난히 힘들었던 하루를 가까스로 버텨내느라 축 늘어져버린 몸을 끌고 겨우 집에 돌아온 어느 날, 나는 자꾸만 작아집니다. 더 이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고, 그 누구와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그런 날입니다.

세상으로부터 잠시 잊혀지고 싶어질만큼 힘겨운 날 나는 작아집니다. 나의 존재를 아는 건 오로지 나뿐일만큼 작아져버리면 그 때가 바로 나만의 공간 속으로 여행을 떠날 시간입니다.

“다람쥐야!”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나의 도토리 시간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도토리 시간

내가 부르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다람쥐가 문 앞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도토리 속으로 나를 안내합니다. 텅 빈 도토리 안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미처 몰랐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하고 싶은 건 뭐든 할 수 있는 것 만큼이나 기분 좋은 일이라는 사실을.

도토리 시간

그렇게 나만의 도토리 시간을 보내다 어느 순간 창밖이 궁금해집니다. 이제 다시 세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눈앞에 펼쳐진 풀밭에서 저 멀리 숲으로,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으로 마음이 세상을 향해 서서히 열릴수록 나의 시야도 점점 더 넓어집니다.

도토리 시간

나는 숲의 뒤편에 앉아 가만히 기다려.
저마다의 도토리 시간이 고요히 흐르고 나면
봐 하늘을
우리는 함께

나만의 도토리 시간을 충분히 보낸 나는 또 다른 도토리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를 기다려줄만큼의 여유도 생겼습니다. 숲의 뒤편에 앉아 기다린 끝에 저마다의 도토리 시간을 보내고 나온 우리들이 나란히 기대어 앉아 푸른 하늘을 함께 바라봅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다람쥐가 선물한 도토리 시간’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도 참신하지만 옆사람까지 돌아볼 수 있을만큼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게 되는 마무리가 개인적으로는 더 마음에 듭니다. 나만의 도토리 시간이 나뿐만 아니라 나의 소중한 이들과 이웃, 더 나아가 이 사회를 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작가의 꿈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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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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