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유령 크니기
책표지 :토토북
책 읽는 유령  크니기 (원제 : Knigi)

글/그림 벤야민 좀머할더 | 옮김 루시드 폴 | 토토북

가온빛 추천 그림책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눈만 내놓고 책을 읽고 있는 표지 그림 속 까만 유령 크니기의 모습이 참 귀엽죠? 눈빛이 사뭇 진지해 보여서 더 귀여워요.^^ 담요를 머리까지 뒤집어 쓴 채 얼굴만 빼꼼 내밀고 진지한 표정으로 독서삼매경에 빠진 우리 아이들 모습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 “책 읽는 유령 크니기”는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꼽힌 책입니다. 참고로 이수지 작가의 “토끼들의 밤”도 2003년에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그럼 책 읽는 꼬마 유령 크니기가 터득한 책 읽기에 관한 재미있고 진지한 이야기 한 번 들어볼까요~

책 읽는 유령 크니기

“우리 크니기가 이 책을 좋아하면 참 좋겠구나!”

꼬마 유령 크니기의 생일에 아벨 이모는 책을 선물해 주셨어요. 그런데 이모가 주신 책이 좀 이상해요.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텅 비어 있었거든요. 아무 것도 없는 책을 읽으라니, 도대체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책 읽는 유령 크니기

언젠가 본 사람들의 책 속에는 온갖 글과 사진으로 가득차 있었는데 크니기의 책엔 아무 것도 없는 하얀 백지뿐입니다. 하지만 크니기는 포기 하지 않았어요. 날이 어두워지자 유령들의 도서관을 찾았죠.(유령이니까 날이 어두워져야 도서관에 갈 수 있군요.^^)

그곳에 있는 책 한 권을 펼쳤는데, 이 책도 텅 비어있네요. 큰 책 작은 책, 얇은 책 두꺼운 책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글도 그림도 없는 텅 빈 크니기의 책과 똑같은 책들.

“왜 다 이런 거지? 전부 똑같아. 쳇!
이럴 바에야 달랑 한 권만 두면 될 텐데, 안 그래?”

책 읽는 유령 크니기

실망만 안고 집으로 돌아온 크니기는 베개 밑에 책을 두고 꿈속에서라도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모두 허사였어요. 자고 일어나서 보아도 책은 텅 비어있었거든요. 겨드랑이에 책을 끼고 다니는 친구들의 모습은 마치 책 읽는 척만 하려는 것 처럼 보여서 우스웠습니다. 크니기는 유령들의 장기인 최면술을 걸어 책 속에 있는 것을 무언가를 찾아 보려 했지만 그것 역시 허사였어요.

책 읽는 유령 크니기

결국 크니기는 책 읽기를 포기하고 책을 던져 버리고는 벌러덩 누워 버렸어요. 사르르륵 꿈 속으로 빠져드는 순간, 어딘가에서 사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그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크니기는 이모가 준 책이 저절로 펼쳐지며 펄럭펄럭 들썩이더니 무지갯빛이 책장 사이를 들락날락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책 읽는 유령 크니기

그 상황이 조금 무섭게 느껴졌지만 크니기는 용기를 내어 와라락 책을 붙들어 안고는 책을 다시 펼쳤습니다. 그 때 크니기의 눈 앞에서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텅 비어 있던 책 속에서
알록달록 빛깔들과 형형색색 무늬들이
마구 튀어나오기 시작해요.
불꽃놀이 하는 것처럼요.

책 읽는 유령 크니기

크니기는 책을 다시 펼쳐 읽으면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어요. 그러자 믿을 수 없이 놀라운 이야기들이 책 속에 살아 숨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믿을 수 없이 놀라운 이야기들이
멋들어진 색과 그럴싸한 모양으로
책장 하나하나를 그득그득 물들였어요.

책은 단순히 눈으로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머리와 가슴으로 읽는 것임을 가르쳐 주는 그림책 “책 읽는 유령 크니기”. 작가 벤야민 좀머할더는 책읽는 즐거움을 깨닫는 순간을 알록달록 예쁜 빛깔이 담긴 책과 만나는 크니기의 모습으로 표현했어요. 하얗기만 했던 책이 크니기의 상상력과 만나자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을 가진 책으로 변신하는 모습이 참 멋집니다.^^

책을 처음 만나 탐색하고 고민하며 많은 시행착오 끝에 책을 읽는 진정한 재미를 깨닫게 되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책읽는 꼬마 유령 크니기”,  같은 책도 읽는 이의 상상력에 따라 다른 책이 될 수 있고, 또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읽는 이의 마음이 담기지 않는다면 그저 하얀  백지와 다를 바 없다는 철학이 담긴 참 예쁜 책이네요.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 일 수 있는 책, 그 사람의 인생 한 자락을 알록달록 예쁜 빛깔로 물들일 수 있는 책,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책, 책이 주는 그 멋진 경험을 놓치지 마세요. 명작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건 결코 아닙니다. 내 마음을 움직인 책, 진한 감동이 오래도록 내 맘 한 구석에 남는 책, 그 책이야말로 진정한 명작입니다. 우리 아이들 인생에 그런 명작들이 많이 많이 존재했으면 좋겠네요.^^

아이들의 상상력을 먹고 무지갯빛 고운 빛깔을 펼쳐 줄 수 있는 그런 책들이 가득한 세상을 꿈꿔 봅니다.